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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외모 욕하는 댓글 난 좋다, 기생충 전공과도 시너지"

중앙일보 2020.11.06 05:00

“제 글 수준은 얕아요. 살얼음 같죠. 살얼음. 진중권 선생님처럼 깊이가 없어요…”

 
지난 2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국 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인 서민(53)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는 시종일관 “지식 수준이 떨어져 부끄럽다”며 자신을 낮췄다. 말만 겸손한 게 아니라 행동도 그랬다. 쉼 없이 어깨를 말았고 팔다리를 꼬았다.
 
하지만 그의 글은 다르다. 풍자와 조롱의 경계를 넘나드는 말로 권력자들을 찌른다. 글이 재밌으니 기사로 소개되고, 통렬하게 쑤시니 세상도 움찔한다. 물론 그의 글이 못마땅한 이들은 ‘교수가 연구나 하지’, ‘기생충학(전공)이 정치랑 무슨 상관이냐’고 비난한다. 최근 온라인 설전을 벌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타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서 교수 자신은 "관종"이라 이런 비난들도 기쁘게 즐긴다고 했다. 기생충 박사는 왜 논란이 되는 정치적 글을 계속 쓸까. 속내가 궁금했다.
서민(53)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가 지난 2일 오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민(53)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가 지난 2일 오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살얼음 평론가’요. 제 글이나 지식은 지적인 완성도가 떨어져요. 살얼음처럼 얕아요. 진중권 선생님은 철학을 많이 아셔서 ‘라캉은 이랬다!’ 이렇게 글을 써요. 그래서 읽어보면 ‘아, 내가 좀 배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제 글은 쓰면서도 좀 부끄러워요. 배울 게 없어요. 그런데 또 달리 생각하면 (이해하기)쉬운 게 제 글의 매력인가 싶고요.
 
글을 두고 ‘통쾌하다’,‘경박하다’는 상반된 평가도. 
2010년부터 일간지에 정치 비판칼럼을 썼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니 겁이 좀 나더라고요. 그때 아내도 “당신 잡혀가면 우린 뭐 먹고 사냐, 조심하자”고 했어요. 그때부터 반어법으로 글을 썼습니다. 칭찬하는 것 같으면서 비판하는 식으로요. 할 줄 아는 게 이 것밖에 없어서 4년 넘게 반어법이란 필살기(?)를 연마했는데 현 정권을 향해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비판 방향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작년 조국 사태요. 이 정권 초기엔 비판할 게 없어서 칼럼도 그만 쓰겠다고 했어요. 그 땐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서 행복하다’ 이런 칼럼도 썼어요.   
 
폴리페서인데, 한 자리 안 챙겨줘서 비판한다는 의견도.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정말 정치에 욕심 없어요. 정치하려면 자기 편 불의를 봐도 “저 사람은 훌륭한 사람인데!”라면서 눈감아주는 뻔뻔함이 있어야 하는데 전 그게 안 돼요. 입바른 소리도 못해요. 나중에 제가 정치에 뛰어들면 그때 온갖 욕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는 세상에서 교수를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과한 존경받고, 월급도 고정적이고. 심지어 전 강의평가도 좋아요.
 
또 다른 비판도 있는지.  
의견 반박 말고 외모 공격이 많아요. 또 전공(기생충학)이 외모랑 시너지가 나잖아요. 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예쁘다’라는 대사로 잘 알려진 배우 박노식 씨를 닮았다고 ‘향숙아 닥쳐라’ 같은 댓글도 많아요. 근데 외모 비판은 제가 정말 좋아해요. 동정심도 좀 유발하고, 학식말고 외모로 비판을 돌리는 효과도 있으니까요. 저 같은 관종에게 욕은 먹이를 주는 거고, 즐겁고 기쁜 일입니다. ‘연구나 잘해라’ 이런 비판도 많은데 전 논문도 많이 써요. 
서민교수는 ″자신의 외모와 전공(기생충학)이 시너지가 난다″며 외모 비판을 즐긴다고 했다.

서민교수는 ″자신의 외모와 전공(기생충학)이 시너지가 난다″며 외모 비판을 즐긴다고 했다.

‘조국흑서’ 책 나온 지 약 2달 지났다.
처음 한 달은 책이 잘 팔렸는데 그 후엔 판매량이 곤두박질쳤어요. 처음 완판됐을 땐 저자들이 모인 카톡방도 뜨거웠는데, 요즘은 “다들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를 남겨도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아 역시 내가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느꼈지요.
 
저자로 참여한 계기는.
진중권 선생님과 출판사 대표님이 섭외 고민할 때, 제가 2017년 말에 쓴 ‘문빠는 미쳤다’라는 글이 생각나서 저를 섭외했대요. 그리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던 경력(?)도 충족됐고요. 그래야 ‘야당과 유착한 사람 아니냐’ 라는 비판을 안 받으니까요. 근데 이렇게 양쪽 다 비판한 사람이 의외로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한테도 기회가 온 거죠.  
 
