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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바이든 당선인” 칭했지만···축전·통화·방미단 ‘타이밍 싸움’

중앙일보 2020.11.10 05:00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공식화했다. 다만 본격적인 정상 차원의 대미(對美) 외교 채널 가동을 앞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바이든 후보를 ‘당선인’으로 칭했다. 전날 트위터 메시지에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을 ‘두 분’으로 불렀던 것과는 달라졌다. 바이든 정부를 “미국의 차기 정부”로 규정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를 처음으로 '당선인'으로 호칭했다. 사실상 바이든 후보자의 당선을 공식화한 발언이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를 처음으로 '당선인'으로 호칭했다. 사실상 바이든 후보자의 당선을 공식화한 발언이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조만간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한 축전 발신, 바이든 당선인과의 정상 통화, 파견할 특사단 등을 구상할 예정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적인 (당선)확정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오랜 민주적 전통과 법치주의, 성숙한 시민의식의 가치 위에서 선거의 마지막 과정을 잘 마무리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패배 선언 또는 바이든 당선인의 법적인 공식 당선 이후에야 공식 외교 절차가 가능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다음달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법적 당선인이 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 소송까지 불사할 경우 내년 1월 20일 취임식까지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직 일정 등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내기 어렵다”면서도 “필요한 조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준비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바이든 당선인과의 정상 외교 과정과 관련 여타 주요국 정상들의 동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전날 발송된 문 대통령의 트위터 글 역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에 이어 게시됐다.
 
특히 문 대통령보다 3시간 반여 먼저 트위터 글을 올린 일본의 스가 총리 역시 당선인 대신 ‘바이든 씨’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일각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현재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방미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초청에 의한 이뤄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강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이 발표된 뒤 미국을 방문한 첫 주요국 외교 수장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도 정상통화 등 정상외교 일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할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도 정상통화 등 정상외교 일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할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9일)한ㆍ미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등 트럼프 정부와 마지막까지 협력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당선인과 주요 인사들과도 다방면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미 중인 강 장관은 “만난다 해도 그쪽에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축하해주신 상황이고 지금까지 조심스레 (접촉)했던 부분에서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ㆍ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차관 등을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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