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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에 의존 빅히트, 수익성 낮은 빅3…엔터주 ‘비틀’

중앙선데이 2020.11.07 00:02 710호 14면 지면보기
방탄소년단(BTS)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주가는 코스피 상장 첫날인 지난달 15일 장중 한때 35만원대로 ‘따상’을 기록했다. 따상은 기업공개(IPO)로 신규 상장한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의 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까지 오르는 경우를 뜻하는 신조어다. 환희는 잠시였다. 이날 고점에서 곧바로 급락해서 25만원대로 마감하더니 이후 연일 고꾸라졌다. 3주가 지난 이달 현재 빅히트 주가는 상장 첫날 시초가(27만원대)의 60% 수준인 16만원대. 공모가인 13만5000원에 가까워졌다.
  

엔터기업 고평가 논란
빅히트 주가, 공모가 수준 급락
방탄 군입대 등 위험 요인 존재

멤버 탈퇴, 비리 등 사람 리스크
한한령 등 지정학적 변수도 많아
일각선 “한류 기세 여전” 낙관론

#기대를 모았던 빅히트의 주가 부진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기업의 현재·미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갑론을박이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빅히트뿐 아니라 국내 3대 연예 기획사인 SM·YG·JYP엔터테인먼트 등 중심의 이른바 ‘엔터주(株)’는 지난 수년간 증시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그 사이 대중가요 ‘K팝’ 등이 스마트폰과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매개체를 통해 해외에서 인기를 모으면서다. 특히 BTS는 올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서 한류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이 나왔다.
 
빅히트가 상장 직후 시가총액 8조원대(현재 5조원대)로 코스피 상장사 중 32위에 오른 것도 그래서였다. 빅히트 매출은 2018년 3014억원에서 지난해 5872억원으로 배로 늘었고, 올해도 7000억원 달성이 유력하다. 이 경우 업계 1위 SM의 연매출(6578억원, 지난해 기준)을 뛰어넘게 된다. 그럼에도 빅히트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보는 측에서는 BTS라는 하나의 상품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빅히트의 올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BTS의 비중은 무려 87.7%에 이르렀다. 지난해(97.4%)보다 나아졌지만 절대적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빅히트 실적을 좌우하는 글로벌 BTS 팬덤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출 등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때문에 BTS 멤버들의 군 입대라는 리스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현행 병역법상 이들은 입대를 28세까지만 미룰 수 있어,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부터 차례로 입대해야 한다. 이에 미국 CNN 방송은 지난달 보도에서 “BTS는 멤버들의 군 복무라는 치명적인 단절기를 곧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빅히트에 비해 특정 연예인 의존도가 덜한 편이다.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객관적 지표에서도 상대적으로 고평가 의혹을 덜 받는다. PER이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보는데, 현재 빅히트의 PER은 약 50배인 반면 SM·YG·JYP는 20~30배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3사는 수익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합은 859억원으로 빅히트 한곳의 영업이익(987억원)에 못 미쳤다. SM과 YG는 명성에 비해 지난해 각각 162억원과 2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 내실도 좋지 못했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프라인 콘서트 등의 수익 사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또 사람이 곧 상품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예측·관리가 어려운 ‘사람 리스크’가 늘 존재하는 한계가 따른다고 분석한다. 소속 연예인 하나가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치명적 악재로 작용해 주가가 휘청거린다. SM은 지난 2014년 엑소 멤버 일부가 탈퇴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에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100억원가량 증발했다. YG는 2018년 말부터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연루된 ‘버닝썬 사건’ 때문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지난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1100억원어치가 역시 날아갔다. 이러다 보니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움직이는 공매도 세력이 유독 활개를 치는 분야 중 하나가 엔터주다.
  
블랙핑크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아울러 한류 상품 ‘수출’이 중요해지면서 각종 대외 변수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도 커졌다.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확정 후 중국 정부가 보복 차원에서 비공식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내리고 아직 완전히 해제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가 엔터주에 투자하려고 할 때 과대평가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성장성을 핵심 분석 대상으로 보는 가치투자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일각에선 지금의 고평가 논란이 지나치며, 오히려 과소평가로 흐를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한류의 기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여전한 데다 지금껏 쌓은 노하우가 건재한 만큼 산업 자체의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BTS의 글로벌 위상 강화와 후광 효과로 걸그룹인 YG의 블랙핑크, JYP의 트와이스 등 BTS 뒤를 이을 만한 K팝 스타들이 해외 인지도와 영향력 확보에 성공하고 있다”며 “특히 걸그룹은 차별화 효과로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치가 한층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보에 드는 비용 등을 제외하면 다른 업종과 달리 고정비(설비 감가상각비, 연구·개발비 등) 부담이 덜해 여력을 비축하기가 유리하다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묻지마 투자 탓 공모가 거품, 개미 손실 악순환
‘따상’과 폭락. 올 하반기 대형 공모주로 주목받은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는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개인 투자자의 애간장을 태웠다. 공모주 청약에는 실패하고 따상 무렵에 해당 주식을 사들였다면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중소형 공모주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공모가 거품 논란에도 휩싸였다. 공모가가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높게 책정돼 개인들의 투자 손실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올 9월부터 지난달까지 상장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외) 12곳 중 4곳(비비씨·압타머사이언스·핌스·원방테크)은 지난 3일 기준 주가가 공모가 대비 약 20~30% 하락했다. 통상 공모가는 상장 주관사가 동종 업계 상장사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등 객관적 지표를 고려하되, 기업 측이 제시한 희망 가격을 바탕으로 기관 투자자 수요를 파악해 결정한다.
 
그런데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불고 있는 개인들의 이른바 ‘묻지마 투자’ 열풍으로 적정 수준의 공모가 책정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예컨대 SK바이오팜 등의 따상을 지켜본 개인들은 ‘상장 첫날 팔아도 무조건 이득’이라는 기대로 대형 공모주는 물론 중소형 공모주의 청약 등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상장 초기 높은 가격에 개인에게 팔아 수익률을 높이려는 일시적인 기관 수요도 급증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미 상장한 공모주 초기 투자 수익률이 높으면 다른 공모주에도 수요가 몰려 공격적인 공모가가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넘쳐흐른다는 점도 공모주 시장 과열의 원인이다. 이에 올 3분기 신규 상장사 44곳의 공모금액은 총 3조1968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였다. 공모주 물량을 개인에게 배정하는 일반 청약 평균 경쟁률도 1025대 1로 사상 최고치였다. 상장 주관사가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 정확히 실제 수요를 예측하고, 기업과 함께 적정 수준의 공모가 산정에 힘쓸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공모주 청약 물량은 일반(20%), 기관 투자자(60%), 우리사주조합(20%) 등으로 배정되고 있다. 또 같은 개인 중에서도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경우에 많은 물량을 배정해 투자 기회의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공모주 배정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에게 일반 청약 물량의 절반을 배정하는 등의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빅히트 상장 후 공모주 시장 과열과 공모가 거품 논란이 더 거세진 상황에서 개인 소액 투자자 우대가 자칫 이들의 더 큰 손실만 가져오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이르면 이달 중 공청회를 열어 시장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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