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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이 쑤시는 배우자 거슬린다면 "나를 사랑해 보세요"

중앙일보 2020.11.06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87)

최근 하는 일도 잘 되고 있긴 하지만 부쩍 (마음의)여유와 웃음이 많아진 언니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데뷔한 ‘존노’라는 가수의 매력에 빠져 요즘 그의 음악만 들어도 신이 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열심히 클릭에 성공해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처음으로 혼자 콘서트도 다녀왔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언니에게 생긴 팬덤이 마음의 여유를 준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이말 저말을 주고받다 하는 말이 내 맘이 행복하니 남편도 다 예뻐 보인다 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다 핑크빛으로 보이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핑크 렌즈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랑에 빠지면 평범해 보였던 것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죠. 뇌에서 생성되는 페닐에틸아민이란 물질로 인해 도파민과 엔도르핀 같은 소위 행복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 무언가에 대한 열정으로 내적 만족감이 가득하면 주변을 긍정적으로 보게 됩니다. 괜히 눈에 거슬리던 남편이나 아내의 행동도 그럴 수 있는 일이 되는 거죠. 문득 지난 명절 내내 가수 임영웅의 매력을 이야기하시며 요즘 노래를 듣다 보면 시름이 다 사라진다던 시어머니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하나둘 호흡을 맞춰 같이 뛰어야 하는데 각각 뛰면 한명이 넘어지게 됩니다. 둘 중 누구도 앞으로 나갈 수 없죠. 그게 결혼 생활입니다." [사진 pixabay]

"남편과 아내가 하나둘 호흡을 맞춰 같이 뛰어야 하는데 각각 뛰면 한명이 넘어지게 됩니다. 둘 중 누구도 앞으로 나갈 수 없죠. 그게 결혼 생활입니다." [사진 pixabay]

 
결혼해 살다 보면 서툰 소통 방식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도 됩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가 넘어가지 말아야 할 선을 확인하게 되죠. 포기하는 것이 생깁니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괜히 내가 포기한 것이 상대방 때문인 듯 억울함이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평상시 아무렇지 않던 배우자의 밥 먹고 이를 쑤시는 행동조차 그렇게 눈에 거슬릴 수 없습니다.
 
언젠가 방송인 안선영 씨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저장 버튼을 누른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방송인, 아내, 딸, 엄마로서의 자신의 역할이 있지만 그보다 자신을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여자’라고 소개합니다. 회사를 운영하고도 있는 그녀는 ‘엄마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엄마가 스스로 행복해야 행복한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브랜드 이념임을 밝히기도 했죠.
 
여러 질문이 이어지다 결혼 생활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녀는 “(이인삼각으로 결혼생활을 비유하기도 하는데) 남편과 아내가 하나 둘 호흡을 맞춰 같이 뛰어야 하는데 각각 뛰면 한명이 넘어지게 됩니다. 둘 중 누구도 앞으로 나갈 수 없죠. 그게 결혼 생활입니다. 한 명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 사람을 끌고 갈 수가 없어요. 같이 힘을 맞춰야 하는데 한 사람이 넘어졌을 때 넘어진 사람을 탓을 하고 욕을 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죠. 그땐 빨리 일으켜 세워주든지 아니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답했죠. 사실 다 아는 말인 듯도 하지만 살다 보면 자꾸 잊게 됩니다.
 
하루에 한 시간만큼은 시간을 비우고 '나와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을 찾는 것은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행복에 영향을 줍니다. [사진 pixabay]

하루에 한 시간만큼은 시간을 비우고 '나와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을 찾는 것은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행복에 영향을 줍니다. [사진 pixabay]

 
이어서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여자라고 소개한 그녀에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묻자 나랑 스스로 데이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각각의 역할에서 모두 좋은 사람이 되려다 결국 지치게 되는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다 보니 막상 나에게 시간을 안 준다는 거죠.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중에 나를 위한 한 시간을 갖자고 말하며, 그걸 스스로와의 데이트라고 생각하자는 것이죠.
 
부쩍 밝아진 언니와 안선영 씨의 인터뷰를 떠올리면서 넘어진 배우자를 일으켜 세우거나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주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함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만큼은 나만을 위해 시간을 비우고 ‘나와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을 찾는 것은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행복에 영향을 줍니다. 내가 행복해야 세상도 아름답습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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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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