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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시대 긴급진단] “많은 미국인이 한국인 자유 위해 목숨 바쳤다”

중앙일보 2020.11.10 00:09 종합 22면 지면보기

③ 바이든의 동맹 전략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셋째)이 부통령 시절인 2013년 12월 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명비에 헌화하고 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알고 있던 2명의 전사자를 찾아 경의를 표했다. 왼쪽 셋째는 성김 당시 주한 미국 대사. [중앙포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셋째)이 부통령 시절인 2013년 12월 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명비에 헌화하고 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알고 있던 2명의 전사자를 찾아 경의를 표했다. 왼쪽 셋째는 성김 당시 주한 미국 대사. [중앙포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 대통령 가운데 취임 전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2번이나 찾은 유일한 인물이다. 2001년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과 2013년 12월 부통령으로서다. 두 번째 방문 때 그는 JSA 브리핑 장교로부터 “현재 적(북한군) 상황은 특이 사항이 없으며, 전반적인 GP(전방초소) 상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남북 대치현황을 파악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JSA 방문에 앞서 용산 전쟁기념관에 새겨진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명단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2명의 이름을 발견해 경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미국인이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전 DMZ 2번 방문 유일
방공식별구역 이어도 확장 지원해
전작권 전환, 조건충족 여부 따질듯
북, 몸값 올리려 1·3월 도발 우려

바이든은 대선 막바지였던 지난 10월 말 연합뉴스 기고문에서 “나는 손녀 피네건을 옆에 두고, DMZ(비무장지대)에서 북한으로부터 100피트(3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올렛초소)에 서 있던 것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7년 전의 DMZ를 기억했다.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얘기한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은 강력한 동맹이 돼 왔다”고 말했다. 피로 맺은 동맹 대한민국에 대한 바이든의 인식이다.
  
피로 맺은 한·미동맹 복원
 
지난주엔 한·미동맹의 앞날과 세계 안보가 혼란의 야성시대와 새로운 안정 사이를 교차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재임 중 ‘미국 우선주의’로 한·미동맹은 파탄 직전이 됐고, 국제 거버넌스도 약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했다면 주한미군은 철수에 버금가는 감축이 이뤄질 공산이 컸다. 반면 북한 핵무장은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그럴 경우 한국 안보는 크게 위험해진다. 국제안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동안 미국이 탈퇴한 국제조약과 기구는 파리기후협약, 유엔 인권이사회, 이란 핵합의(JCPOA), 중거리 핵전력조약(INF) 등 무려 8개나 된다. 역대급이다. 국제사회는 사분오열됐다. 그에 동조해 한반도 안보도 불안정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에다 미·중 전략적 패권경쟁으로 국제적 리더십마저 사라졌다. 북한 핵무장과 이란 핵 개발로 핵무기 비확산체제(NPT)를 유지할 명분도 취약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에 함부로 했다. 그의 해외주둔 미군 복귀원칙에 따라 주독미군 1만2000명이 철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트럼프가 재선하면 독자적인 유럽 방위체제를 꾸리겠다는 입장까지 갔다.
 
트럼프의 동맹정책은 한·미 동맹도 흔들었다. 주독미군 철수의 다음 차례는 주한미군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당선하면서 상황은 호전될 전망이다. 그가 한국을 “피로 맺은 동맹”“좋은 친구”라고 언급한 것처럼 주한미군은 현재 2만8500명에서 대폭 축소는 없을 것 같다.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도 “주한미군의 철수나 중대한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주한미군의 변화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졌다. 미국의 신국방전략(3차 상쇄전략) 때문이다. 미 육군은 군사기술 발전과 중국에 대비하기 위해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전반적인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미 국방부는 육군을 병력 위주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전투체계로 전환 중이다. 전술과 부대 구조도 단계적으로 바뀐다. 또 동아시아 주둔 미 육군은 중국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에 너무 취약하다는 인식도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배치와 병력은 현재 전투력 수준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조정될 전망이다.  
  