조국사태 뭐가 가장 문제였나
사실 제일 중요한 게 사모펀드예요. 근데 사모펀드를 다들 어려워하니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려웠지요. 어쨌든 표창장이나 사모펀드 같은 걸 보면 조국 전 장관은 공직을 맡으면 안 되는 분이셨어요. ‘그 정도는 누구나 (법을) 위반하지 않느냐’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데, 사실 대다수 일반 사람들은 법을 그냥 다 잘 지켜요. 행여나 법을 어기면 걸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사람들이 대다수란 말이지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직자에게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 잘 보여줬는데도 ‘털면 그 정도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있느냐’며 옹호하는 게 이해가 안 갔지요. 
서민교수는 자신의 정치 평론 방향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조국사태라고 했다. 중앙DB

서민교수는 자신의 정치 평론 방향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조국사태라고 했다. 중앙DB

최근 조국 전 장관은 “검찰이 과거 문제에 반성없다”고.
BBK특검 같은 건 검찰의 문제점이 드러난 게 맞아요. 정치권력 앞에 검찰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라는 걸 드러낸거죠. 그래서 이런 거 고쳐야 하니 검찰 독립시키자는 게 검찰개혁인데, 정부가 지금 이걸 무력화시키고 있어요. 조 전 장관이 원하는 검찰 개혁이 뭔지 저도 정말 궁금해요. 지지자들도 검찰개혁이 도대체 뭘 요구하는지 제대로 설명 못 할 겁니다. 지금은 그저 검찰개혁이 동력을 잃고 희화화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 길 가다 넘어졌다. 아! 이래서 검찰 개혁해야 돼!’ 이런 식의 농담들이 회자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책에서 민주당은 ‘신보수’ 국민의힘은 ‘구보수’라고. 진보 빈자리 누가 채우나.
민주당은 ‘진보’ 국민의힘은 ‘보수’라고 편의상 구분하지만 실상 두 당은 북한 문제 빼고는 아주 큰 차이가 없어요. 민주당도 기득권이 된 지 오래고요. 책 쓰면서 ‘진보 빈자리’는 누가 채울지 논쟁했는데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우리나라가 참 불행한 게 수학능력시험 있잖아요. 보기 다섯 개 객관식 문제 내는 거 갖고 학생들 창의력을 해치는 교육 조장한다고 비판해요. 근데 생각해보면 보기 다섯 개만 돼도 정말 너무 행복한 거였어요. 지금 정치현실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둘 중 하나만 골라야 돼요. 다른 당 지지하면 사표가 되니까. 요즘도 민주당 지지율이 40% 이상 나와요. ‘죽어도 국민의힘을 안 찍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선택지가 최소한 세 개만 돼도 얼마나 좋을까 생각 해봅니다.  
 
글에선 “정권교체 필요하다”“무능해도 야당이 정권연장보다 낫다”고 했는데.
네 맞습니다. 제3세력은 현실적으로 힘을 갖기 어려워요. 아무리 밉고 싫어도 현실적인 대안은 국민의힘 밖에 없어요. 물론 그들도 못하면 비판하고 또 끌어내려야겠지요. 계속해서 차악을 선택하는 겁니다.  
 
정권 교체되면 다시 보수 비판할 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비판해야지요. 근데 ‘관종’ 짓도 계속하니 마음이 무겁고 피곤해요. ‘국민 5000만 명 중에서 나 혼자 떠든다고 뭐가 달라지나’ 이런 마음도 점점 커져요. 아무리 떠들어도 저쪽(여당)행태는 전혀 안 변하잖아요. 무력감도 있어요.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중앙DB, 뉴스1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중앙DB, 뉴스1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민주당 당원 86%가 후보 내자고.
86% 찬성이면 생각보다 덜 나왔어요. 사실 저는 98% 찬성 예상했어요. 민주당도 희망이 있는겁니다. 사실 이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당시 당헌을 만드는 데 어떤 기여도 안 한 당원들이 이 문제를 판단하는 데 있어요. 그리고 이 당헌을 직접 만든 문재인 대통령도 ‘그 당시에 내가 좀 경솔했다.’라고 사과 한마디는 해야지요. 외면하면 안 됩니다.  
 
한때 열혈‘노사모’ 회원이었다고.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되게 슬펐어요.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되고 ‘아! 노 전 대통령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하고 너무 다르네요.
 
뭐가 다른가.
노 전 대통령은 팬덤에 안 기댔어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는 지금의 ‘문재인 팬덤’과는 달랐습니다. 당시 ‘노사모’ 사이트를 가봤으면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어요. 그때 ‘노사모’는 대부분 존댓말을 썼어요. 누가 과한 말을 쓰면 ‘이러시면 안 된다’ ‘우리는 한 명이라도 더 우리 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반대 의견에도 존칭 써가면서 설득했어요. 근데 지금 ‘문재인 팬덤’은 정상적인 비판에도 설득은커녕 그냥 ‘너 나가라’라고 해요. 외연을 넓히는 게 목적이 아닌 거지요. 정치인에게 팬덤은 독이에요.
 
‘팬덤’이나 ‘콘크리트’ 지지도 영원하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콘크리트 지지율이 30~40% 정도였고요. 그 덕분에 ‘난 뭘 해도 된다’는 오만과 착각에 빠진 거지요. 그래서 결국 탄핵당하고 감옥 간 건데, 저는 문재인 대통령도 더한 ‘콘크리트’ 정치를 하고 있다고 봐요. 아예 팬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철저하게 의존하는 정치를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결국 밑천이 드러나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게 될 수밖에 없어요.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 장정음·김지수·윤세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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