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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줄소송, 법원은 줄기각…판사 “도대체 뭐가 문제냐”

중앙일보 2020.11.06 17: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주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 최고법원이 결론을 낼 것"이라며 소송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신이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임명으로 '6대 3' 보수 우위 체제를 구축한 연방대법원에 개입을 촉구한 셈이다. 주 지방법원과 항소법원, 대법원을 거칠 때까지 개표 관련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방대법원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세가 불리해지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세한 모든 지역에 소송을 걸겠다고 예고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세가 불리해지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세한 모든 지역에 소송을 걸겠다고 예고했다. [AFP=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조지아·미시간, 개표 중단 수용 안해
"개표 막바지 중단하기 너무 늦고, 불법 증거 없어"
트럼프 "대법원이 결론"…보수 6명 대법원 개입 촉구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시간주 지방법원은 전날 트럼프 선거캠프가 개표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낸 개표 중단 소송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미시간주 1심 법원의 신시아 스티븐스 판사는 심리 진행 후 “이미 개표 작업이 막바지인 상황에서 개표를 중단하기에 너무 늦었고,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캠프 측이 “조슬린 벤슨 주 국무장관이 공화당 개표 참관인의 접근을 제한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벤슨 장관이 개표 과정을 통제한 적이 없으며, 개표 과정을 반드시 영상 촬영할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외 우편투표 용지의 도착 일자가 불법 조작됐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조지아주 지방법원도 트럼프 캠프 측이 주장하는 의혹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트럼프 캠프의 개표 중단 소송을 기각했다. 조지아주 공화당은 앞서 채텀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투표 시한을 넘겨 도착한 우편투표 무효표가 유효표에 포함되지 않도록 분리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캠프는 소장에서 "선관위 개표원들이 11월 3일 오후 7시 투표 마감 시한 이후에 도착해 무효표로 처리해야 할 우편투표 53개를 유효표 더미에 넣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리를 맡은 제임스 배스 판사는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잘못 처리한 흔적이나 증거가 없다”며 “개표를 중단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펜실베이니아 “1.8m 참관” 허용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 카운티 개표소에서 선관위 직원이 우편 투표 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 카운티 개표소에서 선관위 직원이 우편 투표 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항소법원은 공화당 측 개표 참관인들이 개표 과정을 더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수락했다.
 
주 항소법원 크리스틴 피자노 캐넌 판사는 “모든 후보자와 후보 대리인, 참관인은 개표 과정에 참석할 자격이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규칙에 따라 1.8m 거리에서 참관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트럼프 선거 캠프는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등 카운티 곳곳에서 개표 중단 소송과 함께 개표 참관을 위한 ‘의미있는 접근’을 보장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우편투표 용지가 규정 봉투에 담겨 제출됐는지, 서명됐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또 접근이 허용될 때까지 개표를 중단하고, 이미 개표가 완료한 표의 재검표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1.8m 참관 이외에 개표 중단 및 재검표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트럼프, 줄소송 예고…판사 “도대체 뭐가 문제냐”

트럼프 대통령 측은 주 법원들의 기각 결정에 반발해 항소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회견에서 “우리가 이렇게 선거를 도둑맞을 수는 없다. 앞으로 많은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많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모든 주가 선거 사기를 치고 있다”며 “법적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도 “더 많은 법적 조치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펜실베이니아 개표소 인근에서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펜실베이니아 개표소 인근에서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주 항소법원의 ‘1.8m 참관’ 허용 결정이 나자마자 연방법원에 후속 소송도 제기했다.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선관위가 항소법원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펜실베이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주정부가 주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거나 연방법률을 위반한 때는 연방법원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지방법원은 하지만 이 소송을 곧바로 기각했다. 펜실베이니아 연방지법 폴 다이아몬드 판사는 이날 바로 심리를 열어 "개표소 내에 참관인이 참석했다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이아몬드 판사는 선거캠프 측 변호인을 향해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소송은 연방법원 차원에서 다룰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소송 남발에 주의를 주기도 했다. 대신 추가 소송을 하지 않도록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60명씩 참관하는 데 합의하라고 주문했다. 
 

트럼프 "이 나라 최고법원이 결론낼 것"

잇따른 기각 결정에도 트럼프 캠프가 무더기 소송을 내는 것은 '시간끌기 전략'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사법 체계는 이론상 주 1심법원 →주 고등법원 → 주 대법원 → 연방 지방법원 → 연방 고등·항소법원 → 연방 대법원 순으로 진행된다. 투표 관련법은 주 법에 따른 사안이라 주 1심법원에서 우선 처리한다. 하지만 최종 주 대법원 판결마저 불복할 경우 헌법적 쟁점을 근거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반발에도 대선 직전 보수 성향의 배럿 연방 대법관을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 절차를 마쳤다. 이에 따라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의 압도적 보수 우위 구도가 된 상태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연방대법원으로 가면 자신이 유리하다고 보고 각 주 고등법원과 주 대법원에 항소·상고하거나 유사한 소송을 반복해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조지 W 부시 후보(공화당)와 앨 고어 후보(민주당)가 맞붙은 2000년 대선의 혼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당시 플로리다 주 법원이 고어 후보 측이 요구한 재검표를 받아들였다. 이에 부시 후보 측은 연방 법원에 유권자 표의 평등보호조항을 근거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연방 법원은 위중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연방 지방법원, 연방 고등법원, 연방 대법원까지 초고속으로 재판을 열어 12월 12일에 판결을 마무리했다.
 
소송이 길어지면 주요 경합주에서도 선거인단 명단을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이 과정에서 만약 일부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간다면 12월 14일 치러야 할 선거인단 선거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주 의회가 자체적으로 선거인단을 선출하게 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에 나선 주들의 주 의회는 모두 공화당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측의 주장이 근거가 부족해 연방대법원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 1심법원들도 소송 내용이 연방대법원에서 다룰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진석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연방대법원이 보수성향이라고 무조건 공화당 편을 들지 않는다”면서 “증거도 설득력도 부족하다면 연방대법원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특정 주의 선거인단 없이 대통령을 선출하거나, 개표 결과와 반대되는 선거인단 명부가 제출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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