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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북적 베이징 ‘바이든 식당’···자장면값 9년만에 3배 껑충

중앙일보 2020.11.10 05:00
'바이든 식당'으로 유명한 베이징 야오지차오간. 9일 낮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입구 밖까지 줄을 서 있다. 박성훈 특파원

'바이든 식당'으로 유명한 베이징 야오지차오간. 9일 낮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입구 밖까지 줄을 서 있다. 박성훈 특파원

 
9일 오전 11시 반. 베이징 천안문 북쪽 난뤄구샹(南锣鼓巷) 후통(胡同) 거리. 길 한쪽 단층 건물에 있는 식당 ‘야오지차오간’(姚記炒肝)은 입구 밖 도로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2011년 8월 18일 당시 미국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돼지 내장과 간을 걸쭉한 탕에 넣어 만드는 베이징 전통 음식인 차오간을 파는 이 식당은 일대에서 유명한 식당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 이후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더 많이 찾고 있다.
2011년 8월 조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이 베이징 식당을 방문했던 모습. [신화망 캡쳐]

2011년 8월 조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이 베이징 식당을 방문했던 모습. [신화망 캡쳐]

 
5박 6일의 일정으로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방중한 바이든 당선인은 회담 이튿날 이 식당을 찾았다. 당시 69세였던 바이든은 뤄쟈후이(駱家輝) 신임 주미 중국대사와 중국어를 5년 배운 친손녀 등 4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주문한 요리는 자장면 다섯 그릇과 산나물, 오이무침, 감자 냉채, 만두 10개 등이었다. 식사비는 79위안(현재 한화 1만 3400원)이 나왔고, 바이든 당선인이 100위안(1만 7000원)짜리 지폐를 내고 미국 관습에 따라 남은 돈은 팁으로 줬다.
 
당시 중국 매체들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바이든 당선인은 “죄송하다. 점심 먹는데 너무 소란스럽게 한 것 아니냐”며 식당을 둘러보며 말하는가 하면, 옆 테이블에 있는 중국 시민들과 함께 합석하려는 듯 앉는 바람에 시민들이 깜짝 놀라 크게 웃는 모습도 보인다. 줄곧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이든에 대해 현지 매체들은 ‘소탈한 미국 지도자’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당시 주문했던 것과 같은 자장면, 오이, 감자냉채, 만두. 자장면 가격은 9년 전보다 3배 올라 현재 18위안(3070원)이다. 박성훈 특파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당시 주문했던 것과 같은 자장면, 오이, 감자냉채, 만두. 자장면 가격은 9년 전보다 3배 올라 현재 18위안(3070원)이다. 박성훈 특파원

 
9년여가 지났지만, 식당은 과거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손님이 늘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식당 크기는 예전 그대로라고 한다. 옛 베이징 정취를 담은 후통 거리는 개발이 제한된 탓이다.
 
달라진 건 가격. 9년 전 자장면 가격은 한 그릇에 6위안(1020원)이었는데, 현재는 18위안(3060원)에 팔고 있었다. 그간 3배나 오른 셈이다. 당시 나왔던 산나물 요리는 지금은 팔지 않는다. 식당 직원에게 ‘바이든 세트’를 혹시 만들어 팔 계획이 없는지 묻자 “아직 그런 얘기는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식당은 2011년 당시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자리가 날 때까지 손님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박성훈 특파원

식당은 2011년 당시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자리가 날 때까지 손님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박성훈 특파원

현재 이 식당은 바이두 지도상 식당 검색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바이든 식당’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날은 손님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언론도 몰려와 취재 경쟁을 벌였다. 입구에 줄을 선 사람들, 식당에서 자장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권 매체들이 인터뷰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현재 이 식당은 바이두 지도상 식당 검색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바이두 캡쳐]

현재 이 식당은 바이두 지도상 식당 검색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바이두 캡쳐]

이날 식사를 하러 온 베이징 시민들에게선 바이든 차기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베이징 시민인 류솽씨는 “바이든이 미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게 기분이 좋아서 동료들을 데리고 이 식당에 찾아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장사꾼일 뿐 원칙을 갖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진모씨는 “(바이든 당선인은) 아내와 딸이 사고로 죽는 아픔을 겪고 자신도 뇌종양 수술까지 받았는데도 좌절하지 않고 미국 대통령이 됐다”며 “강인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정치 문제 같은 건 별로 할 말이 없다”, “잘 모른다”며 답을 피하기도했다.
 
한편 이날 바이든 후보 당선 확정 이후 처음 나온 중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은 매우 신중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 선언을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대선 결과는 미국의 법률과 절차에 따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당선인’이란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신 ‘후보’(원문에선 先生ㆍ중국어로 ‘씨’에 해당하는 존칭)로 칭했다. 대선에서 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 원인을 중국에 돌려 남은 임기 중 불리한 정책을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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