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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도 못지키는데 -70도? 화이자 백신 '원정 접종' 할수도

중앙일보 2020.11.13 06:00
화이자 로고. 연합뉴스

화이자 로고. 연합뉴스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백신 후보물질이 최종 임상 시험단계인 3상에서 “90% 이상 효과가 있다”는 중간결과를 얻으면서다.
하지만 수입 전부터 유통, 접종과 관련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의 까다로운 조건에서 옮겨야 하는데다 동네 의원이나 지역 보건소에서는 접종 못 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상온에 취약한 화이자 백신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화이자는 다른 백신과 다른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다. 일반적인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거나 죽인 다음 사람에게 투여한다. 이후 체내 면역체계가 작동해 항체를 만든다. 이와 달리 mRNA는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사람 몸속에서 바이러스 단백질(항원)을 만든다. 이 단백질이 항체 형성을 돕는 것이다. 
 
mRNA는 바이러스를 직접 인체에 투여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보관이 까다롭다. 영하 70도 조건을 지켜야 한다. 국내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 속 냉동고 온도(~영하 50도)보다도 훨씬 낮다. 그만큼 상온 노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후보. 사진 화이자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후보. 사진 화이자

 

전용용기에 담겨 수입될 가능성 커 

화이자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설명을 종합하면, 화이자 측은 최대 5000회분의 백신을 포장할 수 있는 전용 용기를 개발했다. 전용 용기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으면, 영하 70도 조건에서 최장 25일간 운송·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화이자 백신은 일반적인 콜드체인(냉장유통) 범위인 영상 2~8도에서는 5일간 품질을 유지한다.
 
화이자 백신은 또 외국에서 전량 수입해야 한다. 한국화이자제약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특례수입’을 승인해야 국내 들어온다. 
 

소분해 옮길 영하 70도 짜리 용기 없어 

특례수입이 결정돼도 문제다. 초저온 유통에 대한 국내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을 일선 동네 의원이나 보건소로 보내려면, 전용 용기 속 물량을 다시 소량용기로 재포장해야 한다. 소량용기 속 온도도 영하 70도로 맞춰야 한다. 
 
일반적인 수입 백신제(적정온도 2~8도 제품)의 유통과정을 보면, 우선 수입사에서 조달계약 업체로 물량이 옮겨진다. 이후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의 경우 조달계약 업체가 직접 소형 냉장 차량(1톤)을 이용, 배정 물량만큼 의료기관이나 보건소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장거리인 전라·경상·제주지역은 거점 물류센터에서 하청업체가 옮긴다.  
화이자 백신 보관온도

화이자 백신 보관온도

 

상온 노출 사태 때 적정온도 위반 196건 

이런 단계별 운송 과정에서 초저온 콜드체인이 깨질 우려가 상당하다. 지난 독감 백신 상온노출 사태 당시 적정온도(2∼8도)를 벗어난 사례가 196건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은 상온에 노출될 경우 6시간 안에 사용해야 할 정도로 민감하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mRNA 백신의 경우 저온이 아니면 안정성 때문에 사실상 효력이 없다. 이 때문에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며 “실제 접종할 때에도 추가적인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당히 복잡한 준비과정, 심지어는 정교한 시뮬레이션과 여러 차례의 반복적인 교육 훈련까지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감 백신 접종 중인 시민들 모습. 뉴스1

독감 백신 접종 중인 시민들 모습. 뉴스1

 

원정 접종해야 할지도 

화이자 백신의 경우 냉장상태에서 5일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의료기관에서 엄격한 재고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원정 접종’ 가능성까지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영하 70도까지 콜드체인을 하려면 아주 힘들다”며“(운송물량을) 크게 크게 묶어서 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독감백신 맞듯 모든 의료기관으로 운송해 접종이 이뤄지게 하는 것은 어려울 것도 같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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