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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바이든 시대, 한·미 관계 리셋 필요하다

중앙일보 2020.11.09 00:15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홍균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홍균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마침내 백악관의 새 주인이 결정됐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개표 초반 선전하면서 재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우편투표까지 세고 나니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중단 소송, 재검표 등 선거 결과에 불복할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개될 바이든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비핵화 외면한 대북 올인 정책 대신
미국과 한 배 타고 비핵화 추진해야

급선무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의 목표와 전략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2020년 미 민주당 정강에는 ‘동맹국들과 대북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비핵화 목표를 진전시켜 나가겠다’고 돼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TV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량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정당성만 부여했다고 비난하면서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재선 이후 또 한 번의 리얼리티 쇼 정상회담과 비핵화 스몰 딜을 내심 기대하던 문재인 정부에는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비핵화가 빠진 종전선언 추진 같은 제안을 들고 워싱턴을 설득하려 든다면 갈등은 불가피하다. 만일 북한이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 전후 도발해온 전례를 답습해서 신형 ICBM이나 SLBM을 발사할 경우 미국은 즉각 안보리 추가 제재에 착수할 것인데, 우리 정부는 그때도 평화만 외칠 것인가? 비핵화를 외면한 대북 올인 정책은 북한에도 먹히지 않고 바이든 정부에도 퇴짜를 맞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미국과 한배에 타고 진짜 북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한·미 동맹은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 언론 기고에서 자신은 주한미군 철수를 협박하며 한국을 갈취하는 식의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합리적인 수준의 다년간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조기에 타결해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과 한·미 연합작전 수행을 위한 한국군의 능력이 갖추어질 때 이루어져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이 정부 임기 내 가져오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마침 중국에 한 약속이 구속력이 없다고 했으니 미국과 협의해서 사드(THAAD) 추가 배치와 패트리엇 미사일과의 연동을 통해 미사일 방어망을 확충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미국 혼자가 아니라 동맹·우방과의 연대를 통해서다. 바이든 후보가 취임 첫해에 개최하겠다고 한 ‘민주주의 정상 회의(Summit for Democracy)’는 민주 국가들의 연대로 포장되지만, 사실상 광범위한 대 중국 전선의 출범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창하는 인도·태평양전략 참여도 주저하고,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는 클린 네트워크도 민간 기업이 정할 일이라고 빠져나갔다. 또 미·일·호주·인도로 구성된 쿼드(Quad) 플러스 참여 제안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지만 별일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동맹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대신 동맹의 의무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가능할까? 더는 좌고우면할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 관계를 리셋(reset)해야 한다. 땜질식 대응으로 일관하다가는 한·미 동맹 약화와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고립만 자초하게 될 것이다.
 
김홍균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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