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리스 “첫 여성 부통령…내가 마지막은 아니다”

중앙일보 2020.11.09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선언을 하기 전에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선언을 하기 전에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카멀라 해리스(56) 부통령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국민)여러분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주셨다. 저는 첫 여성 부통령이 되겠지만 제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부모 자메이카·인도 출신 유색인
경선 때 바이든 ‘흑백 차별’ 맹공격
‘두려움 없는 전사’ 이미지 강점
78세 대통령 보완 실세 부통령 전망

미국 최초의 여성이자, 유색 인종 출신 부통령이 된 해리스는 이날 오후 델라웨어주 윌밍턴 리버프론트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에서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 고 존 루이스 상원 의원을 먼저 상기시켰다. “루이스 의원은 돌아가시기 전에 ‘민주주의는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행동이다’라고 했다.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면서다.
 
이어 “미국의 정신이 걸려있는 이번 선거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국민이 미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줬다. 투표를 통해 희망과 단합, 상대방에 대한 예의, 과학과 진실을 선택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자유와 평등, 정의를 위해 싸우고 희생한 아시안, 백인, 라틴계, 원주민들이 희생해 닦아 놓은 길 위에 이 순간이 있음을 강조하며 “저희 어머니 샤멀라 해리스(2006년 사망)가 열아홉에 인도에서 미국으로 왔을 당시엔 이 순간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지만 분명 미국에 이런 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첫 여성 부통령이 되겠지만 제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오늘 밤 많은 어린 소녀들이 이 나라가 가능성의 나라임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에게 투표하셨든 간에 조 바이든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랬듯 저는 언제나 모든 미국인을 생각하며 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를 종식하고 생명을 구하는 일, 경제를 회복하고, 미국이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해 미국을 단합시키고 미국의 정신을 회복하는 일을 지금부터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도 첸나이 남쪽 해리스의 외할아버지 고향마을 사람들이 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인도 첸나이 남쪽 해리스의 외할아버지 고향마을 사람들이 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해리스가 밝혔듯 그의 어머니는 인도 출신 암 연구자다.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는 자메이카 출신 경제학자다. 인종차별의 굴레를 뚫고 성장한 그는 2004년 샌프란시스코 검사장, 2011년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에 이어 2016년 11월 캘리포니아에서 흑인 여성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미 상원에서 유일한 흑인 여성 의원이다.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면서다. 해리스 역시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당당하게 여겨왔다고 한다. 백인 사회에서 고교 시절을 보낸 이후 워싱턴 D.C.의 대표적 흑인 대학 하워드대에 진학해 정치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시절 흑인들의 주택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1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해리스의 강점은 ‘전투력’이다. 민주당 경선 때 바이든을 가장 공격적으로 몰아붙여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지난해 6월 민주당 경선 TV 토론회에서 해리스는 버싱 정책(busing·학교 버스에 흑백 학생이 섞여 앉도록 하는 정책)에 반대한 바이든의 이력을 겨냥해 “캘리포니아에서 버스로 통학한 작은 소녀가 인종차별로 상처를 입었다. 그 소녀가 바로 나”라며 “당신은 버싱 반대에 협력했다”고 비판했다. 일격을 당했어도 바이든은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던 2015년 사망한 바이든의 장남 보와 해리스의 친분 및 신뢰 바탕 위에 ‘두려움 없는 전사 해리스’ 이미지가 컸다고 한다.
 
해리스 당선인은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바이든보다 22세 아래다. ‘70대 백인 남성 엘리트’라는 바이든의 이미지를 보완하며 이번 득표에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78세인 바이든이 재선에 나서지 못할 경우 부통령 프리미엄을 가진 해리스는 민주당 차기 대권 1순위 후보가 될 수 있다. 또 임기 중 ‘유사시’에도 해리스가 대행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리스의 임기 4년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해리스는 ‘의전용 부통령’에 머물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 언론은 해리스가 조지 W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각각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 바이든에 버금가는 ‘실세 부통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