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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보스턴다이내믹스…현대차, IT 거인들과 합종연횡

중앙일보 2020.11.10 16:38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CES에서 공개한 엘리베이트 콘셉트. 4개의 다리가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 파충류나 사족보행 포유류처럼 걸을 수 있고 다리 끝에 달린 바퀴를 굴려 일반 도로에서는 자동차처럼 주행할 수도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CES에서 공개한 엘리베이트 콘셉트. 4개의 다리가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 파충류나 사족보행 포유류처럼 걸을 수 있고 다리 끝에 달린 바퀴를 굴려 일반 도로에서는 자동차처럼 주행할 수도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자동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를 미래 3대 사업으로 제시한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뒤처졌던 타 업종 강자와의 연합, 인수·합병(M&A) 등으로 미래 차 ‘대전(大戰)’을 모색 중이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의 로봇 전문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현대차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거래는 최대 10억 달러(약 1조1150억원) 규모이며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지난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연행사에서 유모차를 인지해 멈춰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지난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연행사에서 유모차를 인지해 멈춰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대차, 보스턴 다이내믹스 품에 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출신 연구진이 1992년 설립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네 다리로 걷는 로봇 개 ‘스팟(spot)’으로 유명하다. 옆에서 밀어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실제 사족보행 동물처럼 걷는 로봇이다. 2015년 선보인 스팟은 초당 1.58m 속도로 뛰거나 계단을 오를 수도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유명하지만 양산화에 성공하지 못해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2013년 구글이 인수했다가 2017년 소프트뱅크에 매각했다. 블룸버그는 “협상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조건은 바뀔 수 있고,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다양한 전략적 투자와 제휴 기회를 지속 모색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나 홀로 성장’에 주력하면서 글로벌 합종연횡 대열에서 동떨어진 것 아니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난해 자율주행 전문업체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20억 달러(액 2조2300억원)를 투자하는 등 외부 M&A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로봇 분야는 UAM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분야다.  
현대차가 개발 중인 신개념 모빌리티 콘셉트. 로봇과 자동차가 결합한 형태여서 일반 도로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접근이 가능하다. 재난 지역의 구호 차량이나 험지, 이동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수단이 된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개발 중인 신개념 모빌리티 콘셉트. 로봇과 자동차가 결합한 형태여서 일반 도로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접근이 가능하다. 재난 지역의 구호 차량이나 험지, 이동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수단이 된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지난 9월 미국 실리콘 밸리에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자동차와 로봇을 결합한 신개념 모빌리티 연구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소비자가전 전시회(CES)에서 공개했던 계단을 오르는 자동차 ‘엘리베이트 콘셉트카’는 공개 당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바퀴로 도로를 달리다 험로나 계단을 만나면 도마뱀처럼 사족 보행을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기술 개발과 양산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레그 타입 로봇(발 달린 로봇) 분야 최고 기술을 가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성사 여부는 시장성 있는 가격에 양산할 수 있는지, 핵심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이 2030년 로보틱스 목표를 잡아둔 만큼 현대차가 갖고 있지 않은 앞선 기술을 M&A를 통해 채워나가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시가총액에서 인텔을 앞서고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까지 인수한 엔비디아는 미래 차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최강자를 노리고 있다. 지난 9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컴퓨텍스 전시회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가총액에서 인텔을 앞서고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까지 인수한 엔비디아는 미래 차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최강자를 노리고 있다. 지난 9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컴퓨텍스 전시회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도체 강자’ 엔비디아와 협업

현대차그룹은 이날 ‘반도체 초강자’인 엔비디아와 기술 개발 및 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영상정보처리장치(GPU) 업체로 출발한 엔비디아는 올해 시가총액에서 인텔을 역전하고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인수했다. 미래 차 통합 시스템온칩(SoC), 인공지능 컴퓨팅 분야의 선두 업체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자동차용 솔루션인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적용해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를 개발했다. 올해 출시한 제네시스 GV80·G80 등에 적용했고 이를 더 고도화해 2022년 출시하는 차량부터 확대 적용하는 게 목표다. ccOS는 컴퓨터의 운영체제처럼 자동차와 사물 간 통신(V2X)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차 통합 시스템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차 통합 시스템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초고속 통신망에 연결해 주행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운전자에게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도로 상황이나 날씨부터 운전자가 원하는 이커머스, 개인화 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처리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전기차와 함께 미래 차 분야의 핵심 기술로 통한다
 
엔비디아 드라이브는 이미 반(反) 테슬라 진영의 대표 솔루션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지난 9월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발표회에 영상으로 등장해 엔비디아 드라이브 기반 기술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솔루션을 이용하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자율주행을 비롯한 자동차의 모든 하드웨어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업에 이어 보스톤 다이내믹스 M&A까지 성사된다면 현대차가 그동안 부족했던 글로벌 합종연횡의 주류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우 지금까지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구성원의 독립성이 강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엔비디아 역시 현대차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공고한 협력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핵심 기술을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 부호가 달리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차 통합 시스템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차 통합 시스템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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