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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결국 ‘부동산 빅브라더’ 띄운다

중앙일보 2020.11.09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달 서울의 한 공인 중개업소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의 한 공인 중개업소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시장을 감시하는 기구로 추진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구체적인 윤곽이 나왔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 6일 부동산분석원의 구성과 기능 등을 담은 법안(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하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한 뒤 석 달 만에 나온 법안이다.
 

‘부동산분석원’ 이르면 내년 출범
담합·증여·탈세 등 전방위 감독
온라인 시세조작 행위까지 규제
“전 세계에 없는 부동산 감독기구
정책실패를 자꾸 시장으로 돌려”

법안에는 국토부 소속 기관으로 부동산분석원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동산 시장의 담합, 편법 증여 등 이상한 거래나 불법 행위를 상시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위원회 산하에서 불법 돈세탁이나 탈세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과 비슷한 위상이다. 이 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초 부동산분석원이 출범한다. 진 의원은 “부동산 시장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불공정 거래 행위와 시장교란 행위를 효과적으로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안의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은행·국세청에 개인정보 요청 가능
 
부동산분석원이 출범하면 부동산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어디서 자금을 마련했는지 ▶증여세 같은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금융실명제에서 예외도 인정된다. 부동산분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부동산을 거래한 개인과 법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요청해서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교란 행위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과세 정보도 국세청 등에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분석원이 직접 금융거래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좌추적권은 이번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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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안은 ‘시세조작 행위의 금지’라는 명목을 내세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규제하는 내용도 담았다. 예컨대 “OO억원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맙시다”라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거나 아파트 게시판에 붙이면 정부가 집값 담합 행위로 간주해 수사기관에 고발한 뒤 재판에 넘겨 처벌할 수 있다.
  
부동산 자문·정보제공업, 신고제로 강화
 
부동산 관련 업종의 관리도 대폭 강화한다. 부동산 매매업이나 분양대행업은 등록제, 부동산 자문업과 정보제공업은 신고제를 도입한다. 관련 업체가 등록·신고를 하지 않거나 불법 행위를 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거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국토부는 지난 2월 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설치했다. 관계 기관 합동 대응반은 이미 부동산을 거래하는 개인과 법인의 세금·대출과 부동산 실거래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로 부동산분석원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을 들여 새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부동산분석원의) 감독 대상과 기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충분한 논의 없이 너무 앞서 나간다”고 우려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민간에서 자유롭게 유통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자가 허위나 위법한 정보를 제공하면 정부가 해당 정보의 삭제를 강요할 수 있다는 조항도 법안에 담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소비자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을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정부 규제로 시장은 더 위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에서 부동산 감독기구를 두고 시장을 상시 감시하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은 투기꾼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꾸 시장으로 돌리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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