본문 바로가기

日 하루 1661명 '3차 대유행'···그런데도 스가 "긴급상황 아니다"

중앙일보 2020.11.13 12:14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600명을 넘어서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우려했던 3차 대유행이 현실화한 것이다. 내수 진작과 내년 도쿄올림픽 준비에 공을 들이던 일본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지난 4월 긴급사태를 발령하자 한산해진 도쿄의 풍경.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지난 4월 긴급사태를 발령하자 한산해진 도쿄의 풍경. [연합뉴스]

 

12일 확진 1661명, 최다 기록 경신
그런데도 "일단 상황을 더 봐야"
올림픽 개최 위해 방역 대책 '머뭇'
일본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 상당

13일 일본 후생노동성과 NHK 등에 따르면 전날(12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1661명으로 기존 기록인 지난 8월 7일 1605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도쿄(東京)도에서 393명, 홋카이도(北海道)에서 236명, 오사카(大阪)부에서 231명,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147명, 아이치(愛知)현에서 143명 등이 하루 새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도쿄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390명을 넘은 건 지난 8월 8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후생노동성 관계자를 인용해 “유전자 증폭(PCR) 검사의 실시 가능 건수는 4월 1일엔 하루 약 1만 건이었지만, 11월 10일에는 8만 건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감염자 급증 배경에는 검사 확대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선 코로나19 3차 유행기(제3파)가 찾아왔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월 16일 첫 환자가 발표된 뒤 3∼5월에 찾아온 1차 유행기(제1파), 7월 시작해 8월 정점을 찍고 9월까지 계속된 2차 유행기(제2파) 이후 감염 확산세가 이번처럼 뚜렷한 적은 없었다. 이는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9일 781명, 10일 1285명, 11일 1546명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최근 7일 평균 하루 확진자 수가 1143.2명으로 2차 유행 정점이던 8월의 80% 수준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2주간 증가 속도도 당시와 맞먹는다.
 
와키타 다카지(脇田隆字) 국립감염증연구소장을 좌장으로 하는 후생노동성 전문가 조직은 지난 11일 “11월 이후에는 신규 감염자 증가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감염 확대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카가와 도시오(中川俊男) 일본 의사회 회장도 “제3파라고 봐도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3차 유행이 앞서 2차례 유행보다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닛케이는 앞서 1·2차 유행이 유흥가 등에서 젊은 층 중심으로 퍼졌던 데 비해 이번 유행은 직장, 외국인 커뮤니티, 대학 등 다양한 집단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감염자의 연령대가 중장년과 노령층으로 더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향후 병상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1차 유행 때 일본은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붕괴 상황까지 몰린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오전 “긴급사태 선포나 (여행 장려 정책인) 'Go To 트래블' 캠페인을 재검토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도 현시점에서 그 정도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현저해지고 있고, 홋카이도, 도쿄, 오사카 등을 중심으로 한 권역 등에서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도쿄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AP=연합뉴스]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도쿄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AP=연합뉴스]

 
한마디로 사태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빼 든 내수 진작책을 당장 거둬들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방역 협조를 호소하기만 할 뿐 특별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스가 총리는 “최대한의 경계심을 갖고 지자체의 감염 상황에 대응한 대책을 확실히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정·재생상도 “큰 유행이 오고 있다. 강한 위기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방역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내년 강행 예정인 도쿄올림픽도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스가 총리는 오는 15일 방일하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12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회의를 갖고 ‘입국 시 검사 후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2주간 자가격리 면제와 대중교통 이용 허용’ 등을 논의했고, 이를 바흐 위원장에게 설명할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은 “올림픽을 최대의 정권 부양책으로 여기는 스가 정권은 반드시 개최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3차 유행 우려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건 올림픽 개최 준비에서 중요한 시기 코로나19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겨울철 감염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정부 관계자도 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