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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냐 지하실 내려가나…날개잃은 달러 가치는 어디로

중앙일보 2020.11.11 17:04
바이든 당선으로 달러화 가치 더 떨어질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바이든 당선으로 달러화 가치 더 떨어질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달러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재정지출을 강조하는 민주당 대통령이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되면서 달러화의 자유낙하에는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럼에도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내려갈지, 바닥을 찍고 반등의 기지개를 켤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달러화 가치는 지난 3월 최고점에서 11%가량 하락했다.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올해 들어 4.32% 하락했다. 달러가 힘을 잃으며 같은 기간 유로(5.86%)와 스위스 프랑(6.29%), 일본 엔(3.3%)의 몸값은 뛰었다. 최근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 위안화(5.55%)와 강세를 이어가는 원화 가치(4.11%)와 비교해도 격차는 크다.
 
 이미 힘이 빠진 달러화 약세 전망에 힘을 싣는 건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이다. 민주당의 집권은 달러 약세의 동의어로 여겨진다. 재정 지출을 강조하며 시장에 돈을 풀면 통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상황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 3월 정점을 찍은 뒤 미끄럼틀을 탔다. 시기적으로 미국 경기가 사장 최장의 확장 국면(2009년 6월~2020년 2월)을 일단락하고 수축 국면으로 접어든 지난 3월과 맞물린다. 
 
미국의 장기국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한 것도 달러화 약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장기국채 실질금리는 지난 6월부터 큰 폭으로 하락해 -1.1%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며 미 달러화 값을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해왔다. 달러를 떠난 투자자금은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국채 등으로 쏠리면서 위안화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매력 감소에도 이유가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위해 ‘탈(脫) 달러’ 흐름에 올라타면서 달러의 몸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의 비중은 2015년 1분기 66%에서 지난해 4분기 60.7%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위안화는 1.1%에서 1.9%, 일본 엔화는 3.8%에서 5.7%로 확대됐다.
달러 약세 속 몸값 오른 통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달러 약세 속 몸값 오른 통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사면초가에도 미 달러의 반격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온다. 달러 약세 요인이 이미, 그리고 충분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달러 하락 속도의 둔화를 근거로 댄다. 이번 주 달러화 가치가 1유로당 1.18달러에서 1.14달러로 오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트 럼펠틴TD증권 전략가는 “미국 달러 약세에 대한 전망에는 조심스럽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른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도 달러 강세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의 몸값이 오를 수 있어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충격을 막기 위해 돈줄을 푸는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달러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츠텔외환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추가 부양책에 나서면서 해당 국가의 통화 강세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규모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비해 적었던 탓에 유로화 강세가 나타나며 달러 가격 하락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ECB가 유로화 강세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디플레이션 압력을 강조해온 만큼 ECB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치면 달러 약세가 더 이어지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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