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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았지만, 없애지도 못하는 운명…방치된 휴·폐업 주유소

중앙일보 2020.11.08 12:00
경기도 고양시의 한 폐업 주유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도 고양시의 한 폐업 주유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주택가 입구엔 오래된 주유소가 하나 있다. 주유기나 세차장 등을 갖춘 평범한 주유소다. 하지만 주변을 2.5m 높이 철제 펜스로 둘러쳤다. 당연히 차량은커녕 사람도 들어갈 수 없다. 6~7년 전 폐업해서다. 이 주유소는 녹슬고 낡은 겉모습을 유치한 채 폐허처럼 방치됐다.
 
휴·폐업한 뒤 방치한 주유소가 늘고 있다. 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도내에서 휴·폐업한 주유소는 모두 56곳이다. 포천시가 15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파주(7곳), 양평(5곳), 양주(4곳), 고양·안성(각 3곳) 등이다. 이들 주유소는 모두 사용 중지 상태다. 출입구만 막은 채 방치됐다.
 
휴·폐업 주유소는 경기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 폐업한 주유소는 1051곳, 휴업 주유소는 587곳이다. 이들 주유소 중 지난 5년간 휴업·영업을 연 2회 이상 반복한 주유소는 351곳에 이른다. 같은 기간 아예 2년 이상 장기 휴업에 들어간 주유소도 51곳에 달한다.
동두천시의 한 폐업 주유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동두천시의 한 폐업 주유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철거비, 토양 정화비 때문에…" 

올해 초 1만1454개였던 전국 주유소 수는 지난 9월 1만1384개로 줄었다. 휴·폐업 주유소가 잇달아 나오는 이유는 매출 감소 등 불황이 원인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주유소 휴·폐업이 더 늘었다.
 
철거 비용도 만만찮다. 주유소 1곳당 토지정화 비용으로 약 7500만원, 철거 비용으로 7500만원 등 총 1억5000만원 안팎이 들어간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철거에 드는 비용이 막대해 휴·폐업 후에도 주유소를 방치하는 업주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주유소를 무분별하게 방치했을 때다. 일부 방치한 주유소 건물을 비행 청소년이 탈선 장소로 이용한다. 주유소는 기름을 다루는 만큼 토양오염 우려도 높다. 만약 기름이 유출돼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면 식수까지 오염된다. 그래서 주유소는 토양환경 보전법에 따라 폐업하기 전 토양을 복구한 뒤 오염물이 검출되지 않아야 시설물을 닫을 수 있다.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한 폐업 주유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한 폐업 주유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도내 휴폐업 주유소 단속에 나섰다. 앞서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도내 사용 중지 주유소를 81차례 방문 점검해 위험물 제거 등 안전조치를 진행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내년 10월부터 3개월 이상 위험물시설 사용을 중지할 경우 시도지사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안전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는 '위험물 안전관리법 개정법을 시행한다"며 "개정법 시행 전까지 11개월 남은 만큼 휴·폐업하는 주유소는 ▶위험물 제거 ▶출입제한 ▶사용봉인 ▶안내문 제시 등 안전조치를 한 뒤 관할 소방서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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