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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치' 중시하는 바이든 시대 "美中 미디어 전쟁 심해질 것"

중앙일보 2020.11.12 05:00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소장 김상배 교수)가 11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을 주제로 4주간 전문가 집중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화웨이 사태로 촉발된 미·중간 무역 전쟁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디지털 패권 경쟁으로 확장되는 중. 중앙일보는 이번 토론회 후원 미디어로 토론회 핵심 내용을 보도한다.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전문가 토론회②

아산정책연구원 박지영 선임연구위원(왼쪽), 대외경제정책연구소 허재철 연구위원(오른쪽).

아산정책연구원 박지영 선임연구위원(왼쪽), 대외경제정책연구소 허재철 연구위원(오른쪽).

10일 오후 줌(Zoom) 화상회의로 열린 2차 토론회에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허재철 연구위원아산정책연구원 박지영 선임연구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두 전문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중이 미디어·플랫폼·기술표준에서 갈등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로 가치·이데올로기 전쟁 확장

먼저 토론자로 나선 허재철 연구위원은 미·중 경쟁이 미디어와 콘텐츠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언론 미디어 갈등을 예로 들었다.
 
지난 2월 미국 국무부는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과 신화통신사 등 5개 중국 언론사를 언론기관이 아닌 중국 정부의 선전기관(Foreign mission)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5개 언론사는 임직원의 인적 현황, 미국 내 자산을 미 국무부에 보고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중국 정부도 즉각 보복에 나섰다. 2월 중국 정부를 비판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3명을 추방하고, 3월엔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특파원에 대해서도 외신기자증 반납을 요구했다. 양국은 10월에도 상대국 언론사 6곳에 대해 직원정보와 재정, 보유자산 자료를 요구하며 갈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0월 21일(현지시간) 중국의 6개 언론기관을 선전기관(Foreign Mission)으로 지정했다. 미 국무부 캡처

 
허 연구위원은 "뉴스 미디어를 둘러싼 양국 갈등은 서로 다른 정치 체제에 기반한 이념 갈등"이라며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트를 통한 이념, 가치, 문화 확산이 이뤄지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패권 경쟁의 중추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자국 미디어의 해외진출에 450억 위안(8조 2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엔 국가 전략에 이를 포함했다. 지난주 열린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문화산업 디지털화 전략'을 채택한 것. 인터넷 등을 통해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관과 이념을 전파하겠다는 의도다. 허 연구위원은 "미디어와 플랫폼을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이념 경쟁을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중국은 미국 투자제한 조치를 우회해 현지 언론사를 매수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중 미디어 플랫폼 경쟁이 심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른 사안을 타협할 수 있었지만, 바이든은 가치와 이념을 강조해 근본적 충돌이 예상된다"며 "중국 틱톡(숏폼 영상 소셜네트워크), 위챗(메신저) 등 플랫폼과 콘텐츠 제재가 나오는 등 문화에 녹아든 이념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는 중국 정부의 해외드라마 규제가 강화되며 사전제작을 통한 검열을 거쳐야 했다. 허재철 연구위원 발표자료.

중국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는 중국 정부의 해외드라마 규제가 강화되며 사전제작을 통한 검열을 거쳐야 했다. 허재철 연구위원 발표자료.

 
미·중 갈등이 한국에 위협 요소인 것만은 아니다. 허 연구위원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전편 심사 후에야 방영이 가능했다"며 "미국의 반발로 중국이 이런 규제를 바꿀 경우 (한국 콘텐트의) 중국시장 진출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한국의 선택에 대해선 "한국은 이념적으로는 미국과, 문화적으로는 중국과 공유점이 있기 때문에 그 교집합 속에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디지털 경쟁은 '기술 표준 선점 전쟁'

박지영 선임연구위원은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며 미·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봤다. 반도체·5G·우주기술·양자컴퓨팅 등 4차산업 핵심 기술 분야의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며 향후 기술생태계를 좌우할 규칙(Rule)을 누가 세우는지가 중요해졌다는 거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그간 자국의 데이터와 산업을 보호하며 내수시장에 치중해왔지만, 최근엔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중국을 배제한 기술·경제 블록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미국 국무부가 지난 8월 5일 발표한 클린네트워크 정책. 미 국무부

미국 국무부가 지난 8월 5일 발표한 클린네트워크 정책. 미 국무부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올해 8월 5G 분야의 표준을 모색하는 '클린네트워크'를 출범시키며 중국 배제 의사를 밝혔고, 동맹국을 대상으로 반중 경제연합체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가입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도 9월 '글로벌 데이터 안보 구상'을 통해 자국 기술 표준에 동참할 국가를 찾는 중. 
 
박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중심의 블록(캐나다·멕시코·일본·호주·베트남·말레이시아)과 중국 중심 블록(러시아·브라질·아세안·개도국)으로 나뉘어 경제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과거 미국·러시아 냉전 진영 분리와는 다른 기술 중심의 세계 블록화"라고 설명했다.
 
박 선임 연구위원은 "기술 블록화는 어느 한쪽이 승리하지 않으면 결국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이어진다"며 "절반의 세계는 아마존에서 쇼핑하고, 절반의 세계는 알리바바에서 쇼핑하는 세계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이 선택을 미뤄선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향후 표준 기술의 규범 수립에 서둘러 참여해야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며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시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연속토론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 미국의 시각 vs. 중국의 시각' 연속 토론회는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와 서울대 글로벌리더스프로그램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11월 17일(화)에는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장이, 24일엔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와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이 집중 토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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