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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손녀 증여세 피하려 공익법인 동원, 이렇게 또 29억 샜다

중앙일보 2020.11.10 15:43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 [연합뉴스]

일부 공익법인이 출연자(출연 기업 대표 등)의 자녀나 손자를 공익법인 임직원으로 등록해 편법으로 급여를 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은 기업 대표 등이 공익법인을 통해 불법으로 재산을 상속·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익법인이 출연자 가족 등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만약 급여를 주면 국세청은 가산세를 부과해야 하지만, 그런 조치도 없었다.
 
감사원은 총재산 10억원 이상 학술·장학 재단(공익법인) 1108곳을 감사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2010~2018년 공익법인 26곳이 출연 기업 대표의 가족, 친인척 등을 임직원으로 올리고 급여를 지급했다. 이렇게 급여를 받은 출연자와 특수관계인 임직원은 31명이었고, 지급된 급여 총액은 29억여원에 달했다. 
 
예컨대 한 재단은 재단에 기부한 출연자의 손자에게 2010~2015년 총 1억1000만원을 지급했다. 출연자의 자녀에게 2013~2018년 총 4억1000만원을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상증법은 이런 방식으로 지급된 급여 전액을 공익법인이 가산세로 내도록 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이들 공익법인에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해당 공익법인에 가산세를 부과하라고 관할 세무서장에게 통보했다.
 
감사 결과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악용해 세금 혜택을 받고서는 공익사업엔 그 혜택보다 적은 액수만 지출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성실공익법인은 외부 감사를 받거나 결산서류를 공시하는 등 8개 조건을 충족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대신 성실공익법인은 출연 재산의 1%를 공익사업에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 확인 결과 7개 재단의 경우 2018년 출연 재산은 평균 1465억여원이었지만, 공익사업비는 평균 약 6억원만 지출했다. 이 중 4개 재단은 일반 공익법인이었다면 냈어야 하는 가산세를 연간 평균 41억여원씩 면제 받으면서도, 공익사업비에는 9억원 정도만 지출했다.  
 
다만 이번 감사 결과 불법 행위가 적발된 공익법인 중 대기업이 출연한 공익법인은 없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세청은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310곳은 세법상 의무사항을 잘 지키고 있는지 매년 검증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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