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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초마다 태어나는 아이들, 그땐그랬지'…'문화영화'로 본 80년대 이야기

중앙일보 2020.11.10 15:14

'산아 제한'부터 올림픽, 외환위기 홍보물

인구증가를 막기 정부는 '자녀계획'을 문화영상으로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다. [사진 국가기록원]

인구증가를 막기 정부는 '자녀계획'을 문화영상으로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다. [사진 국가기록원]

 
“초침 소리가 51번씩 울릴 때마다 저 아기들이 한명씩 태어나죠. (중략) 멈출 줄 모르고 늘어나기만 하는 인구 문제는 거의 모든 영역에 충격을 줍니다.”
 
 “아이를 너무 많이 낳는다”며 나라가 출산아 제한에 나선다면?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가족계획’을 강조한 나라가 있다면?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우리 정부는 1983년 산아제한과 ‘가족계획’의 필요성을 담은 영화를 제작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51초에 한명이 태어나는 1980년대엔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나라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문화영화’를 별도로 제작해 1998년 6월까지 영화관에서 틀게 했다. ‘국민 계몽’을 위한다는 명목에서였다. 80년대 당시 가족계획과 관련한 유명한 표어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였다. 그나마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60년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70년대)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정책 홍보와 국민 계몽을 목적으로 정부가 만든 ‘문화영화’가 이번에 공개됐다. 국가기록원은 10일 ‘문화영화로 보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정부가 제작했던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의 문화영화 227편을 공개했다. 당시 시대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로 국가기록원 홈페이지를 통해 11일부터 볼 수 있다.
 
51초에 한명씩 아이가 태어나던 1982년 당시 국가기록원 문화영화. [국가기록원 영상 캡처]

51초에 한명씩 아이가 태어나던 1982년 당시 국가기록원 문화영화. [국가기록원 영상 캡처]

 

그때도 부동산은 걱정거리

 1982년에 만들어진 문화영화 ‘인플레를 잡는 길’엔 당시 폭등했던 부동산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탕주의 대표적인 예가 76년부터 78년도 사이에 전국을 휩쓸었던 부동산 투기”라며 “불과 1년 사이 집값은 무려 2배나 뛰어올랐고, 심지어 아파트는 몇백만원씩 프리미엄이 붙은 과열 투기로 번졌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인플레를 잡지 못하면 경제 성장이 어렵게 되고, 자연히 일자리가 부족해져 많은 실업자가 생기게 된다”는 설명과 함께 저축을 장려했다.
 

‘컴퓨터가 꽃도 배달해주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문화영화' 속 80~90년대 대한민국. [국가기록원 영상 캡처]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문화영화' 속 80~90년대 대한민국. [국가기록원 영상 캡처]

 문화영화는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1987년엔 ‘민주화의 길’을 제목으로 “우리는 폭력적 방법에 의한 혁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선거에 의한 개혁을 통해 민주주의를 확립해 나가려 하고 있다”고 알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제작한 영화에서는 당시엔 4개였던 지하철 노선으로 올림픽 준비를 잘 해나가고 있다는 홍보를 하기도 했다. 1991년 ‘우리는 정보가족’이란 제목으로 만들어진 문화영화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집으로 꽃이 배달되어 온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에선 일상이 되어버린 이야기지만,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당시에선 깜짝 놀랄만한 사회의 변화상으로 그려졌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문화영화' 속 올림픽. [국가기록원 영상 캡처]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문화영화' 속 올림픽. [국가기록원 영상 캡처]

힘들었던 외환위기

 1997년 제작된 ‘다시 뛰자 코리아!’에서는 외환위기(IMF)로 힘들었던 국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상에선 파산 위기를 맞은 아버지에게 아들이 “살던 집을 내놓고 타던 차도 팔아버리겠다. 그동안 아버지 덕분에 호강했다. 월급 타면 제가 아버지 회사 다시 차려드리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이소연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장은 “이번 문화영화 콘텐츠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과 생활상을 당시 시각에서 재미있게 접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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