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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국양제 체제는 끝났다" 홍콩 민주파 의원 전원 총사퇴

중앙일보 2020.11.12 01:25
“홍콩 민주화 투쟁 종말의 전조(death-knell)” 
-클라우디아 모(毛孟静) 홍콩본토(香港本土) 당 대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체제는 끝났다”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대표  
 
가디언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진영 입법의원(국회의원) 15명 전원은 11일 오후(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2일 의원직을 총사퇴한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손을 맞잡고 “홍콩 파이팅(加油), 우리는 함께 선다!”고 외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대표, 클라우디아 모(毛孟静) 홍콩본토(香港本土) 당 대표 등 홍콩 범민주진영 의원들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총사퇴를 밝히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대표, 클라우디아 모(毛孟静) 홍콩본토(香港本土) 당 대표 등 홍콩 범민주진영 의원들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총사퇴를 밝히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우치와이 홍콩 민주당 대표는 “오늘, 우리는 우리 동료 의원이 중앙 정부의 무자비한 조치로 의원직이 박탈됨에 따라 의원직을 총사퇴함을 밝힌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홍콩 기본법에서는 권력 분립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오늘, 중앙정부 결정은 권력 분립을 없애겠다는 것을 뜻한다”며 “모든 권력은 중앙정부의 꼭두각시인 행정장관에게 집중돼 있다. 오늘은 일국양제 체제의 끝”이라고 비판했다.
 
클라우디아 모 홍콩본토 당 대표는 “이번 결의안은 중국이 홍콩 민주화 투쟁에 종말의 전조를 울리는 것”이라며 “지금부터 그들은 정치적으로 틀렸거나, 비애국적이거나, 아니면 단순히 보기 좋지 않은 모든 의원의 직을 박탈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 등을 근거로 한 ‘국무원 홍콩특별행정구 입법회 의원 자격 문제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입법의원들의 자격 요건에 ‘애국심’을 추가하고, 홍콩 독립을 조장하거나 지지하거나 '외세 개입'을 요청하는 경우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결의안 통과 직후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민주진영 공민당 소속 앨빈 융(楊岳橋)·궉카키(郭家麒)·데니스 궉(郭榮鏗)·케네스 렁(梁繼昌) 등 4명 의원의 직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지난해 미국 정관계에 ‘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한 것이 빌미가 됐다.  
 
람 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애국자들로 구성된 정치체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법안이 더 효율적으로 통과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이에 람 장관이 “(법안 통과의 효율성을 위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원직이 박탈된 렁 의원은 RTHK와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슬픈 날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영광스러운 날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모두 사퇴한다. 하지만, 홍콩에는 영감과 결의, 희망, 가치를 갖추고 있는 시민들이 더 많다. 이들이 우리의 뒤를 이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들이 홍콩의 핵심 가치를 위한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궉카키 의원은 트위터에 “그동안 입법회에서 홍콩 시민들을 섬길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지켜내는 한, 새로운 희망은 떠오를 것이다. 역사는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데니스 궉 의원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싸움의 결과가 의원직 박탈이라면,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비어 있는 홍콩 입법회 본회의실 모습.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비어 있는 홍콩 입법회 본회의실 모습.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이에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번 결정은) 홍콩 협정 하에서 유지된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자유에 대한 추가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홍콩민주주의협회’도 “야당 의원 4명의 의원직 박탈로 중국 공산당은 세계에 홍콩 행정부와 그 수장을 자신들이 조종하고 있을뿐더러, 그들이 홍콩 입법부에도 절대적 통제권을 뻗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 상태의 홍콩 입법부에는 야당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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