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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피펜 쓰면 트럼프 표 누락" 800만명 들썩인 황당 음모론

중앙일보 2020.11.06 18:06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2020년 대통령 선거 투표 개표와 관련 "속임수를 멈춰라"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2020년 대통령 선거 투표 개표와 관련 "속임수를 멈춰라"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우편투표를 놓고 소송전으로 비화한 가운데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각종 음모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표) 도난을 막아라(#StopTheSteal) 등의 해시태그 검색을 차단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일부 콘텐츠가 플랫폼의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주의사항과 함께 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일시적으로 숨김 처리했다'는 설명과 함께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했다.

 
SNS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건 우편투표 개표와 함께 패색이 짙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지시간 5일 백악관 회견에서 "합법적으로 투표하면 내가 이긴다"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지 않는 한 이긴다"고 말해 음모론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부정선거 의혹을 소송전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일부를 숨김 조치했다.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경합주에서 자신의 표가 마법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내용과 "또 다른 경합주에서 자신을 찍은 50만표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트위터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적은 트윗 글에 대해서도 비슷한 처리를 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별도의 '팩트 체크' 박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투표용지가 불타는 영상

펜실베이니아 산하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팩트체크' 웹사이트. '트럼프 대통령을 기표한 투표 용지가 불에 타는 영상은 조작됐다고 밝혔다. [팩트체크 웹사이트]

펜실베이니아 산하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팩트체크' 웹사이트. '트럼프 대통령을 기표한 투표 용지가 불에 타는 영상은 조작됐다고 밝혔다. [팩트체크 웹사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찍은 투표용지가 불타는 조작된 영상도 11월 3일 대선 이후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NBC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상에는 한 남성이 투표용지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태우는 내용이 담겼다. 영상에서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이 남성은 '투표용지는 80장이고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릭트럼프 트위터]

[에릭트럼프 트위터]

영상 속 투표용지는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버지니아비치 시 당국은 영상 속 투표용지가 '가짜'라고 밝혔다. 공식 투표용지라면 있어야 할 바코드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도 이 가짜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로 공유하며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동영상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이미 12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상태였다. 
 

'샤피펜' 음모론

 
음모론에 휩싸여 있는 '샤피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쓰는 펜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주에서 샤피펜으로 기표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가 대거 무효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주법무장관 등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AFP=연합뉴스]

음모론에 휩싸여 있는 '샤피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쓰는 펜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주에서 샤피펜으로 기표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가 대거 무효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주법무장관 등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펜인 '샤피펜'으로 투표하면 무효표가 된다는 음모론도 대선 이후 퍼지기도 했다. 개표 기계가 샤피사의 잉크를 인식하지 못해 '트럼프 표'가 대거 누락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샤피 게이트(#Sharpie Gat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퍼졌고 유튜브에선 샤피펜 음모론을 제기하는 주장을 담은 영상의 조회수가 821만회를 넘었다. 
 
마크 브르노비치 애리조나주 법무부장관이 '샤피펜게이트'와 관련, 샤피펜으로 투표해도 무효표 처리되지 않는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마크 브르노비치]

마크 브르노비치 애리조나주 법무부장관이 '샤피펜게이트'와 관련, 샤피펜으로 투표해도 무효표 처리되지 않는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마크 브르노비치]

현재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4만여표 앞선 애리조나주에선 샤피 게이트를 수사해달라는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다. 애리조나 마리코파 카운티 주민 로리 아길레라가 "카운티 당국이 나눠준 샤피사 펜으로 기표했는데, 잉크가 뒷면으로 번져 기표용지 교체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투표권 침해'를 주장하면서다.
 
카운티 당국은 "샤피펜으로 투표해도 아무 문제는 없으며 설령 번진다고 하더라도 엉뚱한 사람으로 기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주 국무장관, 마크 브르노비치 애리조나주 법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샤피펜을 써도 투표용지가 무효 처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스콘신 투표율이 100%가 넘는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경합주 위스콘신에서 투표율이 100%가 넘었다는 주장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즉 허위 표가 무더기로 개표에 포함됐다는 얘기다.

 
이 음모론은 위스콘신주의 등록 유권자는 312만9000여명인데, 투표수는 323만9920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스콘신주의 실제 등록 유권자 수는 지난 1일 기준으로 368만 4726명이었다. 가짜 주장인 셈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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