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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가을야구 역사적 첫 승리

중앙일보 2020.11.13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KT 유한준이 0-0으로 맞선 8회 결승타를 치고 있다. 이 안타를 시작으로 KT는 8회 5점을 올리며 가을야구 첫 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KT 유한준이 0-0으로 맞선 8회 결승타를 치고 있다. 이 안타를 시작으로 KT는 8회 5점을 올리며 가을야구 첫 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KT 위즈의 역사적인 가을 야구 첫 승리는 주장 유한준(39)이 배트로 만들어냈다. 유한준은 지독한 득점 가뭄에 시달리던 순간 팀에게 단비 같은 결승 적시타를 선물했다. KT는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해 한국시리즈(KS)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KT 5-2 두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2연패 뒤 반격의 1승 ‘기사회생’
8회 주장 유한준 결승타로 물꼬
오늘 4차전 배제성·유희관 선발

KT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5-2로 꺾었다.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KT는 반격의 디딤돌을 놓았고,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승리라는 보너스도 받았다.
 
역사는 8회 초 만들어졌다. KT는 앞선 네 차례 득점 기회를 모두 놓쳐 맥이 빠질 법한 시점이었다. 황재균의 볼넷과 멜 로하스 주니어의 중전안타로 2사 1·3루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3루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유한준이 타석에 섰다.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초구 강속구를 지켜봤다. 2구째 다시 직구(시속 151㎞)가 들어오자 놓치지 않았다. ‘딱’ 하는 타격음이 야구장에 울려 퍼졌다. 타구는 두산 유격수 김재호 옆을 지나 외야로 빠져나갔다. KT 3루 주자 황재균이 손뼉을 치며 천천히 홈을 밟았다. 1점을 목마르게 기다리던 KT 선수들은 일제히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1루에 나간 유한준은 대주자로 교체됐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주장을 향해 동료와 팬들은 환호를 쏟아냈다.
 
유한준은 KT가 야심 차게 영입한 외부 자유계약선수(FA)였다. 유신고 출신인 그는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옛 수원 야구장에서 7년을 뛰었다. 2008년 현대가 해체해 히어로즈(현 키움)로 팀을 옮겨야 했지만, 2016시즌을 앞두고 KT와 계약해 9년 만에 수원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유한준은 줄곧 KT 타선의 주축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PO를 앞두고는 “선수단 리더로서 내가 활약해야 후배들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 마음가짐을 고스란히 그라운드에서 실현했다.
 
PO 3차전(12일·고척)

PO 3차전(12일·고척)

주장이 득점의 물꼬를 트자 후배들도 뒤를 따랐다. 두산 포수 박세혁이 공을 빠뜨린 사이 1점을 추가했고, 박경수가 볼넷을 골라 다시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행운도 따랐다. 다음 타자 배정대의 빗맞은 타구가 두산 야수들이 잡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졌다. 2타점 적시타. 베테랑 장성우는 두산 세 번째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쳐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도 호투했다. 쿠에바스는 정규시즌 두산전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5.02로 부진했다. 하지만 중요한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8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 팀이 5점을 낸 뒤인 8회 말 오재원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게 실점의 전부다.
 
2패 뒤에 1승으로 살아난 KT는 13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두산과 4차전을 치른다. KT는 배제성, 두산은 유희관을 각각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1차전 만회한 눈부신 호투
윌리엄 쿠에바스

윌리엄 쿠에바스

핫 플레이어 윌리엄 쿠에바스
 
두 번 실패는 없었다. KT 위즈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0)가 1차전 부진을 털어내는 호투를 펼쳐 데일리 MVP가 됐다. 쿠에바스는 9일 열린 PO 1차전에서 3분의 2이닝 2실점 했다. 패전투수가 되지는 않았으나, KT는 2-3으로 졌다. 시즌 내내 선발로 뛰다가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3차전 선발로 나선 쿠에바스는 달랐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3회까지 무안타로 두산 타선을 묶었고, 4회엔 자신의 송구 실책으로 2사 2루 위기를 맞았으나 잘 넘겼다. 6회에도 유격수 심우준의 실책으로 1사 3루 위기가 찾아오자,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오재일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8이닝 3피안타 1실점. 옛 동료 알칸타라와 선발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믿었던 그물망 수비에 구멍
김재호

김재호

콜드 플레이어 김재호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산이 지난해까지 5시즌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오른 데는 주전 유격수 김재호(35)의 그물망 수비도 한몫했다. 그런데 PO 3차전에서 그 그물에 구멍이 뚫렸다.
 
무실점 호투하던 두산 선발 알칸타라는 8회 초 투 아웃 이후 흔들렸다. 황재균에게 볼넷을 준 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2사 1, 3루. 유한준의 타구는 중견수 쪽을 향했다. 인조잔디라 타구는 더욱 빨리 굴렀다. 김재호는 몸을 날렸지만, 공은 글러브에 맞고 튀었다. 0-0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기록은 실책이 아닌 내야안타였다. 하지만 ‘김재호였기에 믿고’ 아웃을 기대했던 두산 더그아웃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배영은·김효경·박소영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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