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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론 고객 모른다" 상식 파괴로 15년째 흑자 낸 이베이

중앙일보 2020.11.09 06:29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쟁터다. 절대 강자 없는 시장에서, 저마다 더 싼 제품, 더 빠른 배송을 내걸며 출혈을 감수하는 모양새다. 이 격전지에서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행보는 독특하다. 새벽 배송에 뛰어들지 않고, 오히려 유료회원제 '스마일클럽'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위메프와 11번가가 유료 회원제를 포기한 시점이라 더욱 주목을 받는다. 
 
국내 최초의 이커머스 유료회원제인 '스마일클럽'은 2017년 1월 3만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2020년 11월 현재 27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주 가입자층은 경제력과 가계 내 소비결정권을 가진 30-40대. 특히 특정 고객층은 스마일클럽 가입 이후 1인당 구매액이 2배까지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 같은 스마일클럽의 저력에 힘입어 네이버 같은 신흥강자의 등장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954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이커머스 업계 유일하게 15년 연속 흑자를 냈다.
 

“클리셰(Clicheㆍ상투적인 문구) 같지만 ‘정말 당신의 고객을 잘 아느냐’가 중요합니다. 많은 기업이 데이터로만 고객을 분석할 수 있다고 믿지만 고객 경험은 계량화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데, 실무자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통찰력 ㆍinsight)를 찾아야 합니다”

 
케빈 리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은 스마일클럽 성공 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내 고객이 진짜 어떤 사람인가’ 파고드는 관찰력이 회원들을 스마일클럽에 계속 잡아두는 스마일배송, 스마일페이, 스마일카드 같은 ‘락인(Lock-in.자물쇠)’ 서비스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페이팔부터 비자까지, 미국 유수의 기업에서 UX 디자인을 담당한 케빈 리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은 "고객을 진짜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와 인터뷰한 곳이 이베이코리아가 '워 룸(war room)'이라 부르는 회의실이며, 뒷편의 그래프는 160여명 고객의 하루를 조사한 '커스터머 저니'를 시각화한 것이다. [사진 폴인]

페이팔부터 비자까지, 미국 유수의 기업에서 UX 디자인을 담당한 케빈 리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은 "고객을 진짜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와 인터뷰한 곳이 이베이코리아가 '워 룸(war room)'이라 부르는 회의실이며, 뒷편의 그래프는 160여명 고객의 하루를 조사한 '커스터머 저니'를 시각화한 것이다. [사진 폴인]

 
케빈 리 부사장은 지난해 말 3개월 간 고객 160여명의 하루를 세세하게 기록해 관찰하는 ‘커스터머 저니’(customer journey)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로 이달 1일 ‘클럽 스탬프’(Club stamp)를 내놨고 내년 1월 더욱 고도화해 선보일 예정이다.  
 
GE, 비자, 월풀, 이베이 본사, 페이팔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UX 디자인을 담당한 케빈 리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PXC(Product eXperience Center) 센터장을 맡아 스마일 서비스의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11월 24일 지식 플랫폼 폴인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 2021〉에 연사로 참여해 ‘고객 락인’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클럽이라는 락인 멤버십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다른 커머스 업체들은 따라했다가 결국 포기하고 있다. 스마일클럽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인가.
우선 선점 효과가 있겠다. 처음에는 다들 미쳤다고 했다고 한다. 한국은 공짜, 1+1이 넘치는데 누가 멤버십에 돈을 내겠냐는 거였다. 그런데 했고, 유저들을 락인시켰다. 현대카드와 만든 스마일카드가 주는 멤버십 혜택, 또 스마일페이의 간편결제가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그러자 ‘돈을 내고 멤버십을 해도 괜찮은가 보다’라는 문화적 인식이 한국에도 생기면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모멘텀이 만들어졌다. 내년에는 클럽만의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다양한 혁신 IT 기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담당해 왔다. 커머스 디자인은 다른 프로덕트 디자인과 어떻게 다른가.
이커머스는 B2C 서비스 이다보니 디자인의 ‘복잡성(complexity)이 훨씬 크다. 가전이나 웨어러블 헬스케어 디자인은 제조, 물류에 드는 비용을 관리해 상대 중간업체들을 설득하면 됐다.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하지만 이커머스는 고객이 3명이라면 3명 다 복잡성이 다르다. 고객이 누군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기업들은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면 고객 경험을 계량화하고 고객을 알 수 있다고 믿지만 그 중 의미 없는 쓰레기(garbage) 데이터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사람이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이베이코리아는 이번에 ’커스터머 저니‘ 작업을 했다.
 
‘커스터머 저니’라니, 어떤 고객층을 상대로 어떤 조사를 한 건가.
G마켓 충성고객, G마켓 일반 고객, G마켓 임직원 고객, 타사 충성고객 등 160여명을 상대로 3개월 간 라이프 스타일을 시계열로 기록하도록 요청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하루 일과, ‘물을 마시고, 출근길을 이동하고, 회사에서 일하고, 커피를 마시는’ 일상을 기록하고 고객의 당시 감정과 생각을 적도록 했다. 커머스 구매는 스마트폰 앱 안에서 이뤄지지만 그 구매 결정을 일으키는 계기는 폰 밖 일상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감정적 순간을 포착하고자 했다.  
 
