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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엎친 데 생활고 덮쳐, 위암 진단율 11% 줄었다

중앙일보 2020.11.13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박모(79)씨는 50년 이상 담배를 피웠고 술도 적지 않게 마셨다. 지난해 말부터 오른쪽 윗배에 약간의 통증을 느꼈다. 가끔 종전보다 심한 피로를 느꼈고, 소화가 잘 안 됐다. 해가 바뀌면 병원 가서 진단을 받으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면서 미루고 미루다 9월 초 병원을 찾았다. 간암 3기였다. 수술이 불가능해 색전술(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화학 물질로 차단하는 치료법) 치료를 시작했다.

올 신규 암진단환자 2.6% 감소
병원 감염 걱정·진료비 부담 영향
진단 미룰수록 사망 위험 높아져
저소득층 건강 직격탄 맞을 우려

 
코로나19로 인해 박씨처럼 병원행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암 진단이 늦어지거나 진단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병세가 나빠지고 사망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1~9월 암 산정특례 환자가 23만 27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70명(2.6%) 줄었다. 코로나가 본격화한 3~9월에는 3.6% 줄었다. 산정특례는 신규 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부담을 5%로 줄이는 제도이다.

 
위암이 2만823명에서 1만8594명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감소율 10.7%). 다음으로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간암 순이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인 70대 이상 고령층에서 특히 많이 줄었다. 노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특임교수는 “위암 내시경을 할 때 기계가 입을 통해 위에 들어갔다가 나오니까 코로나 감염을 걱정해 진단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암 진단 시기가 늦어지면 병이 나빠진 상태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립암센터 류근원 위암센터 외과장은 “올 들어 암 환자가 줄었는데, 암 발생이 줄어든 게 아니라 진단이 줄어든 것”이라며 “진단 시기가 늦어지면서 치료가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노성훈 교수는 “암 진단이 늦어지면 암 병기가 높아지고, 같은 조기 위암이라도 내시경 수술로 끝낼 수 있는 것을 개복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생존율이 낮은 폐·간·췌장암 진단이 늦어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류 외과장은 “위암도 진단이 늦어지면 문제지만 폐암이나 간암은 병세 악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 암 검진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위암은 저소득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로 인해 저소득층 건강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기 때문에 생업에 쫓기는 저소득층이 암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진단이 늦어지면 수술만 해도 될 게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해야 하는 식으로 치료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캐나다 퀸스대 연구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 수술을 한 달 미룰 때마다 사망 위험이 6~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는 “암 검진은 입원하지 않고 하는 것이라 감염 사례가 거의 없다”고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62세 남성은 코로나 걱정에도 불구하고 9월 병원을 찾은 덕택에 조기 위암을 발견했다. 그는 현재 내시경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77세 남성도 9월 검진에서 위암을 발견해 수술했고 현재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코로나 음성임을 확인하고 검진을 받았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도 안전했다. 검진받길 잘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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