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중앙지검, 윤석열 부인 회사 압수수색 영장 통째 기각당했다

중앙일보 2020.11.10 16:43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뉴스1]

서울중앙지검이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통째로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이 김씨에게 임의수사 의사도 묻지 않고 곧바로 강제수사에 착수하려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검찰 내에서는 "중앙지검이 월성 원전 1호기 수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 "증거 임의제출 가능성, 영장 집행시 법익 침해 중대" 

1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정용환 부장)는 전날 법원에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주요 증거들에 대한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영장 집행시 법익 침해가 중대하다"는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기각 사유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법원이 주요 증거들에 대한 임의제출 가능성을 언급한 데는 수사팀이 김씨에 대한 조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 측은 "수사팀에서 연락 한 번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경과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성윤, 원전 수사 보복 위해 윤석열 몰아내기 앞장"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지난 5일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사건을 포함한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을 특수 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2부에 배당했다. 대형 비리와 부정부패 사건을 다뤄온 특수 수사 부서에 사건을 배당해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정용환 반부패수사2부장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라인으로 통한다. 수사팀에는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일부가 포진해 있다. 
 
검찰 내에서는 배당 시기를 두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전방위 압수수색이 이뤄진 날 사건 배당 사실을 공지해서다. 사건이 고발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 특수부에 배당한 점도 석연찮다. 
 
사건 배당에 이어 강제 수사 시도까지 이어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여권이 바라는 윤 총장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중앙지검이 나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의 한 간부는 "임의수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검찰개혁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이 지검장이 원전 수사 보복을 위해 윤 총장 몰아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한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에서 직원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한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에서 직원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뉴스1

 

전시회 협찬 계약은 언론사가 했는데…

이 사건은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가 2019년 6월 전시회를 개최할 당시 대기업 협찬이 4곳이었다가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시점에 16곳으로 늘어난 점이 암묵적 청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연대가 지난 9월 윤 총장과 김씨를 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협찬 기업들의 계약 상대방은 코바나컨텐츠가 아니라 전시회를 주최한 언론사였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협찬을 받은 회사는 언론사이고, 김씨는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전시회 협찬이 완료된 시점도 윤 총장이 총장 후보로 추천된 2019년 6월 17일 이전이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시민행동) 상임대표가 9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고발장을 들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시민행동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를 뇌물수수, 공직자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뉴스1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시민행동) 상임대표가 9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고발장을 들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시민행동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를 뇌물수수, 공직자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뉴스1

법조계에서는 법리적으로도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총장이나 김씨가 직접 이익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인 코바나컨텐츠 법인과 언론사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 직접뇌물수수가 아닌 제3자 뇌물수수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단순히 직무관련성으로만 범죄가 성립하지 않고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막연히 선처를 기대하고 제3자에게 금품을 준 것은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코바나컨텐츠가 아닌 주최사인 언론사에 대한 협찬이라는 점만 확인되면 즉시 무혐의 처분해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강광우·이가영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