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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는 왜 트럼프 손절했나···한인 당선자가 밝힌 이유

중앙일보 2020.11.12 05:00
이번 미국 대선과 함께 진행된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79지역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한인 2세 프란체스카 홍은 ″선거 전날부터 지역에선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줌으로 진행했다. [김필규 기자]

이번 미국 대선과 함께 진행된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79지역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한인 2세 프란체스카 홍은 ″선거 전날부터 지역에선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줌으로 진행했다. [김필규 기자]

"그들은 코로나19를 정치 이슈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대응에 실패했죠. 그게 선거에 진 이유입니다."
 

주 하원의원 당선 프란체스카 홍 인터뷰
위스콘신주 첫 아시아계 여성 주의원
"코로나 이후 극심한 분열에 정치 도전"
"트럼프 대규모 유세해도 확장성 없어"
"코로나19를 정치이슈 만든 것도 패인"

미국 대선의 승부처 중 하나였던 위스콘신의 한인 2세 프란체스카 홍(32, 한국명 홍윤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원인을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했다. 개표 과정에서 양측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벌어졌지만, 현지에선 선거 전부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감지됐다고 했다.
 
홍 씨는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76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백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스콘신에선 첫 아시아계 여성 주의원이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줌으로 진행했다.
 
홍 씨는 아버지가 1988년 위스콘신으로 유학 오면서 위스콘신에서 태어났다. 남편과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너무나 무능한 정치권을 보면서 정치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는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분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에 바이든 응원 스티커를 붙이고 가면 트럼프 지지자가 따라옵니다. 처음엔 별 반응이 없다가도 제가 아시아 여성인 걸 보면 옆으로 바싹 붙어 소리를 지릅니다. 예전엔 모두 없었던 일이죠."
 
이번 미국 대선과 함께 진행된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79지역구)에 출마한 한인 2세 프란체스카 홍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홍씨는 위스콘신에서 첫 아시아계 여성 주의원이 됐다. [프란체스카 홍 제공]

이번 미국 대선과 함께 진행된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79지역구)에 출마한 한인 2세 프란체스카 홍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홍씨는 위스콘신에서 첫 아시아계 여성 주의원이 됐다. [프란체스카 홍 제공]

대통령이 코로나19를 항상 "차이나 바이러스", "쿵푸 바이러스"라고 불렀던 탓인지, 사람들의 평상시 시선도 달라졌다고 했다. "영어 할 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는 게 다반사가 됐다. 홍 씨는 "세금 꼬박꼬박 내며 사업하는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내가 미국인임을 항상 설명해야 하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마이너리티들을 결집했고, 지난 대선, 붉은색이었던 위스콘신을 비롯한 북부 경합 주들이 근소한 차로 푸르게 바뀐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봤다. 10일(현지시간) 기준 위스콘신에선 99% 개표가 진행됐는데 49.6%대 48.9%로,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확정됐다.
  
위스콘신은 1988년 대선 이후 민주당 후보가 진 적이 없을 정도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지만, 2016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 불과 2만 2748표 차이였다. 러스트 벨트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에 중산층 노동자와 농민들의 표가 넘어갔다. 막판에 터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등에 투표소를 찾지 않은 민주당 지지자도 많았다.
 
지난 대선 미시간·펜실베이니아까지 포함한 '러스트 벨트'를 모두 차지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지난달 24일 위스콘신에선 영상 2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수천 명을 모아 대규모 유세를 강행하며 세를 과시했다. 선거 마지막 날 5개 도시를 몰아서 다닐 때 위스콘신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영상 2도의 추운 날씨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 워커샤에서 대규모 야외 유세를 강행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위스콘신에서 유세를 했다. 올 가을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이 지역 의사들은 "유세를 중단해달라"는 공개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영상 2도의 추운 날씨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 워커샤에서 대규모 야외 유세를 강행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위스콘신에서 유세를 했다. 올 가을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이 지역 의사들은 "유세를 중단해달라"는 공개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홍 씨는 이런 유세가 '그들만의 잔치'였다고 봤다. 상당수 주민은 냉소적이었다는 것이다. "유세장의 열기가 주변으로 퍼지지 않는 게 느껴졌다"며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외연을 넓히는 효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당시 위스콘신주는 매일 5000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던 상황이었다. 확진율도 27%나 됐다. 병원 침상이 부족하고 의료진 감염이 일어나면서 위스콘신 지역 의사 20여 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세를 중단해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홍 씨는 공화당이 다수인 주의회에서 코로나19 방역 관련 조치를 사사건건 방해했다며 "팬데믹을 정치화하고 권력 문제로 만들면서 공동체를 힘들게 한 것이 표심을 바꾸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 지역만의 변수도 있었다고 한다. 위스콘신은 미국 최대의 낙농 지역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곡물 수출이 어려워졌고, 위스콘신의 낙농가가 입은 타격도 컸다.
 
지난 8월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자신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진 곳도 위스콘신 커노샤였다. 이후 격렬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벌어졌고, 자경단 소속 17살 백인 소년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는 등 혼란은 극에 달해다.
 
지난 9월 1일 위스콘신 커노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해지면서 파괴된 시설을 둘러보며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1일 위스콘신 커노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해지면서 파괴된 시설을 둘러보며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극우 무장세력이 그의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따르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고 했다.
 
지역에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민심도 하나둘 떠났다. 홍 씨는 "대통령이 '법과 질서'를 강조했지만 결국 그걸 지킬 책임은 트럼프에게 있었다"고 지적했다.

 
"평소 공감 능력이 있고 다양성을 이해하는 대통령을 바랐다"는 홍 씨는 그래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누구보다 반긴다고 했다.
 
내년 1월 4일 주 의원에 취임하면 지역 소상공인과 공공 교육에 초점을 맞춰 의정활동을 펴고 싶다고 했다. 내년에 유치원에 들어가는 아들이 차별 없이 똑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위스콘신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담담히 포부를 밝혔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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