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인의 순진함 거슬려" 바이든 통합론 때린 美칼럼니스트

중앙일보 2020.11.11 17:54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 연설에서 제시한 ‘통합과 치유’ 메시지에 미 언론 상당수가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한편에선 낭만적인 상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미 분열이 굳어진 정치 환경에서 대통령 한 명이 미국을 얼마나 바꿀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자난 가네시
"바이든 통합구상, 의심할 여지 없이 실패할 것"
"극심한 워싱턴 당파주의는 극복할 문제 아냐"
"인위적 통합 노력보단 경제 집중이 통합에 도움"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자난 가네시는 10일(현지시간) ‘바이든은 미국을 통합하지 못할 것’이라는 칼럼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 재임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하고, 나토를 강화하는 등 업적을 남길 수 있겠지만, 여기엔 국민 통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임자인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는 물론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까지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화해의 말(olive branch)을 남겼지만 모두 실패했고, 바이든도 의심의 여지 없이 예외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한 승리 연설에서 “지금은 미국을 치유해야 할 시간”이라며 “빨간색 주(공화당 성향의 주), 파란색 주(민주당 성향의 주)가 아닌 미합중국을 바라보면서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댈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선거 승리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웃음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댈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선거 승리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웃음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가네시는 그 이유로 극심한 당파주의(partisanship)를 꼽았다. 그는 “당파주의는 워싱턴의 구조와 문화에 기인한다”며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이 제아무리 온화한 성격으로 화합을 추구한다고 해도 정치 환경의 분열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클린턴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비슷한 방식으로 통합을 추구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가네시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08년 미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2년 뒤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사례를 거론했다.
 
칼럼은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와 바이든의 승리연설을 비교하며 해리스 당선자의 시각이 차라리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가네시는 서로 결혼도 하지 않으려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대립을 언급한 뒤 “해리스가 민주당의 승리를 과학의 승리로 비유한 것에서 이 같은 사고방식이 잘 드러난다”고 해석했다. 해리스는 당시 연설에서 “여러분들은 희망, 단합, 품위, 과학, 그리고 진실을 택했다”고 당선 의미를 설명했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분리해 보는 그의 시각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네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 절반의 표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이미 둘로 쪼개진 미국을 상징한다고 봤다. 칼럼은 “지난주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그 사이 공화당은 의회에서 세를 불렸다”고 적었다. 가네시는 수위를 더 높여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의 치유와 통합 메시지는 77세가 갖는 아이의 순진함처럼 거슬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미 대선과 함께 실시된 상원 선거는 11일 현재 공화당이 전체 100석 가운데 49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돼 민주당(48석)보다 한 석이 많다. 하원의원 선거에선 민주당은 현재 개표까지 총 435석 중 218석을 차지해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지만, 압승을 예상한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당초 하원에서 민주당 의석은 232석, 공화당 의석은 197석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선언을 하기 전에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선언을 하기 전에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네시는 바이든 당선인의 순진한 발상이 그가 정치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의 환경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화당조차 (불법행위를 한 자기 당 출신인) 닉슨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했던 정당 체제 분위기 속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한 바이든 당선인은 (그때 그랬듯이) 갈등을 일탈로 보고 선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썼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냉전 시대 소련이라는 외부 위협에 국내 분쟁을 자제한 특수한 사정 때문이라는 게 가네시의 분석이다. 그는 현재 중국의 위협이 소련의 역할을 대신해 미국의 단합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봤다.
 
가네시는 "바이든이 통합을 추구하려면 차라리 4년간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게 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냉소적인 제안으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통합을 위해 인위적으로 노력하기보다 차라리 경제 이슈에 집중하는 게 통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