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서울 상권

연리단길에는 평일 저녁에도 음식점과 카페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김나윤 기자
북적대는 송리·용리·연리단길
주택가 ‘끼 있는 가게’ 공통점
SNS 타고 20~30대 왁자지껄
월세 올라도 매물 얻기 어려워
홍대·신촌은 ‘무권리금’ 속출
강남도 공실률 2년 새 3배 늘어

홍대 놀이터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무권리금’ 매물판들이 붙어 있다. 김나윤 기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임대료 올라 제2 경리단길 전락 우려
서울 핵심 상권들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주요 상권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홍대입구, 신촌, 강남역(강남대로) 일대엔 텅 빈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무권리금 매물이란 현수막까지 걸려있다. 이른바 ‘바닥피’라 불리는 권리금은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에게 상가 점포를 넘길 때 받는 웃돈으로 부동산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상권 내 무권리금 매물이 많다는 건 영업난으로 서둘러 가게를 접으려는 임차인이 많다는 의미다.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 불패신화’를 자랑했던 주요 대학가와 도심 상권이 불경기에 속수무책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연세로에서 프랜차이즈 빙수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은 “요즘 대학생들이 우리 때처럼 술 먹는 문화가 많이 없어졌다”라며 “유동인구가 줄다 보니 프랜차이즈도 과거보다 매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년째 연세로에서 호떡 노점을 운영하는 박순덕씨는 “예전엔 권리금이나 월세를 높게 주고서라도 들어오고 싶어 난리였던 동네였는데 지금은 여기(연세대) 학생 아니면 굳이 찾아올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용리단길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주택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 골목을 구경하려는 젊은이들이 많다. 김나윤 기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경기 불황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신촌역 주변 상가에는 빈 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김나윤 기자

송리단길은 이른바 ‘갬성’식당을 찾는 20·30세대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나윤 기자
소셜미디어(SNS) 중심으로 해시태그(#) ‘나만알고싶은카페’, ‘나만알고싶은골목’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상점도 발굴 한다. 류석진 서강대 지역재생 연구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밀레니얼은 단순히 돈을 주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골목에 묻은 세월의 흔적에 공감하고 특별한 가치로 인정하면서 소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소음·주차난 등 골머리
상권발달이란 빛 이면엔 그림자도 있다. 계속해서 오르는 임대료 탓에 제2의 경리단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리단길’의 원조 격인 이태원의 경리단길은 개성있는 골목 상권이었지만 높은 임대료와 코로나19로 최근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지난 1월 카페 개업을 위해 용리단길에 평당 16만원 월세 계약을 한 박성현 대표는 “경리단길은 낮은 월세로 들어왔다가 급등하는 바람에 폐업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곳이나 송리단길은 애초 높은 월세를 고려하고 들어오는 게 다수”라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담배 연기, 주차 대란 등 생활 불편을 토로한다. 송리단길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할머니(67)는 “주말엔 사람과 차가 많아져 도로를 가득 메운다”며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많이 넣으니까 올해 들어 도로에 페인트로 차도와 인도를 구분했지만 별 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리단길 다세대 주택에 사는 이은경(29)씨는 “앞 건물 1층엔 파스타 가게고 2층엔 와인 바가 들어섰다”며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넘치고 밤늦게까지 음악 소리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