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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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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트럼프 정책 싹 엎기엔...2년간 바이든 발목 잡는 '족쇄' 있다

중앙일보 2020.11.10 09:59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2월 취임하면 환경·에너지·통상·세금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이 대대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공약이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 펼쳐왔던 정책과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채인택의 글로벌줌업]
바이든 공약 트럼프와 정반대 경향
'공정과세’ 외치며 기업·부유층 증세
저소득 소득세 감세 최저임금 15달러
트럼프 감세 혜택 상위1% 독점 주장
통상에선 ‘보호무역’ 대신 ‘공정무역’
규범 위반 중국 압박은 계속할 전망
환경·에너지, 배출 규제에 탄소제로
목표 달성하려면 원자력 확대 불가피
문제는 계속 상원 장악할 공화당 견제
입법과 예산에서 바이든 압박 가능성
2년 뒤 중간선거까지 힘겨루기 전망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9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스 극장에서 연설 하기 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9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스 극장에서 연설 하기 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자산에 포상, 바이든 노동에 보상”

세금이 대표적이다. 조 바이든 공약 사이트(www.joebiden.com)와 월스트리트저널(WSJ)·포브스·닛케이 등에 따르면 바이든은 현행 최대 21%인 법인세를 28%까지 올릴 계획이다. 아마존 같은 거대기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대기업에는 순익 대비 최저 15%를 과세하는 ‘미니멈 세금’ 제도도 도입한다는 공약도 했다.  
트럼프가 지난 2017년 최대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춰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줬다. 낮은 비용을 노리고 해외로 나간 기업이 미국에 돌아오게 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바이든의 민주당은 생각이 다르다. 바이든 공약사이트는 ‘2개의 세금 이야기’라는 섹션에서 “트럼프는 자산에 포상했지만 바이든은 노동에 보상한다”며 법인세율 인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 혜택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일요일인 지난 8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가톨릭 교회에 들어서고 있다. 바이든은 법인세와 부유층 소득세를 인상해 앞으로 10년간 10조 달러를 더 걷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신 사회보장 상한을 올려 9620억 달러를 더 투입할 계획이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일요일인 지난 8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가톨릭 교회에 들어서고 있다. 바이든은 법인세와 부유층 소득세를 인상해 앞으로 10년간 10조 달러를 더 걷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신 사회보장 상한을 올려 9620억 달러를 더 투입할 계획이다. AFP=연합뉴스

 

법인·부유층 세금 올리고 중저소득층 소득세 낮춰  

바이든은 트럼프가 내린 법인세율의 상당 부분을 다시 올리고 대신 중저 소득층의 근로소득세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겠다는 정책도 밝혔다. 중소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 지급액을 월 200달러씩 늘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를 통해 청년과 블루칼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 두 계층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다.    
바이든은 연 수입 40만 달러 이상의 부유층에 대해선 증세를 하고 대신 그 이하 소득자에 대해선 세금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대선 유세장에서 “바이든은 여러분의 세금을 올리려고 한다”고 지속해서 비난했다. 증세 공약은 자칫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 표를 잃을 수 있는 비인기 정책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따른 혜택의 99%가 상위 1%의 부자들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하며 ‘공정 과세’를 위해서도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해 증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10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함께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가운대). 바이든 당선인은 월가와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오바마의 정책 기조를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EPA=연합뉴스

2015년 10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함께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가운대). 바이든 당선인은 월가와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오바마의 정책 기조를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EPA=연합뉴스

 

월가 감독 강화해 금융소비자 권리 보호

바이든은 월가의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도 강화할 생각이다. 월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0년 7월 21일 서명한 금융 소비자 보호법인 ‘도트-프랭크 월스트리트 개혁 소비자 보호법(줄여서 도트-프랭크 법)’으로 상당한 규제를 받아왔다. 이 법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로 상당수 예금자가 피해를 봤음에도 월가의 금융인들은 거액의 보수와 보너스까지 받아가자 이런 ‘불공정’을 바로 잡기 위해 나왔다. 당시 연방상원의 크리스토퍼 도드 금융위원장과 연방하원의 바니 프랭크 금융서비스위원장이 공동 발의했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월가에 대한 금융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했는데, 바이든은 투자은행이 일반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을 취급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월가에 대한 정부의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철강·자동차 고액 관세 일부 완화 전망