협박으로 방위비분담금 갈취 않겠다
 
방위비분담금 마찰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지난 5월 올해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13% 인상한 1조1739억 원으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13억 달러(1조5918억 원)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최종합의는 무산됐다. 트럼프는 일본에 대해서도 주일미군 주둔 경비로 연간 80억 달러(약 9조 원)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현재 부담하는 연간 경비의 4배다.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이든은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대통령으로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 동맹을 강화하며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는 말이 뒷받침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당면과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2022년) 안에 전작권 조기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아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이견이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주장과 맞물려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크게 흔들렸다. 더구나 싱가포르회담(2018년 6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지시와 남북 9·19 군사합의로 주한미군은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주한미군에선 ‘이럴 바엔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따로 작전하자’는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조건에 충족한 전작권 전환’은 박근혜·오바마(민주당) 정부 때 합의했다. 그때 바이든은 부통령이었다. 당초 전작권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2012년에 전환키로 했으나, 우리 능력이 미비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2015년 말로 연기했다. 그러나 2013년 초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방부는 전작권을 전환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봄 오바마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전작권 전환 연기를 타진했다. 이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그해 8월 브루나이에서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과 만나 ‘조건에 충족한 전작권 전환’을 합의했다. 서명은 10월 SCM에서 이뤄졌다. 류제승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전작권 전환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북 도발땐 강하게 대응
 
북한 비핵화는 발등의 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폭력배” “독재자”라고 불렀다. 북한도 바이든 당선인을 “미치광이”라고 했다(지난해 11월 조선중앙통신). 이에 바이든은 대선 중에 “어떠한 러브레터(정상끼리 친서 교환)도 없을 것”이라며 “원칙에 입각한 외교,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이뤄내야 한다”고도 했다(2013년 방한 때). 바이든은 트럼프-김정은의 정상끼리 합의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실무선에서 합의한 뒤 정상은 서명만 하는 ‘바텀업(Bottom-Up)’이 원칙이다. 실무협의가 우선이니 시간이 걸리고 상대방 정상을 기만하기도 어렵다.
 
완전 비핵화를 원치 않는 김 위원장은 갑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대북제재로 달러 고갈, 코로나19로 북·중 무역 단절, 올해 대규모 수해로 식량 악화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경제가 크게 어렵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난관을 돌파하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미 대선 전후로 북한의 시위성 도발이 잦았다. 김열수 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내년 1월 1일(북한 8차 당대회)∼1월 20일(바이든 대통령 취임) 또는 한·미 연합훈련이 있는 3월 초 전후로 도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도 초반부터 밀리지 않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도발하면 바이든 행정부와 거리가 더 멀어지고,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지는 게 김 위원장의 걱정일 것이다.
 
바이든, KADIZ 이어도 확장에 기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때인 2013년 12월 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이어도까지 확장해야 하는 이유를 바이든 부통령에게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때인 2013년 12월 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이어도까지 확장해야 하는 이유를 바이든 부통령에게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13년 12월 방한 당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에도 기여했다. 당시 중국은 바이든의 방한에 앞선 11월 23일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중국은 한국과 협의 없이 CADIZ에 제주도 남방과 이어도 공역을 넣었다. 그러나 우리 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는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는 들어가 있지만, 정작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는 빠져 있었다. 우리 함정이나 전투기가 이어도를 경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중국의 CADIZ 선포를 계기로 우리 KADIZ를 이어도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방부는 한국이 KADIZ를 이어도까지 확장하면 일본이 대응 차원에서 JADIZ를 독도로 넓히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때도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았다. 정부는 고민 끝에 미 국무부를 통해 일본이 JADIZ를 독도로 확대하지 않도록 부탁하자고 착안했다. 이어 바이든이 방한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KADIZ 확장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바이든은 수긍했다. 회담 직후 미 국무부는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의 향후 조치(KADIZ 확대)에 의견을 같이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JADIZ를 확장하지 않고 자제했다. 한국의 KADIZ 확장은 주변국과 마찰하지 않고 성공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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