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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뛰는 전셋값 대느라…전세대출 첫 100조 돌파

중앙일보 2020.11.10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01조6828억원이었다. 한 달 전보다 2조6206억원 증가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에서 한 달 전보다 전세대출 잔액이 늘었다. 전세대출 잔액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다. 지난해 말(80조원)과 비교하면 열 달 만에 21조2167억원(26.4%) 늘었다.
 

올들어 21조 늘어 10월 잔액 102조
서울 평균 전셋값 5억 3677만원
석달 새 7.5% 증가, 속도 너무 빨라
은행권 위험관리 위해 대출 죌 수도

은행권에선 최근 전셋값 상승세를 전세대출 증가의 배경으로 꼽는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이었다. 지난 7월보다 7.52% 올랐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부작용으로 전세 물건이 급감하고 전셋값도 크게 뛰었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을 기록했다. 2001년 8월(193.7) 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9월(187)과 비교하면 4.7포인트 상승했다.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전세 공급이 충분하다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만일 이 지수가 100이면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응답과 충분하다는 응답이 같았다는 뜻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입자들이) 전세대출에서 부족한 부분은 신용대출로 가고 그래도 모자라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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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세대출 증가 이유에 대해 “(최근 금리가 하락해) 같은 이자를 낼 때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났다. (세입자가) 돈을 더 많이 빌려서 더 좋은 곳으로 가려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를 전세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말 연 1.25%였던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 5월 0.5%까지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는 김 장관의 주장과 차이가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금리 기조를 지난 7월 이후 전세대출이 많이 늘어난 이유로 삼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대출이 당분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의 여파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세 공급은 위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시장 변동의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만일 집값이 하락한다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중 일부가 부실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이 위험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의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올해 말까지 전세대출 상품인 ‘우리전세론’을 조건부로 제한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바뀌거나 ▶다른 은행에서 받은 전세대출을 우리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 등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험 관리와 대출증가 속도의 조절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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