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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3법, 경제약자 보호? 청년 절망3법 될 것”

중앙일보 2020.11.10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2020 노원 일자리 박람회 및 창업한마당’ 참석자들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020 노원 일자리 박람회 및 창업한마당’ 참석자들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사람을 뽑고 싶어도, 고용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잖아요. 기업을 접든지, 아니면 자동화해서 사람을 줄이든지 두 가지밖에 선택지가 없어요.”
 

재계, 국회 법안 발의에 정면반발
청년 체감실업률 25.4% 최악인데
한달만 일해도 퇴직금 줘야하고
해고자 노조 허용, 간접고용 금지
전경련 “고용 경직돼 청년실업난”

충청남도에서 직원 약 100명 규모의 산업용 부품 업체를 운영 중인 A대표는 좋은 인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믿고 매년 직원을 채용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입사한 지 1~2개월 만에 회사를 나가 취업 장려금을 받는 직원 사례를 겪은 뒤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그는 “채용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대표는 “한국은 주휴수당을 의무화한 몇 안 되는 나라이고, 최저임금 수준도 결코 낮지 않다”며 “같이 사는 법을 찾자면서 너무 (노동자) 일방적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 노동자 보호 등 기업 쪽 의무만 나날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한 달만 일해도 회사가 퇴직금을 줘야 한다”며 “아무리 짧아도 6개월은 배워야 하는데 1~2개월 일한 직원이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A대표는 “조합이나 협회를 통해 아무리 얘기해도 정치인들은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다. 고용을 기업이 하지 정부가 하나”며 답답해했다.
 
노동3법 왜 ‘청년 절망3법’인가

노동3법 왜 ‘청년 절망3법’인가

국회에 발의된 노동 법안들이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9일 “국내 고용 시장의 경직성이 과도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길어지면서 청년실업이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국회에서 이를 완화하기는커녕 악화시킬 법안들이 속속 발의돼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법안은 크게 3가지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노조법’ ▶퇴직급여 대상을 현행 1년 이상에서 1개월 이상으로 확대한 ‘퇴직급여 보장법’ ▶상시 업무에 대한 간접고용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등이다. 전경련은 “이 법안들은 경제적 약자 보호가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청년 취업난을 심화시켜 절망감만 안기는 ‘청년절망3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25.4%에 달한다. 청년 넷 중 하나는 사실상 실업자라는 얘기다. 졸업한 뒤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도 지난 5월 기준 16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한국 뚝 떨어진 청년 고용 순위

한국 뚝 떨어진 청년 고용 순위

반면 업계 취업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조사해 보니 매출 500대 대기업 넷 중 세 곳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24.2%)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50%)고 답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기업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비용을 줄이는 내실경영에 들어간 상태”라며 “우리나라 근로법은 사람 한 명을 뽑으면 해고는커녕 부서나 임금 조정조차 어려워 위기일수록 아예 채용을 안 하거나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노조법의 경우 해고자의 노조가입이 허용되면 노사 교섭 범위가 해고자 복직 등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슈로까지 확대돼 비용 부담을 느낀 기업의 고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기업쪽 의무만 강해져 … 채용 않거나 최소화할 수밖에”
 
한 달만 일해도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퇴직급여 보장법 역시 퇴직급여가 사용자 전액 부담이라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 여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한국은 1년 이내 퇴사하는 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58.9%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 있다. 영세·중소기업 청년 일자리가 가장 먼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상시 업무에서 간접고용을 금지하면 직접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비정규직의 파견·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제한하는 법 시행으로 고용 규모가 3.2%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청년실업 해결 방안으로는 ‘과도한 기업규제 혁파’와 ‘노동시간 유연성 강화’를 제안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실장은 “대기업 차별규제는 188개에 달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총 9번의 규제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기업 규모별 덩어리 규제를 혁파해야 기업들의 성장이 촉진되고 인력이 확충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독일은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청년실업률이 크게 개선됐는데 한국은 노동시장 경직성 탓에 청년실업률이 올라갔다”며 “해고비용이 저렴할수록 청년고용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실제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8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용 해고 규제 완화와 해고 비용 절감 등이 요소인 ‘노사협력’과 ‘임금 결정 유연성’이 한 단계 개선될 때마다 청년실업률(25~29세)은 각각 3.7%포인트, 1.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추 실장은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의 일자리가 점점 사라질 것”이라며 “지금은 규제 혁파,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으로 기업들의 현실적인 고용창출 여력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적 경제정책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이런 내용을 담은 자료집을 발간해 회원사인 기업들과 국회 등에 배포하고 경제계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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