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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버티기땐…"침입자처럼 경호국에 끌려나간다"

중앙일보 2020.11.09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승복 선언을 하고 있지 않아서다. 미 수정헌법 20조는 대통령 임기가 1월 20일 정오에 종료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일가(一家)는 백악관을 비워줘야 한다.
 

트럼프 백악관 제 발로 안 떠나면
뉴스위크, "경호원이 강제 퇴거 가능"
새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 가능성도

지난 8월 백악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왼쪽부터). [AP=연합뉴스]

지난 8월 백악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왼쪽부터). [AP=연합뉴스]

하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 정오 이후에도 백악관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6일(현지시간) 미 뉴스위크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길 거부하면, 백악관 비밀 경호국이 트럼프를 강제 퇴거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뉴스위크는 전직 관료 한 명과 두 명의 전문가들의 설명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지를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이양 과정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리는 “백악관 경호원이 백악관을 배회하는 어떤 노인이라도 끌어내듯 트럼프를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다. 미 국방부 측은 “신임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면 그가 총사령관이 된다. 전임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의 권한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퇴거는 백악관 경호국 소관으로 필요하다면 전임 대통령을 물리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선 캠프는 지난 6일 “미국 국민이 당선인을 결정하는 것이고, 미국 정부는 백악관의 ‘침입자’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제 발로 떠나지 않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강제로 끌어내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매체는 바이든 당선인 측이 말한 바로 이런 일을 백악관 경호국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통령을 보호해 온 백악관 경호국이 버티는 전임 대통령을 강제 퇴거시킨다는 것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정권 이양을 거부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직 대통령 강제 퇴거'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불복하고 있지만, 본인이 강제로 끌려나가는 상황이 될 때까지 백악관에서 버틸지 의문이다. 또 민주당 역시 민심과 공화당과의 협력 등을 고려해 집권 초기부터 물리력을 행사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미 주류 언론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가정해 검토할 만큼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을 해와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만 나가야 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과 전용 승용차인 ‘비스트’의 사용 권한도 내년 1월 20일 정오 이후 자동으로 새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 더 위크의 만평. [더 위크 홈페이지 캡처]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 더 위크의 만평. [더 위크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열리는 새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새 대통령 취임식에선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 바로 뒷좌석에 앉아 새 대통령의 취임 선거가 끝나면 박수를 보내왔다. 또 취임식 당일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형식으로 백악관을 안내하는 게 관행처럼 됐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의 매기 해버먼 백악관 담당 기자는 7일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을 백악관으로 초청할지, 새 대통령 취임식에는 갈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트럼프)는 일반적인 규범엔 관심이 없다”고 썼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의 관행을 무시하고 새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하지도, 취임식에 가지도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미국 매체 더 위크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혼자 "내가 이겼다"고 주장하며 선거에 불복하는 상황을 풍자하는 만평을 실었다. 그림 속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가운데 선 심판이 승자의 손을 들어주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편 손을 들어 스스로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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