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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감찰 징계 쉽게 절차 단순화…검찰 내 “윤석열 표적”

중앙일보 2020.11.10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9일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 도착해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9일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 도착해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가 중요 사항 감찰 시 감찰위원회 자문을 반드시 받도록 했던 규정을 개정해 감찰 절차를 단순화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표적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부인 참여 감찰위 자문 규정
의무조항서 임의조항으로 바꿔
추미애 잇단 감찰지시 맞물려 논란

9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3일 감찰규정 4조 중 ‘중요 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중요 사항 감찰에 대해서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로 고쳤다. 의무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윤 총장 관련 감찰 등과 관련한 징계 결정도 감찰위 자문을 거치지 않고 할 수 있게 됐다. 개정 사실은 법무부가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훈령으로 발표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법무부 감찰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7인 이상 13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며 이 중 3분의 2 이상은 외부 인사로 위촉해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 감찰 시 대검이 감찰한 뒤 대검 감찰위와 법무부 감찰위를 거쳐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가는데, 이 4단계 절차가 과중하다는 데 의견이 모여 개정한 것”이라며 “대검에서도 2018년부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상위법령(대통령령)인 법무부 감찰위 규정에 감찰위 자문과 권고가 임의 규정으로 돼 있다는 점도 법무부가 밝힌 개정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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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개정 시점이 공교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겨냥해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감찰을 지시한 시기에 규정을 개정한 건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추 장관은 지난달 16일 검사 술접대 의혹 관련 감찰 지시를 시작으로 지난달 22일에는 라임 수사 지연·무마 의혹, 지난달 27일에는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관련 무혐의 처분에 대해 감찰 지시를 했다. 지난 6일에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대검 감찰부에 조사 지시를 했다.
 
한 검사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법무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며 “외부 자문을 안 받아도 된다고 규정을 개정하려면 ‘단 검찰총장은 제외한다’라는 문구가 들어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간부도 “규정을 개정할 때는 의도성이 없어야 하는데, 이번 개정은 윤 총장을 표적으로 한 게 명백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민주적 절차성을 고려하면 외부 자문위에 권한을 많이 주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 개정은 오히려 여기에 역행하는 조처”라며 “권력 비리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것으로밖에는 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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