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이자, 일반 백신과 다르다···30년전엔 천대받았던 이 백신

중앙일보 2020.11.11 06:00 종합 4면 지면보기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스티커가 붙은 작은병에서 의료용 주사기로 백신 후보 물질을 뽑고 있다. 최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스티커가 붙은 작은병에서 의료용 주사기로 백신 후보 물질을 뽑고 있다. 최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3상 임상 시험에서 예방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인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일단 화이자 등이 개발 중인 백신은 기존에 널리 알려진 백신과는 다른 'mRNA 백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mRNA 백신은 어떤 원리로 코로나19로부터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일까.
앞으로 일반인들이 이 백신을 맞을 수 있으려면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까 궁금해진다.

 

바이러스 주입 백신과는 달라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바이러스의 단백질, 즉 항원이 인체에 들어오면 몸에서는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항체가 형성된다.
 
항체가 바이러스를 물리치면, 인체 면역계는 싸움에서 승리한 항체를 기억한다.
다음에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오면 면역계에서는 그 항체를 재빨리 대량으로 만들고 바이러스를 막아 병에 걸리지 않도록 막아준다.
 
전통적인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거나 죽인 다음 사람에게 주사하는 방식이다.
병에 걸릴 위험은 낮추고 항원은 유지해 항체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백신 중에는 감염 위험을 더욱 낮추기 위해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기 보다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일부만 주사하는 방식도 있다.
또 스스로 증식이 불가능하도록 바이러스를 조작해서 사용하는 백신도 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 대신에 mRNA를 주사한다.
mRNA는 세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물질 RNA(리보핵산)의 하나다. 메신저 RNA 혹은 전령 RNA로 불린다.
 
mRNA는 세포의 DNA(데옥실리보핵산) 속에 저장돼 있는 유전 정보가 단백질이란 형태로 발현될 때 거쳐야 하는 중간 과정이다.
mRNA 염기서열에 담긴 정보는 해당 단백질의 아미노산 순서 정보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대신 주사한 mRNA는 사람 몸에서 바이러스 단백질(항원)을 만들고, 그 단백질에 대해 인체 면역계가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바이러스 단백질 만드는 mRNA 주사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후보 [사진 화이자]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후보 [사진 화이자]

mRNA 백신이 본격적으로 연구된 것은 10년 이내다.
mRNA가 발견된 것이 1961년이고, 외부에서 들어간 mRNA가 세포 속에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 1990년이었다.
 
mRNA 백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30년 전에 파악했지만, 투자가 따르지 않아 연구는 지지부진했고, 2~3년 전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mRNA 백신은 기존 백신들에 비해 몇 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
우선, 바이러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非)감염성이다.
또, mRNA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어 필요한 단백질(항원)을 쉽게 생성할 수 있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mRNA 백신을 만들려면, 당연히 mRNA를 만들어야 한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RNA나 DNA)에서 특정 단백질(항원)을 생산하도록 명령하는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고, 여기에 해당하는 mRNA를 만들게 된다.
 
만들어진 mRNA는 다양한 변형을 거치게 되고, 이를 통해 체내에서 mRNA의 수명(반감기)도 조절할 수 있다.
 
mRNA를 만든 다음에는 이를 사람에게 주입해야 한다.
 
mRNA만 달랑 주입하면 금방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만들 때까지 파괴되지 않도록 '포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파이크 단백질 생성 유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조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조

화이자 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의 개발을 시작한 초기에는 두 가지를 시도했다.
하나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중에서도 사람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단백질 부위(RBD)와 관련된 mRNA 백신(BNT162b1)이었다.
다른 하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다른 부분에 해당하는 백신(BNT162b2)이었다.
 
지난 6월 말 사전공개한 논문에서 화이자는 BNT162b1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고, 9월 초에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두 가지 백신에 대한 1상 결과를 공개했다.
화이자 측은 두 가지 가운데 BNT162b2을 선택해 2상과 3상을 진행했고, 이번에 공개한 3상 결과도 BNT162b2에 대한 내용이다.
 
BNT162b2은 기본적으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변형시킨 뉴클레오시드(nucleoside) 백신이다. mRNA에 당(糖)을 결합시킨 형태다.
 
이 변형 mRNA는 세포막과 같은 지질(lipid) 성분으로 둘러싼다.
mRNA는 결국 나노 크기의 지질 입자 형태가 되고, 최종적으로 이것이 사람 몸에 주입된다.
 
화이자의 mRNA 백신은 미국 정부가 추진한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으로 선택됐다. 정상적인 백신 개발 과정을 압축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화이자는 지난 7월 27일 3상 임상 시험을 시작했고, 11월 8일 현재 4만3538명이 참가자로 등록돼 3만8955명이 두 차례에 걸쳐 접종을 받았다고 밝혔다.
화이자 측은 "평가 가능한 94개 사례를 보면 2차 접종 7일 후 백신 효능률이 90% 이상이었다"며 "다만 연구가 계속 진행되면 백신 효능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그래픽] 백신 개발 임상시험 단계

[그래픽] 백신 개발 임상시험 단계

만 62세부터 69세 어르신에 대한 무료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어르신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 62세부터 69세 어르신에 대한 무료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어르신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이자 측은 다음 주 중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상 사용 승인(EUA)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3상 시험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화이자의 mRNA 백신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은 mRNA 백신으로 면역을 얻었다 해도 얼마나 지속할 것이냐가 과제다.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지속할 것인지 연구 기간이 짧아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 항체와 관련한 연구를 보면 항체 유지 기간이 3~4개월 정도로 짧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자 등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도 검증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는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다른 백신과는 달리 mRNA 백신은 보관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일반 백신은 영상 4도 정도에서 냉장 보관하면 되지만, mRNA는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상온에 노출되면 쉽게 파괴된다는 의미다.
 
이는 액체 질소 등에 담아둘 수 있도록 특수한 저장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고, 전 세계로 보급을 확대하는 데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냉장 보관할 수 있는 mRNA 백신의 개발도 필요한 상황이다.
화이자 백신 보관온도

화이자 백신 보관온도

mRNA 백신이 인체 내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고, 자가면역과 관련된 인터페론 반응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백신 접종 전에 자가 면역 위험이 높은 개인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편,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모더나(Moderna)에서도 mRNA-1273이란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백신 후보도 임상 시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에 강한 항체 반응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