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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반격' 안통했다…항소심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

중앙일보 2020.11.06 18:03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은 김경수(53) 경남도지사(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묵인으로 본격 시작됐고 김 지사가 직접 가담해 강화ㆍ지속됐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함상훈ㆍ김민기ㆍ하태한 부장판사)는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는 두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었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포털사이트 네이버ㆍ다음 등에 올라온 뉴스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매크로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사용해 네이버에서만 댓글 118만여개에 8833만여회의 공감/비공감 버튼을 클릭해 여론을 조작하고 포털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2016년 11월 9일 시연,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검은 2016년 11월 9일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 불린 드루킹 김씨 일당의 경기 파주 사무실 산채에 김 지사가 들렀고 이날 킹크랩에 대한 브리핑과 프로토타입(시제품) 시연을 봤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당일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보여주며 댓글조작 프로그램 구동에 대한 허락을 구했고 김 지사가 이를 알고 묵인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1ㆍ2심에서 “산채를 들른 것은 맞지만 시연은 본 적 없다”고 전면 부인해왔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김 지사가 11월 9일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드루킹 김씨가 구속된 뒤 옥중노트에서 ‘시연’을 언급한 부분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옥중에서 2016년 10월쯤(실제로는 11월) 김 지사가 산채에 들렀고 킹크랩에 대해 브리핑을 했으며 개발자 우모씨를 불러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 시연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를 통해 거짓으로 밝혀진 부분도 있지만 김씨가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인 ‘시연’을 언급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만약 김씨가 무고한 김 지사를 범행에 엮으려 했다면 구두로 승인을 받고 목격자도 있었다고 주장하면 되는데 증명하기 어려운 시연을 처음부터 주장한 것은 신빙성이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당일 드루킹이 김 지사가 산채에 오기 직전 출력한 온라인정보보고 문건에 ‘킹크랩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댓글 기계에 대응하는 기계’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김 지사가 이 자료로 브리핑받았다는 사실은 증거로 확인된다고 봤다.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킹크랩 개발자 진술과 포털 로그기록 일치”

시연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킹크랩을 개발한 우씨의 진술과 수사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된 네이버 로그 기록의 일치로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우씨는 사건 초기부터 “드루킹의 지시로 김 지사 방문시 킹크랩 시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제출한 네이버 로그 기록에는 우씨가 김 지사 방문 전인 11월 4일부터 3개의 아이디로 6개 동작을 반복하는 기록이 나온다. 11월 7일쯤 이 작업이 안정화 되자 김 지사 방문 직전인 8일과 9일에는 프로그램을 하루 1~2차례만 돌려본다. 그리고 김 지사 방문 당일인 9일 오후 8시 7분부터 8시 23분까지 16분 동안 킹크랩을 돌린다.
 
김 지사 측은 이를 두고 “시연이 아닌 개발 과정”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개발 과정이라면 1개의 아이디로 안정화를 한 뒤 2개, 3개 늘려가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인데, 우씨는 김 지사 방문 일정에 맞춰 3개 아이디로 작업했고 방문 뒤에는 다시 1개 아이디로 다른 기능을 만들어 나간다”고 분석했다. 우씨는 그간 김 지사 방문 전 로그 기록에 대해 “시연을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씨 진술에는 모순점을 찾을 수 없다”며 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일부 거짓과 과장이 있다 해서 그 진술 모두를 없는 것으로 돌리는 건 형사재판의 책무를 져버리는 것”이라며 “김 지사가 시연을 참관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판결했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김 지사의 묵인하에 댓글 조작 활동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지사측이 “닭갈비 저녁 식사 때문에 시연을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당일 동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단순한 지지자 아닌 밀접 관계”…김 지사 주장 배척

김 지사에게 뼈아픈 부분은 또 있다. 항소심은 김 지사가 그동안 재판에서 주장해왔던 부분을 대부분 배척했다. 대표적으로 김 지사는 드루킹 김씨와의 관계에 대해 “단순한 온라인 지지자와 정치인의 관계”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9월 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함 재판장은 김 지사에게 김씨와의 관계를 10여 차례 이상 캐물었으나 김 지사는 똑같은 취지로 답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주장이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와 김씨는 사적으로 10번가량 만났고, 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1년 6개월 넘게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또 김 지사가 그동안 “선플 운동인 줄 알았다”고 주장해온 부분에 대한 판단도 언급했다. 킹크랩이라는 기계를 이용한 댓글 조작이 아니라 사람이 수작업으로 댓글을 다는 활동으로 알았다는 게 김 지사 측 주장이었다. 함 재판장은 선고 끝부분에 “킹크랩이라는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직적인 댓글 부대 활동을 용인한다는 건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고, 그걸 저버릴 때는 조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징역 2년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김 지사가 현재 공직을 수행 중이고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는 없다고 판단해 보석을 취소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법정구속은 피하게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

함께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공직선거법 문구에 주목했다.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 또는 그 제공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선거법 조항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한 댓글 조작 활동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당선되도록 한 선거 운동이고 그 대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고 보고 김 지사를 기소했다. 항소심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문구에서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즉 김 지사 공소사실의 경우 2018년 지방선거라는 선거는 특정됐지만, 어떤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하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만약 특검 주장대로 법을 해석한다면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해석이라고 판결했다. 또 김 지사가 제안한 센다이 총영사직이 지방선거와 관련해 제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1년 8개월간 이어진 항소심 마무리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선고로 지난해 3월 시작된 김 지사의 항소심은 마무리됐다. 김 지사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댓글 조작 혐의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후 그해 4월 항소심에서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을 지정했다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재판을 두 차례나 재개했다. 그 사이 재판부가 교체됐고, 올해 들어 다시 항소심이 시작됐다. 2심 개시 이후 1년 8개월 이상 이어진 김 지사의 항소심은 모두 21차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실형을 선고받은 김 지사는 선고 이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겠다"고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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