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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영자의 전성시대’ 순정남서 ‘국민 아버지’로 연기인생 56년

중앙일보 2020.11.09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원로배우 송재호가 7일 별세했다. 그를 스타덤으로 올린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1975). [중앙포토]

원로배우 송재호가 7일 별세했다. 그를 스타덤으로 올린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1975). [중앙포토]

피 끓는 청춘부터 인자한 아버지까지 다양한 역할로 반세기 넘게 사랑받아온 배우 송재호가 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83세.
 

원로배우 송재호
KBS 성우하다 무작정 충무로로
‘쌍꺼풀 없다’ 퇴짜에 수술 뒤 데뷔
취미로 클레이사격, 전국체전 금

고인은 “움직일 수만 있다면 계속 연기하고 싶다”던 생전 바람처럼 1964년 영화 ‘학사주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자전차왕 엄복동’ ‘질투의 역사’ 등 120여편에 출연했다.
 
1937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했다.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와 부산에서 살면서 신문팔이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든 생활을 했다. 그는 “변사가 무성영화를 해설해주던 시절 학교에서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을 꿈꾸게 됐다”며 “가방에 도시락은 없어도 카메라는 꼭 가지고 다녔다”고 밝혔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에서 호흡을 맞춘 송재호와 김수미. [사진 NEW]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에서 호흡을 맞춘 송재호와 김수미. [사진 NEW]

동아대 국어국문과에 입학해 59년 KBS 부산방송총국 성우로 먼저 데뷔했다. 무작정 상경해 충무로에서 ‘하녀’의 김기영 감독을 만난 일화도 유명하다. “내 영화에는 쌍꺼풀 없으면 출연 못 한다”는 말로 퇴짜를 맞자 바로 성형외과를 찾아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이후 박종호 감독을 만나 ‘학사주점’을 찍었다. 68년 K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갔다.
 
제임스 딘 같은 반항아 스타일로 인기를 끈 그는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1975)가 히트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속편(1982)에선 아들 송영춘씨가 데뷔하기도 했다. 4남 1녀 중 장남인 영춘씨는 목사가 됐다.
 
고인은 82년 백상예술대상 TV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국민 아버지’로 거듭나게 해준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2004~2005)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2000년 막내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그 충격으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사를 차리면서 얻게 된 사채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그는 이후 연기에 전념했다. 2011년 무비위크 인터뷰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앤서니 퀸 주연의 ‘노인과 바다’(1990) 같은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야생생물관리협회 회장 등 이색 이력도 많다. 78년 박종규 전 청와대 경호실장과 인연으로 총을 잡은 뒤 클레이사격 마니아가 됐고, 후에 전국체전에서 금메달까지 땄다. 국제사격연맹 심판 자격증도 취득해 86년 아시안게임 국제심판, 88년 서울 올림픽 보조심판으로 활약했다. 그는 “사격을 좋아하지만 동물 살상 목적으로 총을 들진 않았다”며 밀렵감시단 단장을 맡기도 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일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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