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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와 야사 사이…코오롱 사보 600호, 삼성 마지막은 이건희

중앙일보 2020.11.09 05:00
코오롱그룹의 1호 사보와 600호 사보 표지. 코오롱은 1967년 8월 코오롱 뉴스 1호를 시작으로 53년간 오프라인 사보를 발행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코오롱그룹의 1호 사보와 600호 사보 표지. 코오롱은 1967년 8월 코오롱 뉴스 1호를 시작으로 53년간 오프라인 사보를 발행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회사, 조직, 개인의 업무 관련 기록이 正史(정사)라면 사보는 野史(야사)라고 할 수 있다.”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
 

[기업딥톡42] 기업의 얼굴 사보의 역사
삼성그룹 마지막 사보는 이건희 회장

코오롱그룹이 발행하는 사보가 지난달 600호를 맞았다. 국내 기업의 오프라인 사보 발행 종목으로 치자면 비공인(?) 최장수 기록이다. 1967년 8월 코오롱 뉴스 1호를 시작으로 53년간 꾸준히 발행한 결과다. 사보는 기업의 역사이자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코오롱 뉴스 1호는 “땀 흘리는 건설”이란 제목으로 국제개발기구(AID) 차관으로 공사를 진행하던 현장 소식을 생생히 전했다. 600호에는 수소연료전지사업과 풍력발전 등 신사업을 직원 인터뷰로 다뤘다. 반세기에 걸친 산업 변화가 사보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외환위기에 격월 발행을 한 적은 있지만, 오프라인 발행을 멈춘 적은 없다”며 “바로 옆 동료의 얘기다 보니 공장 휴게실 같은 곳에서 인기가 많다. 사원 기고도 꾸준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2016년 김영란법 도입으로 사보 폐간 

2016년은 기업 사보의 역사에서 운명의 해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도입되면서 삼성과 한화 등 주요 그룹사는 사보 발행을 중단했다. 김영란법이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기업 사보나 홍보물 등의 담당자와 발행인을 규제 대상인 언론인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 대부분이 이를 피해 사보 발행을 접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오프라인 사보는 멸종되다 시피했다. 코오롱그룹은 사보를 신청한 임직원에게만 우편으로 발송하는 방식으로 김영란법 적용 논란을 피했다. 
 
한화그룹 창업주 김종희 회장이 다이나마이트 프레스에 쓴 칼럼. 한화그룹

한화그룹 창업주 김종희 회장이 다이나마이트 프레스에 쓴 칼럼. 한화그룹

 

한화 사보 전신은 다이나마이트 프레스 

사보는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보니 기업 간 물밑 경쟁도 치열했다. 업계에서 손꼽혔던 사보는 한화그룹의 한화·한화인이었다. 한화그룹 사보는 2016년 김영란법 도입으로 폐간이란 운명을 피하진 못했지만, 직전까진 사보팀을 따로 둘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신경을 썼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홍보인 사이에서 한화 사보는 필독서였다”고 말했다. 
 
여기엔 배경이 있다. 한화그룹 사보의 역사는 72년 처음으로 발행한 다이나마이트 프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보를 창간한 건 한화그룹 창업주인 김종희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월간으로 발행하는 다이나마이트 프레스에 ‘정세변동에의 적응’ 같은 칼럼을 직접 썼다. 그만큼 사보에 대한 애착이 컸다. 한화그룹은 마지막 오프라인 사보(2016년 6월호) 표지를 불꽃놀이 사진으로 장식하며 다이나마이트 프레스와 창업주를 기렸다. 
삼성그룹의 마지막 오프라인 사보. 2014년 연말 발행한 것으로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스토리를 다뤘다. 삼성

삼성그룹의 마지막 오프라인 사보. 2014년 연말 발행한 것으로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스토리를 다뤘다. 삼성

 

삼성그룹 마지막 사보는 이건희 회장 

재계 1위 삼성은 사보를 내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마지막 오프라인 사보 삼성앤유(samsung&u)는 2014년 11·12월호를 끝으로 폐간됐다. 마지막 호는 지난달 숨진 이건희 회장을 다뤘다. 87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 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끄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 회장에게 세계 최고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표는 생존의 문제였다”고 적었다. 삼성앤유는 온라인 격주간지로 발행을 이어오다 2016년 8월 73호를 마지막으로 발행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은 “기업의 홍보 수단이 사보 등 오프라인 매체에서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온라인 뉴스룸 등을 통해 사보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LS그룹이 발행하는 사외보 보보담의 표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LS그룹

LS그룹이 발행하는 사외보 보보담의 표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LS그룹

 

사보 너머 사외보 시대로

사보 수명을 다했지만 기업의 사외보는 선전하는 중이다. LS그룹이 2011년 창간한 보보담(步步譚)이 대표적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보보담 창간호부터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데 구 회장이 직접 빨간 펜을 들고 편집 등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인문과 여행 콘텐트를 담고 있는 보보담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누구나 받아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현대자동차도 문화 콘텐트 등을 담은 사외보 현대모터를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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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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