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ep & Wide] “매출 1조, 영업익 6500억” 폭풍성장 씨젠, 백신이 독약?

중앙일보 2020.11.13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천종윤

천종윤

K진단키트의 맏형 씨젠이 매출 ‘1조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분기 실적 발표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간 결과다. 지난해 매출이 1220억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1년 만에 1조원대 매출은 상상하기 힘든 성장세다.
 

3분기 매출 3269억, 이익 2099억
진단키트로 연중 서프라이즈에도
백신 개발 소식에 주가는 하락세
씨젠 “암·유전병 진단키트로 확장”

씨젠은 11일 증시 마감 후 매출액 3269억원, 영업이익 2099억원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1% 늘었고, 영업이익은 2967% 뛰었다. 3분기에 대규모 채용 및 생산연구 투자도 있었지만 64.2%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6835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4186억원이다.
 
씨젠 매출 및 영업이익. 그래픽=김겨인 기자 capkim@joongang.co.kr

씨젠 매출 및 영업이익. 그래픽=김겨인 기자 capkim@joongang.co.kr

씨젠은 실적 호조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각종 호흡기 질환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동시 진단 제품이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출시된 이 제품은 한 번의 검사로 5가지 바이러스(코로나19·인플루엔자 A형·B형 독감·RSVA형·B형)를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이 유사한 호흡기 질환을 구분할 수 있어 ‘트윈데믹’(비슷한 2개의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2차 유행을 겪는 유럽을 중심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씨젠 측은 “올해 연간 매출 1조원, 영업이익률 60%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주가가 요동치고 있어서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10배에 달했던 씨젠을 비롯한 진단키트주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크게 하락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발표한 지난 9일(현지시간) 이후 씨젠 주가는 이틀 연속 전장 대비 각각 8.9%, 7.9% 하락했다. 또 다른 진단키트 업체인 수젠텍이나 엑세스바이오도 10일 각각 7.1%, 5.3% 하락했다. 지난 11일 분기 사상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발표했음에도 다음 날인 12일 주가는 또다시 2.2% 하락했다.
 
씨젠 주가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씨젠 주가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는 백신 개발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저지되면 진단키트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전 한국바이오협회 체외진단기업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백신이 상용화돼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전제하에서 전체적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위축될 수는 있다”며 “그러나 백신이 나와도 당장 코로나19확산세가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씨젠은 ‘대량 생활 진단’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의 상황을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씨젠이 유전자 증폭(PCR) 장비를 직접 개발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씨젠은 현재 진단키트와 함께 외국산 PCR 장비 CFX96를 재판매하고 있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과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머잖은 미래에 대규모 생활 진단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바이러스뿐 아니라 세균과 기생충도 분자진단키트로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감염병뿐 아니라 기타 질환에도 건강검진처럼 아프기 전에 미리 진단하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 만큼은 아니지만, HPV(인유두종바이러스) 진단키트에 대한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추후 유전 질환이나 암에 대한 진단까지 확장해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