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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부치지 않은 편지' 노랫말은 어떻게 나왔을까...정호승 산문집 보니

중앙일보 2020.11.10 15:38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와 산문을 엮어낸 새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호승 시인. 뉴스1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와 산문을 엮어낸 새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호승 시인. 뉴스1

김광석 ‘부치지 않은 편지’, 안치환 ‘맹인 부부 가수’는 정호승(70)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다. 그의 시는 서정적이면서도 삶의 구체적 지점을 포착한다. 대중 음악인들이 정호승의 작품을 즐겨 노래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인 정호승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시 60편 골라 그에 대한 글 곁들여

정호승 시인이 48년 동안 쓴 시는 1000여편. 그 중 60편을 추리고 여기에 대해 쓴 산문집을 냈다. 이달 나온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비채)다. ‘수선화에게’ ‘서울의 예수’ ‘봄길’ 과 같은 그의 대표작과 ‘부치지 않은 편지’ ‘이별노래’ 처럼 노래가 된 시, 각 작품에 대한 산문을 포함했다.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시인은 “지금까지 시는 시대로 시집으로 묶고, 시에 대한 계기나 배경은 산문집으로 따로 엮어서 내곤 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니 시와 산문이 하나의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972년 등단해 시집 13권을, 2006년·2013년에 산문집을 냈지만 시와 산문을 함께 쓴 책은 처음이다. 그는 “다들 시가 어렵다고 하는 시대다. 하지만 시를 쓰게 된 서사,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시와 한 상에 차리면 이해하는 데 훨씬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정 시인은 “서사가 구체적 배경이 된 시를 골라 실었다”고 말했다.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로 시작하는 시 ‘맹인 부부 가수’ 뒤에는 1977년 서울 광화문에서 부부를 한참 동안 지켜봤던 시인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산문에서 밝힌다. 슬픔에서 기쁨을, 절망에서 희망을 노래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물었던 경험이다. 김광석이 노래한 '부치지 않은 편지'는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생각하며 썼다고 했다. 정 시인은 "김광석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깊은 울음이 솟는다"고 고백했다. 또 이 노래를 녹음한 다음 날 세상을 떠난 김광석에 대한 애틋함도 이번 책에서 털어놓는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로 끝나는 시 ‘산산조각’은 2000년 인도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상이 부서질까 노심초사했던 시인의 깨달음에서 나왔다고 했다. 걱정을 안고 사는 시인을 부처님이 불러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노?”라고 야단쳤다는 상상의 장면이 산문에 생생하게 담겼다. 또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위해 쓴 시이며 결국 어머니의 관 속에 넣어드린 작품이었다는 이야기를 이번 책에서 들려준다.  
 
이렇게 정 시인은 경험에 바탕을 둔 시를 추리고, 그 경험을 다시금 이야기하면서 결국 인생에 대해 통찰한다.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라는 ‘산산조각’의 마지막 부분은 저에게 삶의 위안과 힘을 줬다.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 섞인 삶도 위안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다.” 또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는 구절로 사랑을 받았던 시 ‘수선화에게’를 예로 들며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므로 긍정해야 한다. 그걸 이해해야 외로움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책의 제목도 이 시에서 나왔다.
 
“48년 동안 시가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시를 쓸 수 있었다”고 한 정 시인은 “세상을 떠날 때 ‘써야 할 시가 이제는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가슴 속에 있는 시를 빨리 다 쓸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는 “인내의 힘을 누구나 지니고 있기 때문에 참고 기다려야 한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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