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년전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美성명에 '실망' 넣은게 바이든

중앙일보 2020.11.08 15:47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 선언을 한 8일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스가 총리는 이 메시지에서 “미·일 동맹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또 인도·태평양지역과 세계의 평화, 자유와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가, 트위터로 축하 "미일동맹 협력"
주일미군 주둔비 증액 압박 완화 기대
동맹국간 관계 중시 한일 중재 가능성도
"강제징용 문제 빠른 매듭 원할 것"

스가 총리는 1월 20일 바이든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미국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 30분 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직접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고, 곧이어 뉴욕에서 당선자 신분의 트럼프를 만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당시 아베 총리의 행보가 이례적인 것이었고 스가 총리는 관례대로 새 행정부가 출범한 뒤 방미를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8일 트위터에 조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8일 트위터에 조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일본의 외무대신을 지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의원은 “외무대신 때 바이든과 몇 번 식사와 회담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단히 경험이 풍부하고 훌륭한 식견을 가진 분이었다”면서 “국제사회 속에서 큰 책임을 다하기를 기대하겠다. 그것이 미·일동맹과 일본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바이든 후보의 승리에 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이나 스가 모두 원로급의 차분한 스타일이므로 두 조합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바이든이 동맹국을 중시하는 노선을 취하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주일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협상도 한결 쉬워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측에 연간 주일미군 주둔 경비를 현재보다 4배 많은 80억 달러(약 9조원)를 요구한 데 비해, 바이든은 보다 합리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미 확보한 선거인단 253명에 펜실베이니아주의 20명과 네바다 6명을 더한 선거인단 279명을 확보, 아직 개표가 안 끝난 다른 경합주의 결과와 상관없이 당선에 필요한 매직넘버(270명)를 넘겼다. 바이든 후보는 남은 경합주 조지아, 애리조나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고 있어 최종적으로 선거인단 300명을 넘기는 '대승'이 예상된다. [뉴스1]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미 확보한 선거인단 253명에 펜실베이니아주의 20명과 네바다 6명을 더한 선거인단 279명을 확보, 아직 개표가 안 끝난 다른 경합주의 결과와 상관없이 당선에 필요한 매직넘버(270명)를 넘겼다. 바이든 후보는 남은 경합주 조지아, 애리조나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고 있어 최종적으로 선거인단 300명을 넘기는 '대승'이 예상된다. [뉴스1]

 

교도통신은 “바이든은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을 중시하는 노선으로의 전환을 밝히고 있다”면서 “주일미군 주둔 비용 교섭에서도 트럼프 정권과 비교해 대폭적인 부담 증가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의 경우 중국의 동중국해 진출 등을 용인할 우려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원장을 지냈고, 2009~2017년 부통령으로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뒷받침하며 한·미·일 공조를 강조해왔다.
 
2013년 12월 3일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3년 12월 3일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3년 12월 3일 당시 아베 일본 총리와 회동 뒤 공동기자회견에선 “(한국과 일본의) 협력과 관계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한·일갈등이 심상치 않았던 시기로,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또 부통령 시절 후반기인 2016년 8월 26일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이 게재한 ‘지정학 치료사(The Geopolitical Therapist)-바이든 부통령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한·일 정상 간 교섭을 중개한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자신이 아베 당시 총리의 도움 요청을 받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소개했다. 바이든은 “나는 합의를 만드는 협상을 하지는 않지만, 두 사람(박근혜, 아베)과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이 나를 신뢰했기 때문에 결국엔 교섭담당자가 될 수 있었다. 부부관계를 복원시키는 ‘이혼 상담사’ 같았다”고 술회했다.
 
지난 10월 17일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예대제 때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자신의 이름을 써 봉납한 '마사카키'가 놓여 있다. AP·EPA=연합뉴스

지난 10월 17일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예대제 때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자신의 이름을 써 봉납한 '마사카키'가 놓여 있다. AP·EPA=연합뉴스

 
2013년 12월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 미국 정부의 강한 비판 성명을 주도한 것도 바이든이었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이 아베 총리에게 미리 전화해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권고했는데, 참배를 강행하자 국무부 비난 성명에 ‘실망(disappointed)’이라는 문구를 넣도록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에 무심한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은 현안에 따라 직, 간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한·일관계가 동아시아 지역 안보문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중재하려고 노력하려 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역사문제는 어느 한쪽 입장을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는 빨리 매듭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