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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계산된 버티기였다…측근들에 "2024년 재출마 검토"

중앙일보 2020.11.10 16:59
"I will be back"(나는 돌아갈 것이다.)   

7100만표 득표에 '정치적 팬덤' 도 강력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도 '징검다리 중임'
"선거 사기 주장 속내는 재선 명분 쌓기"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군 병원에 입원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곧 백악관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였다. 
 
대선 결과에 승복하라는 압박 속에서도 버티기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놓고 이런저런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캠프 주변에선 2024년 재출마도 검토 중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말 트럼프는 또 한 번 '돌아오겠다'는 메시지를 외칠 심산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스털링 버지니아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을 떠나며 지지자들에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스털링 버지니아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을 떠나며 지지자들에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사석에서 2024년 출마를 논의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매체는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참모들에게 4년 뒤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론상으로 트럼프의 재출마는 가능하다. 미 대통령의 임기는 두 번으로 제한돼 있지만, 꼭 연임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약 7100만 표를 얻었다.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낙선자다. 지지자들 사이의 열성적인 팬덤이란 여느 정치인이 갖지 못한 자산도 갖고 있다     
  
재선 도전에 한 차례 실패했다가, 다음 대선에 도전해 다시 대통령으로 재임한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AP=연합뉴스]

재선 도전에 한 차례 실패했다가, 다음 대선에 도전해 다시 대통령으로 재임한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AP=연합뉴스]

미국에서 '징검다리 중임'은 흔치는 않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은 1885~1889년, 1893~1897년 두 차례 대통령을 역임했다. 그는 1888년 재선에 도전했으나 총득표수는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패배했다. 하지만 1892년 재출마한 대선에서 이겨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백악관 역사협회의 기록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시스 폴섬 클리블랜드 여사는 1889년 백악관을 떠날 때 직원들에게 "백악관 가구와 장식을 지금처럼 잘 보존해 달라. 4년 뒤 우리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도 '트럼프 재출마설'을 잇따라 띄우고 있다. '친 트럼프'로 불리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9일 폭스 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 대한 법적 다툼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해야 하며, 그렇게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8일 스털링 버지니아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8일 스털링 버지니아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북아일랜드 특사로 재임 중인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진다면, 2024년 재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거대 언론사를 설립하려 한다는 시나리오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대선 결과를 뒤집기 어려워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버티는 것도 4년 뒤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진단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제이슨 라이플러 영국 엑서터대 정치학과 교수는 영국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공하지 못하면서도 이번 선거를 계속해서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2024년 재선 출마의 명분을 (여기에서) 쌓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9일 트럼프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스탑 바이든'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 트럼프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스탑 바이든'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행보를 보면 재출마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고 진단했다. "계속해서 이번 선거는 부정 선거라고 주장해 자신의 지지층을 붙들어 놓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하는 4년 내내 '부정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프레임으로 괴롭혀 결국 4년 뒤에 백악관을 탈환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은 사기였고, 나는 부정 선거에서 졌으므로 다시 재선에 도전한다"고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24년에 트럼프 대통령은 78세, 바이든 당선인은 81세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나이를 감안하면 재선에 도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미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미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관건은 2024년 대선에 나설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승리했던 것보다 이번 선거에서 더 많은 득표수로 공화당에 그 영향력을 보여줬다"면서 "만약 그가 2024년 재선 출마를 결정할 경우 유권자 지지도를 고려할 때 그는 유력한 경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백만 명의 공화당 유권자들에 대해 보기 드문 영향력을 갖고 있어, 당내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들의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출마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9일 뉴욕타임스(NYT)는 관리자들의 말은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이 아니더라도 공화당 내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부자 수에 제한이 없이 기부금을 받아 다른 후보들에게 나눠주는 정치활동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8일 골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8일 골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선 캠프의 팀 머토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선거 사기와의 싸움과 같은 그가 관심있어 하는 이슈들과 후보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이런 계획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맷 고먼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어떤 전임자들과도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부터 참모들에게 만약 이번 선거에게 바이든 후보에게 질 경우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신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만약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팬덤을 바탕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공화당 일각에서 나오는 승복 선언 권유를 무시하는 건 재출마 때 '공화당 경선에 목매지 않겠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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