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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트리트’ 부활로 일자리 창출…클린턴 호황기 재현 꿈

중앙선데이 2020.11.07 00:22 710호 6면 지면보기

미 바이든 시대 눈앞 - ‘바이드노믹스’ 나오나

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트럼프와 바이든 후보가 맞붙은 미국 대선 개표결과 방송을 보고 있다. [뉴시스]

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트럼프와 바이든 후보가 맞붙은 미국 대선 개표결과 방송을 보고 있다. [뉴시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새롭게 출범하게 될 행정부의 경제정책 성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금까지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기본방향은 일자리와 중산층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1993년에서 2000년까지 미국을 이끈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의 정책과 유사하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 미국 호황기 가운데 하나였음을 고려하면 민주당 후보가 이러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노동자 가구를 위한 일자리 정책을 선두에 내세웠다.
 

보호무역주의 색채 보이지만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에 방점

재정 건전성 해치지 않는 지출
민간으로 재원 흘러가는 게 관건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1993년 1.5%라는 낮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 집권 첫해를 시작했지만 두 번째 임기였던 99년에는 미국 같은 선진경제에서 보기 힘든 4.75%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클린턴 행정부 처음 4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도 3.3%로 높은 수치였는데, 연임에 성공한 후반기 4년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4.55%에 달할 정도였다. 물론 경제정책보다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른 신경제(New Economy)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신기술이 어떻게 경제활동으로 이어지게 할지도 경제정책의 중요한 몫이고 경제성장과 함께 실제로는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신기술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려운 실질적인 경제 호황기였다. 이에 따라 집권 첫해 1993년 6.9%에 달하던 실업률은 2000년 3.99%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경제야’라는 클린턴의 선거 당시 슬로건처럼 경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클린턴 경제정책의 중요한 특징은 전통적인 미국 민주당의 입장에 비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영국 총리를 지낸 토니 블레어와 함께 제3의 길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경제성과가 양호했던 것도 사실이기에 바이든 입장에서는 이를 능가할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다.  
 
조 바이든 후보의 주요 경제 공약

조 바이든 후보의 주요 경제 공약

실제로 바이든이 다소 파격적인 경제정책을 표방한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같은 다른 민주당 후보들보다 상당히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받으며 기업과 산업계의 지지를 받은 것도 선거 과정에서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의 제조업이 민주주의의 병참기지였던 때를 기억하자”며 ‘월스트리트’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되는 ‘메인 스트리트’로 지칭되는 제조업 기업의 부활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은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통상 부문에서 보호무역 색채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경우 해외 수입품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생산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해외 수입품이 미국으로 들어오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양질의 저렴한 제품을 살 수 있어 경제 전체로 긍정적이지만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국내 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역시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협상에 의한 양자주의(兩者主義)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보호무역 색채를 띤 것에 비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되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주의(多者主義)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세계무역기구가 무력화되면서 자유로운 국제통상질서가 약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던 한국에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사실 미국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됐던 때는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 시절이었다.
 
또한 클린턴 대통령은 일괄예산통합법(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을 비롯해 93년과 97년 적절한 지출 통제와 일부 증세를 담은 입법을 통해 재정적자 축소 작업에 나서며,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의 재정을 건전화시키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재원이 공공부문으로 몰리지 않고 민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물론 코로나 19와 같은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바이든 선거본부는 재정지출의 확대 역시 교육과 저소득층 지원 등 꼭 필요한 부분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선거기간에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하기가 쉽지만,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도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의 경제적인 번영을 재현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꿈은 노동자 계층이 일할 수 있는 민간 일자리를 기업을 통해 창출함으로써 이들이 중산층으로 뻗어 나가도록 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바이드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클린턴 행정부 때와 같이 효율적으로 재정을 지출하며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가운데 민간으로 투자 재원이 흘러갈 수 있도록 유연하고 실용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팀 부연구위원, 카이스트 경영대학 조교수 등을 거쳤다. 한국경제학회가 만 45세 미만 경제학자 중 탁월한 연구 업적을 보인 학자에게 수여하는 한국경제학회 청람상(2015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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