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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윤석열 주머닛돈" 공격한 檢특활비…법무부도 쓴다

중앙일보 2020.11.08 15:5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주머닛돈’이라고 지칭하며 감찰 지시까지 내린 검찰 특수활동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추 장관은 또 서울중앙지검이 최근까지 특활비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발언 중 사실이 아닌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①총장 ‘쌈짓돈’처럼?…“엄격하게 집행·관리”

 
추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에 대해 “총장 주머닛돈처럼 (쓴다)”며 “현재로써는 루프홀(loophole·제도적 허점)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권에서는 윤 총장이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표명했다며 ‘정치자금’ 주장까지 펼쳤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수사의 기밀성 등을 고려해 비공개가 원칙으로, 검찰은 감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영수증 등을 비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6일 “특활비는 월별·분기별 집행계획을 세워 집행하고, 수사상황 등에 따라 추가 집행한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주장한 ‘총장 주머닛돈’ 주장은 이런 절차와 규정상 말이 안 된다는 게 내부 반응이다. 감사원·기재부 집행 지침에 따라 내부에서 영수증이나 확인서 등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과거 법무부 검찰과에서 근무했던 한 검사는 “마치 총장이 뭉텅이로 돈을 들고 다니며 쌈짓돈처럼 쓴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총장을 공격하기 위해 특활비를 보겠다는 것으로, 해당 논리대로라면 정부 부처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으로 있었을 당시에도 내려받는 특활비가 있으면 봉투도 뜯지 않고, 예산 담당자가 맡도록 하는 등 자신이 특활비를 직접 만져본 적도 없다”며 “특활비 내역 등은 비공개 대상이지만, 혹시라도 누군가가 확인할 수도 있는 만큼 언제든지 필요한 증빙 자료는 다 마련해뒀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②검찰 특수활동비, 법무부에도 배정된다

 
특히 법무부에도 한 해 특활비 중 일부가 배정된다고 한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 법무부가 먼저 검찰에 예산을 배정한 뒤 검찰에서 다시 법무부로 일부 비용이 이동하는 구조였고, 최근에는 법무부에서 일부 예산을 유보해놓은 뒤 나머지를 대검에 배정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와 대검은 지난 2018년 합동으로 매뉴얼을 만들었고, 이에 맞춰 특활비를 집행한다. 2020년 기준 직원 1만500명의 검찰 특활비는 80억원대 수준인데, 그중 직원 670명 수준의 법무부로 10~20억원이 배정된다는 게 검찰 내부 일각의 주장이다. 특활비 성격상 법무부에 배정되는 예산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과거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법무부 특활비 상당 부분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소속기관에 배정된다“고 설명했다.

 
한 현직 검사는 “특활비는 정보·수사 활동에 사용되는 것인데 법무부는 수사 권한이 없고, 정보·수사도 하지 않는다”며 “법무부 장관이 먼저 솔선수범해 내용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8일 추 장관이 특활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면 위법이라며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③중앙지검 집행 안 돼?…“훨씬 더 많아”

 
추 장관은 법사위에서 “현장 일선 검사들의 고충을 들었다”며 대검이 업무 강도가 높은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내려보내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확인해 보니 중앙지검에 특활비가 다 내려가고 있다”고 반박하자 “고충을 들으니까 그렇다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매월 평균적으로 서울 동·남·북·서 등 재경지검과 의정부 등 수도권 지방 검찰청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특활비를 받는다고 한다. 추 장관의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며 “대검이 아닌 지검장에 확인해 봐야 하는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성윤 검사장이 지휘하고 있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6월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6월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④전 법무부 장관 “검찰 몫 특활비 없어”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검찰이 특활비를 법무부에 ‘상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법사위에서 “검찰 몫 특활비는 없다. 법무부와 검찰 공동의 활동을 위한 특활비”라며 “특활비를 검찰에서만 써야 한다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측은 특활비를 문제 삼는 것은 ‘정치 공방’으로 빠질 수 있다며 현재 진행되는 수사에 반대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었다.

 
이에 비춰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과 여권이 ‘내로남불’식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된다. 윤 총장 압박을 위해 전임 장관이 밝혔던 내용과는 정반대되는 논리를 펼친다는 취지다. 한 현직 검사는 “과거 법무부가 밝혔던 입장도 있다. 이제 와서 총장이 마치 쌈짓돈을 썼다고 주장하려면 법무부 특활비에 대해 상세히 밝히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오후 2시 대검찰청에서 법무부·대검찰청 대상 특활비 집행 관련 문서 검증을 한다.

 
나운채·강광우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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