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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의 이코노믹스] 코로나 방역과 정치 혼란 수습해야 미국 경제 탄력 받는다

중앙일보 2020.11.10 00:18 종합 28면 지면보기

바이드노믹스의 성공 조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혼란과 반전의 연속이었던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에도 불구하고 결국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바이든 앞에 놓인 당장의 숙제는 경제보다는 방역과 정치 쪽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그가 받는 4년 후 경제 성적표의 향방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승리가 가시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바이든의 연설은 그가 어떤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보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7분 30초에 달하는 연설 중 현재 개표 상황에 관해 설명한 3분을 제외하고는 코로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설명하는데 1분, 경제 회복 필요성에 대해 30초, 마지막으로 국민통합에 무려 3분을 할애했다. 7일 대선 승리 연설에서도 경제 쪽 내용은 생략된 채 두 문제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재정확대, 증세, 규제 강화 총동원
건강보험·인프라·친환경 집중 투자
적자 재정 2조5000억 달러 불어나
코로나 방역에 성공해야 부양 효과

그만큼 당장의 현안은 코로나 방역과 정치적 혼란의 수습이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는 탄력을 받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드노믹스의 근간은 한마디로 강력한 재정지출과 증세 및 규제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경기회복 위해 막대한 재정 투입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재정투입은 주로 건강보험제도 개혁과 인프라 확충, 친환경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세수 증대는 법인세 인상과 소득세 인상 등 부자증세에 방점을 찍고 있다. 더불어 트럼프의 탈규제 정책에서 벗어나 대규모 기술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 및 동맹국과의 공조를 통한 통상정책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바이든의 핵심 정책은 재정 지출과 증세로서 그 규모에 대해서는 분석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24년까지 재정지출 규모는 3조9000억 달러, 세수 증대는 1조4000억 달러 정도로 기대돼 순 재정지출액은 2조5000억 달러 정도다.
 
이 같은 대규모 재정지출과 증세, 이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재정정책의 효과성은 학계에서 오랜 논쟁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재정확장으로 인한 국가부채 증가로 국채금리가 상승해 민간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자국 통화가치 절상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다. 이같이 정부 지출을 증가시킴에 따라 민간투자가 감소하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재정승수(financial multiplier)를 얼마만큼 갉아먹는 지가 전통적인 쟁점 사항이다. 실증 결과는 다소 엇갈린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승수는 양의 값을 가지지만 1을 상회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며 재정지출이 감세보다는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히 불어나는 미국 연방부채

급격히 불어나는 미국 연방부채

또 금리나 환율을 통한 구축효과는 생각한 것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부양책의 효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정지출의 용도로 밝혀졌다. 생산적 지출과 비생산적 지출 간 승수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불편한 진실’이지만 미국은 국방지출의 재정승수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이전지출의 승수 효과는 매우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실증 결과에 비추어 단순히 재정지출과 증세 규모만 고려해 바이드노믹스의 재정승수를 계산할 경우 0.3에서 0.6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현재도 미국의 재정적자 수준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의 추가적인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빠른 경기회복을 조기에 가시화시켜야 한다. 또 건강보험 개혁에 따른 이전지출 비용을 친환경 투자나 인프라 투자 효과가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성립한다면 향후 4년간 연평균 0.4% 내외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양책 성공해야 부작용 최소화
 
당장 시장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다. 대선 결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압도적인 바이든 승리로 끝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부분이 크겠지만, 바이든이 코로나와 정치적 분열을 종식해 미국의 기존 질서와 가치를 회복시켜 줄 것이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물론 법인세를 21%에서 28%로 인상하고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자본차익을 현행 양도소득세가 아닌 종합과세로 전환해 세율을 높이는 정책이 금융시장의 이익을 대변하는 월가(월 스트리트)에는 부담이 되겠지만, 부양책이 성공할 경우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이런 배경에는 월가의 이코노미스트 중에서 대체로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확장을 지지하는 케인지언들이 많은 것도 반영된 듯하다.
  
경기 안 살아나면 주식 폭락 배제 못해
 
저금리 지속되고 주가는 급격히 올라

저금리 지속되고 주가는 급격히 올라

주목할 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인데, 연준은 내년까지는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정책 방향)를 명확히 했고 월가에서는 2024년은 되어야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바이든 승리에 따라 일부 투자은행(IB)들은 금리 인상 시기가 1년 정도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지만,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역설적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제한되면서 민간투자에 미치는 구축효과가 작아야 가능하다.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은 연준이 양적 완화를 통해 어느 정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지난 12년간 지속한 저물가 상황을 볼 때 이 부분이 해소되려면 역설적으로 자본시장에서 돈이 소비나 투자로 전환돼줘야 한다. 그러나 금리의 추세적 움직임은 아직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
 
종합하면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복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코로나 방역에 변곡점이 형성될 경우 경기부양책은 어느 정도 구체적 성과를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수년간 지속해 온 주식 시장의 랠리가 계속되기에는 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버핏 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주가와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 간 간극이 줄어야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간극을 줄이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펀더멘털이 올라오는 동안 주가가 횡보 내지 강보합 정도를 보이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펀더멘털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효과나 정치적 혼란, 코로나 사태 악화 등 악재를 통해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럴 조짐이 보인다면 연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기 때문에 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주가는 지금의 밴드(등락 폭)에서 움직이는 한편 시장금리는 약간의 상승 요소가 있지만 그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확산 못 꺾으면 대규모 시위나 폭동 우려
바이든은 무엇보다 당장 코로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코로나 진행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올 4월만 해도 하루 3만명 정도였던 확진자 수가 여름에 ‘봉쇄(lockdown)’를 해제한 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해 현재 하루 12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누적 확진자 수는 980만명으로 곧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며 사망자도 무려 24만명에 이른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이 숫자를 두 번이나 힘주어 강조했다.  
 
트럼프가 방역보다 경제에 방점을 두다 보니 빚어진 참극으로, 바이든은 바이러스 전염력이 더 강해지는 겨울에 이 추세를 꺾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떠안았다. 빠른 시일 내 확산 추세를 꺾지 못하면 ‘너도 별것 없지 않으냐?’는 냉소가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대규모 시위나 폭동으로 돌변할 수 있다.
 
둘째, 국민통합 문제를 보면 미국 정치는 역사적으로 패자의 승복과 승자의 관용이란 전통을 통해 대선으로 찢긴 국민을 다시 단합하는 기재로 활용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지난 4년간 ‘갈라치기 정치’를 통해 남북전쟁 이후 정치 양극화 현상을 극한까지 몰고 간 데다 막판까지 정치 불복을 통해 이런 전통을 거부해 버렸다. 그런 만큼 바이든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의 지지세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반대세력을 안고 가야 하며, 이를 통해 미국 본연의 ‘아메리카니즘’을 복원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가 놓여 있다. 7일 연설에서 자신에게 투표했든 안 했든 자신은 모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주의 의무 (duty of care)라고 강조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재정승수
재정정책의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한 단위 늘렸을 때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증가하느냐를 나타내는 재정지출 승수와 반대로 조세를 한 단위 늘렸을 때 국내총생산이 얼마나 감소하는가를 나타내는 재정수입 승수(또는 조세승수)로 세분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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