3개월이나 고객 조사를 하는 건 너무 길지 않나.  
업계에서 보면 ‘너희 시간 없는데 왜 그런 걸 하느냐’ 할 거다. 패스트 팔로워라면 퍼스트 무버 것을 베껴서 빨리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베이코리아처럼 20년 되고, 충성 고객층이 형성된 조직은 고객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 3개월은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커스터머 저니’를 매일 할 순 없겠지만 큰 서비스를 만들기 전 한번쯤 해줘야만 자신을 점검할 수 있다.
국내 커머스 업계의 최초 유료회원제인 스마일클럽은 최근 누적 회원 270만명을 돌파했다. 케빈 리 부사장은 "내년에 클럽스탬프 고도화를 포함해 스마일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이베이코리아]

국내 커머스 업계의 최초 유료회원제인 스마일클럽은 최근 누적 회원 270만명을 돌파했다. 케빈 리 부사장은 "내년에 클럽스탬프 고도화를 포함해 스마일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이베이코리아]

 
결과물은 나왔나.
내년에 여러 다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우선 지난 11월 1일 ‘클럽 스탬프’가 나왔다. 내년 1월에 파트너 회사를 더 늘려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커스터머 저니’를 분석하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도 관찰해봤더니 과반수 이상이 폰으로 웹툰이나 동영상을 봤다. 나머지가 뉴스를 봤고, 그 나머지가 커머스를 하더라. 그걸 보면서 ‘커머스도 재미를 줄 수 없을까’ 생각했다. 사실 커머스와 재미는 양립이 어렵다. 커머스는 빨리 살 것 사고 나가는 곳이지 재미를 위해 머무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왜 커머스는 재미있으면 안되지?’ 같은 본질적인(fundamental) 질문을 할 줄 알아야한다. 우리가 G마켓 앱에 재미 요소를 만들고 거기에 브랜드 파트너사들이 들어오면 고객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락인(Lock inㆍ가두기)’ 할 수 있다고 본다. 카페에 가면 스탬프 도장을 찍어주듯이 우리는 고객이 앱에 출석하면 보상처럼 ‘재미난 경험’을 주고 고객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ㆍ관여)를 높이려고 한다.  
 
커머스 앱 안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트를 강화하겠다는 말인가.
고객들이 구매 목적 없이도 G마켓 앱을 습관적으로 열도록 만들겠다는 거다. 이게 커머스에서 가능한 일일까? 왜 안 되나? 고객에게 매일매일 수행할 미션을 줌으로써 ‘오늘의 재미난 발견’을 주려고 한다.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전 ‘오늘은 무슨 미션을 하지?’ 상상하며 킬타임(kill timeㆍ심심풀이 오락)으로 앱에 접속하는 생활패턴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파악한 고객 취향에 맞는 브랜드들을 새 파트너로 데리고 들어와 구매로 연결할 수 있다. 클럽 스탬프는 새로운 고객 참여형 플랫폼이다.
 
지금 커머스는 물류중심으로 흐르는데 반해 이베이코리아는 새벽배송, 빠른배송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이해해도 되는가.
지금은 모든 물류가 새벽배송으로 절대 갈 수 없다. 비용이 안 맞는다. 한 20년 뒤쯤 무인배송 서비스가 온전히 작동할 때쯤이면 가능해 질 거다. 그럼 어느 순간 새벽배송도 ‘다른 뭔가’가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빠른 배송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물론 이베이코리아도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물류 서비스를 직접 내재화하지 않고도 파트너십과 자체 물류 기술을 통해 제공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고 있다. 오픈마켓 답게 좋은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만들어 고객과 연결해주고, 배송도 단순히 빠르기 보다는 추적과 반품에서 고객에게 신뢰성을 주는 데 치중하겠다는 거다. 이를 위해 지난 1년 간 조직문화를 개편했고, 바뀐 조직이 만든 전략적 결과물을 내년 1월부터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11월 24일 열리는 폴인컨퍼런스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 2021〉에는 이베이코리아 외에 페이스북ㆍ카카오커머스ㆍ아마존코리아ㆍ카페24ㆍ아이디어스 등이 참석한다. 참가 문의는 폴인 웹페이지에서. [사진 폴인]

 
글로벌 기업 본사들을 거치며 일해왔는데 한국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이 있다면.  
이베이코리아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조직문화 개편이다. 매니저 직급을 없애 수평 구조로 만들어서 누구나 소통하게 했다. 워룸(war room)에서 직원들과 치열하게 토론도 하기 시작하며 ‘반대 의견을 내라. 결정이 내려진 후에는 그 결정을 수행하라(dissent and commit)’의 환경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질문하고 의견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 했다. 우리 직원들이 ‘케빈에게 질문 하면 오히려 숙제를 하나 얻어간다고’ 말한다. 정답을 주는 것은 쉽다. 그럼 나는 발 뻗고 잘 수 있다. 뭔가 하나 던졌으니까. 하지만 나는 쉽게 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렵게 갈 때 머릿속에 하나씩 전구가 ‘팅팅팅’ 켜진다. 자기만의 생각으로 켠 것이기에 평생 잊어 먹질 않는다.
 
이해진 폴인 에디터 lee.ha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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