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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억 어치 '규격 미달' 레미콘 건설현장 공급한 업체 덜미

중앙일보 2020.11.10 11:20
기준에 미달한 레미콘을 속여 건설사에 납품한 업체가 경찰에 붙잡혔다. 건설사 직원들은 레미콘이 품질에 미달하는 것을 알면서도 뒷돈을 받고 눈감아줬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S 규격에 미달한 레미콘을 건설사에 납품하며 약정한 대로 레미콘을 배합한 것처럼 속인 허위 납품서류를 제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로 A 레미콘 업체 임직원 16명을 검거해 임원 B(61)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업체 직원 C(42)씨 등 2명은 이들의 요청을 받아 레미콘 배합 비율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혐의(사기 방조)로 불구속 입건했다.
ㅅ레미콘 출하를 기다리는 믹서 트럭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ㅅ레미콘 출하를 기다리는 믹서 트럭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찰은 또 A 업체가 공급한 부실 레미콘을 수년간 뒷돈을 챙기며 납품받은 국내 건설사 9곳의 품질관리 담당 직원 D(46)씨 등 9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D씨 등에게 뒷돈을 준 다른 레미콘 업체 13곳의 직원 15명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한 건설사 9곳 중에는 국내 도급순위 20위권의 건설사도 포함됐다.
KS 규격에 미달한 레미콘 제조ㆍ공급 개요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KS 규격에 미달한 레미콘 제조ㆍ공급 개요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B씨 등은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시멘트와 자갈 함량을 줄여 만든 KS 규격에 미달한 900억원 상당의 레미콘 124만㎡를 수도권 건설 현장 422곳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KS 규격보다 자갈은 4∼22%, 시멘트는 2∼9% 비율을 낮춘 레미콘을 배합했다. 이런 KS규격 미달 레미콘을 3년간 아파트·오피스텔·공장과 각종 관급공사 등 수도권 건설 현장 곳곳에 납품했다. 최근 지은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에도 납품했다.
 
경찰 조사 결과 D씨 등 건설사의 품질관리 담당자들은 레미콘 품질의 하자가 있더라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월 30만∼50만원의 돈을 ‘관리비’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한 품질관리 담당자당 2000만원까지 챙겼다. 9명이 받은 총금액은 5000여만원에 달했다.
 
임경호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제도 개선사항을 통보할 계획”이라며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건설현장 비리에 대해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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