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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닭갈비 힘 못썼다…드루킹 노트에 쓴 '시연회' 결정타

중앙일보 2020.11.08 16:02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김경수(53)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뒤집지 못하고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까지 이 같은 판결이 이어진다면 지사직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대권 가도에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김 지사 측은 2심에 이르러 ‘닭갈비 식사’ 등 새 증거를 내놨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왜 이를 유의미하게 보지 않았을까.
 

드루킹은 왜 ‘시연’이라는 단어를 썼나

해당 의혹의 시작점은 김씨가 옥중노트에 “김 지사가 두 번째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경기 파주 사무실 산채에 방문한 날 강의장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과 관련한 브리핑을 했다”고 적으면서다. 김씨는 댓글조작을 본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승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산채에서 만난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회는 물론 킹크랩에 대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굳이 ‘브리핑’ ‘시연’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집중했다. 재판부는 “만일 김씨가 김 지사를 공범으로 끌어들일 의도로 조작하려고 했다면 김 지사로부터 구두로 허락을 받았고, 목격자도 있었다고 하는 것이 훨씬 용이했을 텐데도 굳이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인 ‘시연’을 언급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거짓, 과장된 진술을 했다고 해서 진술 전체를 없는 것으로 돌리는 건 맞지 않는다”며 “김 지사에게 킹크랩 브리핑을 했다는 김씨의 일관된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11월 9일의 ‘닭갈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다만 김씨는 특검 수사단계에서 정확한 시연회 날짜는 특정하지 못했다. 다른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도 날짜가 오락가락했다. 명확한 물증 없이 이들의 엇갈리는 진술만으로는 김 지사를 재판에 넘기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다 특검은 김 지사의 보좌관이 2016년 11월 9일 산채 근처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을 찾았다. 네이버의 로그 기록에는 같은 날 저녁 8시 7분부터 23분까지 네이버 댓글을 조작한 흔적도 나왔다. 김 지사의 캘린더에서는 해당 날짜에 ‘드루킹 방문’이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그러자 김 지사 측은 비서의 ‘구글 타임라인’과 ‘닭갈비 영수증’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스마트폰 위치정보시스템을 통해 저장된 실시간 위치기록에 따르면 김 지사의 비서는 그날 7시쯤 파주에 도착한 후 산채 근처에서 대기하다 오후 9시 14분쯤 현장을 떠났다. 김 지사는 해당 시간에 경공모 회원들과 산채에서 포장해온 닭갈비를 먹었기에 시연회를 볼 시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닭갈빗집 사장이 “23인분 정도 포장해간 것이 맞다”고 말하면서 김 지사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그날 오후 8시 7분부터 16분간 로그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연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함상훈 재판장은 재판 과정에서도 닭갈비 포장과 킹크랩 시연의 인과관계에 의문을 가진 듯 변호인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포장해간 게 맞는다고 해서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서 식사했다는 게 필연적인 결과는 아닌 것 같다”며 “식사했다는 게 과연 바로 연결이 되느냐”고 물었고, 김 지사 측은 “연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결국 재판부는 네이버 접속 로그 기록과 김 지사의 방문 직전 최종 수정돼 인쇄된 온라인 정보보고 등을 토대로 “모든 증거가 예외 없이 2016년 11월 9일을 향하고 있고, 이를 넘어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한 시간대로 좁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고, 그걸 저버릴 때는 조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곧장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에서 다시금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고 기간은 선고를 받은 날부터 7일 이후로, 김 지사의 경우 오는 13일까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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