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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벗고 훨훨 날았을텐데…" 김경수 실형에 경남도청 탄식

중앙일보 2020.11.06 17:15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 이어 6일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자 경남도청 공무원들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가 추진해왔던 도정(道政) 핵심 사업들도 동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에서 댓글 조작 혐의 유죄 판결
도청 공무원 "아쉽다", 도민들 "불안하다" 다양한 반응
동남권 메가시티 등 김 지사 추진하던 정책 차질 우려

경남도청은 이날 재판 결과가 나기 전까지 겉으로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한때 일부 언론을 통해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도청 직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댓글 조작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경남도청 곳곳에서 아쉬움이 밴 목소리가 나왔다.  
 
경남도 한 간부 공무원은 “지사가 무죄가 나야 도정이 안정되고 도민들을 위한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어 많은 공무원이 기대를 걸어보았는데 일부 유죄가 나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며 “어차피 많은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든 무죄가 나든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을 했기 때문에 도정 공백이나 그런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 공무원은 “공직선거법뿐 아니라 댓글 조작 혐의도 무죄가 나왔으면 지사께서 발목에 채워졌던 족쇄를 벗고 훨훨 날아갔을 것이다”며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는) 지사가 앞장서서 추진해왔던 국책사업이나 도청 내부의 정책 사업들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현상 유지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남도에서는 김 지사가 지난해 1월 30일 1심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법정 구속되면서 77일간 도정 공백 상태가 있었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김 지사가 복귀하면서 경남도정은 정상화되는 듯했지만 김 지사가 항소심 재판에 발목이 잡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일부 비판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지만 2심에서도 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도정 전반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동근 경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항소심 재판 결과가 도정 운영의 동력이 약해지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김 지사 개인의 정치적 충격은 안타까우나 이것이 도정 차질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타격 우려가 있는 도정 사업 중 하나가 부산·울산·경남지역 행정통합을 목표로 하는 동남권 메가시티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이후 사실상 김 지사가 주도해 왔다. 김 지사는 올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메가시티 조성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경남도를 중심으로 부산과 울산을 단일 생활권으로 묶는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활발히 추진해왔지만 이번 일로 탄력을 받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해 신공항 문제도 비슷하다. 사업 적정성을 놓고 검증작업을 해온 국무총리실의 결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번 재판 결과가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밖에 김 지사 취임 후 추진해왔던 도정혁신, 사회혁신, 경제혁신 등 다양한 정책들도 계속 추진은 되겠지만 힘이 실리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김 지사가 취임한 뒤 임기의 절반이 넘어섰는데 아직도 도민들이나 공무원들은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에 경남도정을 책임져야 할 CEO가 재판에 계속 발목이 잡혀 있는데 그 지도자가 추진하는 정책을 공무원이나 도민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추진하거나 지지하고 다른 자치단체에서 신뢰해 함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치환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실상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지금 이 시각부터 경남 도정은 큰 혼돈에 내몰리게 될 것이 뻔하다”며 “김 지사는 경남도민들께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도정 공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지사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김 지사는 이날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걱정해 주신 경남도민들과 국민께 대단히 송구하단 말씀드린다”며 “(하지만) 도정은 흔들림 없이 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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