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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서울 시내버스, 현금통 없애고 교통카드로만 타라고?

중앙일보 2020.11.06 06:00
버스 운전석 옆에 설치된 카드 단말기와 현금통. [강갑생 기자]

버스 운전석 옆에 설치된 카드 단말기와 현금통. [강갑생 기자]

 시내버스 앞문을 통해 승차하다 보면 요금을 내는 두 가지 선택지가 보입니다. 첫째는 교통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요금 단말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카드 대신 현금으로 지불하는 '현금통'인데요. 
 
 현금통이 시내버스에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는 명확지 않습니다. 분명한 건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버스 안내양'이 요금을 받았기 때문에 운전기사 옆에 별도의 현금통은 필요 없었다는 건데요. 
 

 시내버스 현금통, 82년 첫 도입 추정  

 참고로 버스 안내양은 1962년 6월 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시내버스와 고속버스 등 노선버스에 '여차장제'를 도입하면서 생겼습니다. 이후 84년 시내버스에 하차 정류장 안내방송이 시작되고, 하차 벨이 부착되면서 버스 안내양의 입지가 급속히 좁아지기 시작했는데요. 
 
 버스 안내양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건 89년 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는 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안내원을 승무하게 하여야 한다"는 조문이 삭제되면서입니다.         
1970년대 시내버스 안내양. [중앙일보]

1970년대 시내버스 안내양. [중앙일보]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서울버스조합)에 현금통 도입 시기를 문의해보니 오래된 일이라 관련 자료나 공문은 찾기 어렵다는 답이 왔습니다. 대신 서울버스업계에 오래 재직했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82년 8월 시민자율버스 운행 시도 때로 추정된다고 하는데요.
 

 84년 요금선수제로 현금통 전면 설치  

 당시 10개 노선 172대의 버스에서 뒷문을 막아 앞문 승차를 유도하고, 요금도 승객이 직접 지불하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고 합니다. 이때 운전기사 옆에 현금통을 처음 설치했을 거라는 추정입니다. 이어 84년 11월에 '버스요금 선수제(승차 때 요금을 받는 제도)'가 실시되면서 전면적으로 요금통이 놓였을 거라는 중론입니다.  
 
 이렇게 보면 짧게는 36년, 길게는 38년의 역사를 가진 시내버스의 현금통이 최근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서울버스조합과 서울시가 시내버스의 현금승차를 폐지하고, 교통카드로만 승차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인데요. 
 
 아직 국내에선 시내버스를 교통카드로만 타도록 하는 곳은 없습니다. 만약 서울에서 현금 승차가 폐지된다면 아마도 다른 지역의 시내버스도 이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0%대 그친 버스 현금승차, 폐지 논의  

 현금승차를 없애려는 이유는 서너 가지 정도 됩니다. 무엇보다 현금을 내고 타는 승객이 전체 버스 승객의 1%가량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현금 승객은 2004년만 해도 12.6%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1.1%로 급감했고, 올해는 더 낮은 0%대라는 게 서울버스조합의 설명입니다.   
시내버스 현금승차 비율. [자료 서울버스운송조합]

시내버스 현금승차 비율. [자료 서울버스운송조합]

 
 상황이 이런데도 현금 승차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면 운전기사가 현금 승객에 대응하는 부수적인 업무 탓에 운행 집중력이 감소할 위험이 계속 존재한다는 겁니다. 현금을 내는 승객이 있으면 운전기사는 현금 집계기에 해당 사항을 입력해야 하고, 거스름돈도 챙겨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금 정산도 부담이라고 하는데요. 버스 회사마다 매일 3~4명의 직원이 그날 모인 현금통을 열어 돈을 세야 하는데 이런 업무에만 서울 버스 전체에서 연간 20억원가량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겹치면서 현금 정산 과정에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정산에 연간 20억, 코로나 감염도 걱정

 서울버스조합 관계자는 "지하철의 경우 현금 승차가 사라지고, 카드로만 승차가 가능하다"며 "버스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안전운행과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버스회사의 현금 정산 장면. [사진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버스회사의 현금 정산 장면. [사진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이 같은 설명과 상황을 고려하면 이용빈도가 현저히 떨어진 현금 승차를 없애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작지 않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우선 하나 짚고 갈 건 지하철도 현금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교통카드가 없는 경우 역 구내에 설치된 일회용 승차권 자동판매기에 현금을 넣고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는데요. 서울교통공사도 버스업계와 마찬가지로 자판기에 쌓인 현금을 수송하고 정산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카드 없거나 잔액 부족 때 대안 없어  

 무엇보다 버스에 탑승하는 순간 교통카드가 없거나, 카드의 충전액이 부족한 걸 발견했을 때의 대안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 같으면 현금을 내면 되지만, 현금 승차가 폐지되면 승객은 하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야만 합니다. 
 
 그리고는 인근 편의점 등을 찾아 교통카드를 사거나 충전을 해야 할 텐데요.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있는 정거장이라면 편의점이나 충전소까지 찾아가는 동선은 훨씬 더 깁니다. 
 
 지하철도 일회용 승차권발매기에 쌓인 현금을 정산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지하철도 일회용 승차권발매기에 쌓인 현금을 정산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게다가 이렇게 교통카드를 사거나 충전하는 동안 버스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평소 운행 간격이 긴 버스라면 승객은 해당 버스를 놓치고 상당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건데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누구에게나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보완책 마련과 여론 수렴 필요해" 

 그래서 거론되는 대안 중 하나가 지하철역처럼 버스 정류장에 일회용 승차권 판매기를 설치하자는 건데요. 하지만 판매기 설치와 유지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쉽게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또 판매기의 현금 정산 절차도 여전히 남게 됩니다.  
현금 승차가 사라지면 불편을 최소화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뉴스 1]

현금 승차가 사라지면 불편을 최소화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뉴스 1]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금 승차를 폐지하자는 취지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인정되나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해 줄 보완책 없이 섣불리 추진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시민 편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안인 만큼 버스 승차 유형에 대한 깊이 있는 빅데이터 분석과 보완책 마련, 그리고 여론 수렴을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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