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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앞 “넌 해고야” 포스터…미시간선 총기 든 시위대

중앙일보 2020.11.09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 양측 지지자 반응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모인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해고됐다’는 피켓을 들고 대선 승복을 요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모인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해고됐다’는 피켓을 들고 대선 승복을 요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당신 해고야(You’re Fired).”
 

바이든 93% 득표 워싱턴DC 들썩
시민들 광장서 춤·노래 축제 분위기

조지아 등선 “도둑질 멈춰라” 시위
WP “트럼프 캠프서 시위 부추겨”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7일(현지시간) 백악관 북측 라파예트 광장을 둘러싼 2.4m 높이의 쇠울타리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내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할 때 수시로 내뱉었던 유명 대사이자, 대선후보 시절 ‘당선되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해 주고 싶은 말’로 꼽았던 문구이기도 하다. 워싱턴DC 시민들이 그 대사를 고스란히 돌려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풍자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 득표율이 93%에 이르는 워싱턴DC에서 이 포스터에 반감을 드러낸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샴페인을 터뜨리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기쁨을 나눴다. 자동차들은 리듬에 맞춰 경적을 울려댔고, 롤러스케이트를 탄 청년은 성조기를 들고 내달렸다. 거리 곳곳은 ‘트럼프·펜스 당장 나가(Trump-Pence Out Now)’‘트럼프를 버려라(Dump Trump)’ 등 문구의 팻말들이 가득 채웠다. 한 노인은 전동 휠체어에 ‘다시 나라가 되다(A nation once again)’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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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대형 스피커에서는 1980년대 흑인 밴드 ‘쿨 앤 더 갱’의 히트곡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이 흘러나왔고, 시민들은 첫머리 가사인 ‘좋은 시간을 축하해, 컴온(Celebrate good times, come on)’에 맞춰 흥겹게 춤을 췄다. 대학생 코리그로퍼(18)는 “바이든 당선인은 모든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온 교사 세라 모리니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 미국이 정상(normalcy)으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방 공무원인 앤 스웰링턴은 “트럼프 당선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울었다”며 “바이든의 당선으로 과학과 팩트가 존중받는 시대가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화합과 치유를 얘기한 시민도 많았다. 대학생 저스틴 래머로(18)는 “양극화된 미국을 바이든 당선인이 정상으로 돌려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흑인 댄서인 조너선 토머스(31)는 “바이든 당선인이 모든 사람에게 올바른 결정을 내려 나라를 화합으로 이끌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미국 내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애리조나, 조지아 등 각지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부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미국 국기와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등 구호가 적힌 팻말을 흔들며 항의했다. 미시간주 랜싱에서는 트럼프 지지 시위대 중 일부가 권총을 허리에 차거나 소총을 몸통에 둘러맨 채 시위를 벌여 긴장감이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측이 우편투표를 조작해 승리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하면서 줄소송 및 초유의 대선 불복을 공식화해 시위는 갈수록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캠프가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WP가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지지자들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 싸울 준비가 돼 있으며 대통령 지지 행진을 전역에 권고하고 있다. 현장에서 깃발을 흔들고 대통령의 이름을 외치는 등 당신들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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