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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적대정치 편승 안돼" 황상무 전 앵커, KBS 떠난다

중앙일보 2020.11.09 13:28
2018년 4월 황상무 앵커가 KBS 뉴스9을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모습. [방송 캡처]

2018년 4월 황상무 앵커가 KBS 뉴스9을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모습. [방송 캡처]

 
황상무 전 앵커가 KBS를 떠난다.  
 
2015∼2018년 KBS 메인뉴스인 ‘뉴스9’을 진행한 황 전 앵커는 9일 KBS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의를 밝혔다.  
 
이 글에서 황 전 앵커는 “KBS에 더이상은 제가 머물 공간이 없어졌다. 그래서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05년 5월 3일 피눈물을 삼키며 진행했던 아침뉴스가 생각난다. 불과 몇 시간 전, 어린 자식을 영안실에 넣어놓고 돌아선 직후였다”라고 개인사를 공개하면서 “그만큼 혼신의 노력을 바쳤던 KBS였다. 하지만 이제 KBS에 대한 저의 의탁을 접으려고 한다”고 했다.

 
1991년 KBS에 입사한 황 전 앵커는 사회부ㆍ정치부ㆍ통일부 기자를 거쳐 2002∼2007년 ‘KBS 뉴스광장’을 진행했다. 2015년 1월부터 ‘뉴스9’ 앵커 자리를 지키다 2018년 4월 양승동 사장이 취임하면서 교체됐다. 현재는 라디오뉴스팀에서 편집 업무를 맡고 있었다.  
 
황 전 앵커는 ‘뉴스9’ 앵커 시절 진보 성향의 후배 기자들과 여러 차례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2016년에는 ‘KBS기자협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에 참여해 “KBS기자협회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민주노총 산하 특정노조의 2중대라는 비판을 곱씹어 봐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고, 2018년 2월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소속 기자들로부터 “구태와 적폐의 상징”으로 규정되며 앵커 퇴진을 요구받기도 했다. 당시 새노조 기자들은 황 전 앵커가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상황에서 “교과서에 이념을 넣으려고 들면 논쟁은 끝이 없고 우리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클로징 멘트를 한 것 등을 비판했다.
또 올해 7월엔 ‘KBS뉴스9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서명’을 통해 “방송한 지 하루 만에 KBS 보도본부가 스스로 백기를 들고 ‘KBS 뉴스9’를 통해 사과 방송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며 양승동 사장의 대국민 공개 사과와 정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황 전 앵커는 9일 올린 글에서 “우리 사회는 지금 매일 욕지거리와 쌍소리 악다구니로 해가 뜨고 지는 세상이 됐다”는 김훈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말 그대로 온갖 말이 난무하는 사회다. 불행하게도 그 한 가운데에 KBS가 있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가 한쪽 진영에 서면,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KBS는 극단의 적대정치에 편승해서는 안된다” “KBS가 우리 역사의 저주,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자학사관을 버리고 과거 들추기를 접고 미래로의 전진을 역설해야 한다” 등의 말을 전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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