통산 분야에서도 바이든은 트럼프와 일정 부분 차별화를 이룰 예정이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수입 관세를 올려 철강과 자동차 등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보호무역 주장으로 쇠락한 공업지대, 즉 펜실베이니아·미시간 등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노동자들의 몰표를 얻어 대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었다. 이 지역은 2020년 대선에선 상당수가 바이든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고액 관세를 일정 부분 수정해 국제 교역 확대의 길을 열어줄 예정이다. 다만 정치적으로 트럼프식 보호무역에서 완전히 탈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12년 2월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때 친선의 만남을 가진 바이든 부통령. 8년 전에는 둘 다 국가 2인자였던 이들은 곧 최고권력자로 경쟁하게 됐다. [AP=연합뉴스]

2012년 2월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때 친선의 만남을 가진 바이든 부통령. 8년 전에는 둘 다 국가 2인자였던 이들은 곧 최고권력자로 경쟁하게 됐다. [AP=연합뉴스]

 

중국은 계속 압박 전망

이에 따라 중국과의 무역 전쟁도 형식만 달리할 뿐 기본적으로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시정 요구와 압박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 정책을 이끌었다면 바이든은 ‘공정무역’을 주장한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자유무역’을 하자고 외쳤지만, 바이든은 상호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범과 관행에 따르는 통상 질서를 강조했다. 용어 선정부터 중국의 의도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중국에 통상 규범을 준수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라는 압박은 트럼프 때나 바이든 때나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핵심 이익’이 걸려 있어 양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미국에서 가동하던 생산시설을 다른 나라로 이전할 경우 징벌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와 기업 이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Supporters of President Donald Trump protest outside the Pennsylvania Convention Center, where vote counting continues, in Philadelphia, Monday, Nov. 9, 2020, two days after the 2020 election was called for Democrat Joe Biden. (AP Photo/Rebecca Blackwell)

Supporters of President Donald Trump protest outside the Pennsylvania Convention Center, where vote counting continues, in Philadelphia, Monday, Nov. 9, 2020, two days after the 2020 election was called for Democrat Joe Biden. (AP Photo/Rebecca Blackwell)

 

청정에너지에 4년간 2조 달러 투입

바이든이 트럼프와 가장 대척점에 선 분야가 환경과 에너지다. 트럼프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는 바이든의 공약은 상징적이다. 여기에 더해 청정에너지 분야에 앞으로 4년간 2조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 제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바이든은 발전소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해왔던 트럼프와 정반대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전력 분야에서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목표로 대대적인 개편을 할 계획이다
문제는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효율적인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원자력은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대표적인 에너지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가동률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출력 간헐성이라고 한다. 정전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이 적은 천연가스를 이용한 대체 발전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 서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원자력 발전의 확충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에 건설한 한국형 원전의 모습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에 건설한 한국형 원전의 모습 연합뉴스

 

‘탄소 제로’ 이룰 소형모듈원전에 관심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들어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s)의 개발과 도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다. SMR은 기존의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이 적은 소형 원자로다. 안전성과 효율성이 높은 데다 넓은 부지가 필요 없고 건설 기간도 짧아 여러모로 경제적이다. 기본적으로 500MW 이상인 대형원전과 달리 통상 모듈당 발전용량이 300MW 이하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2월 SMR 관련 업체를 모아 의견을 듣고 규제 완화와 투자를 논의했다고 미국 PBS 방송이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석유와 석탄 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어서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다량의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석유와 석탄을 줄이고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원자력에 다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의 탄소배출 제로 정책은 SMR 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올 수 있다.  
바이든의 탄소 배출 제로 정책은 전기자동차의 급속한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이미 시기를 정해 내연기관 자동차를 모터가 달린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트럼프는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왔는데, 바이든은 이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미국 국희의사당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국희의사당의 모습. AFP=연합뉴스

 

문제는 상원의 공화당 지배…견제 불가피

이처럼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미국 대통령이 교체되면서 정책 기조가 대대적으로 바뀔 전망이지만 문제는 의회다. 이번 선거에서도 의석 숫자만 약간 바뀔 뿐 연방상원은 공화당이, 연방하원은 민주당이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이 상원을 지배하게 되면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바이든을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의 새로운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공화당의 핵심 정책인 감세와 규제 완화 분야에선 바이든 행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환경 정책도 기업의 이해가 걸려 있어 공화당이 쉽게 받아줄지 의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이 지배하는 연방상원 간의 이러한 힘겨루기는 다음 중간선거가 열리는 2년 뒤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백악관을 잃은 공화당이 트럼프와 거리를 두면서 공화당의 기본 정책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 공화 양당의 의견이 일치하는 원전 분야나 대중 압박 분야에서 일정 부분 협력은 호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상원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중국만 여야 합의로 계속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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