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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이별하는 삶”…시골살이 체험상품 ‘완판’ 흥행

중앙일보 2020.11.06 05: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이면 코로나19 걱정에 돌아다니기 힘든데 여긴 다르죠.”
서울에서 버스로 6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시골 전남 강진. 이곳에서 지난달 26~30일 머무른 서울 대학생 이승원(25·여)씨와 김혜린(25·여)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이별’한 닷새를 돌아보며 꺼낸 말이다.

일주일부터 한 달까지 시골 체험에 관광객 몰려
“근심걱정 없는 편안한 삶…맛있는 음식도 한 몫”
지자체들 “코로나 거센 서울·경기 등 참여 높아”

 

코로나19 여파에도 시골 관광 흥행 왜

지난달 30일 전남 강진군의 한 농가에서 5일째 살고 있던 서울 대학생들이 강진에서 자란 농산물을 보며 웃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30일 전남 강진군의 한 농가에서 5일째 살고 있던 서울 대학생들이 강진에서 자란 농산물을 보며 웃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군은 올해 5월부터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맘 확 푸소(FU-SO)’라는 관광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5년부터 강진 농가 115곳이 참여해 수학여행과 연수를 받으러 온 학생·공무원들에게 단체 숙박과 농촌 체험을 제공하던 것을 가족·친구 등 2~4인 소규모 대상으로 좁혀 일주일만이라도 맘 놓고 살라는 상품으로 내놨다.
 
 강진군은 사업 초기만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성공을 장담 못 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쏟아진 8월 24일부터 9월 20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런데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달에 모든 예약이 끝나 관광객 1012명(체험 완료 503명, 예약 509명)을 유치하는 이른바 ‘완판’ 흥행을 거뒀다.
 
 이승원씨와 김혜린씨도 한 달 전에 예약했던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이씨는 “먼저 일주일을 살았던 친구가 추천해서 강진을 오게 됐는데 공기 좋은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쉬어가는 기분”이라며 “번잡한 도심이나 유명 관광지와 달리 평범한 강진에서 특별한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골살이 통해 편안함과 특별한 맛 체험

지난달 30일 전남 강진에서 5일째 살고 있는 서울시민과 숙박 농가 주인이 함께 지역 특산품인 미역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30일 전남 강진에서 5일째 살고 있는 서울시민과 숙박 농가 주인이 함께 지역 특산품인 미역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시골살이를 택한 관광객들은 편안함과 특별한 음식 맛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지난달 26일부터 강진에서 일주일을 보낸 서울 노부부 윤모(74·여)씨와 백모(76)씨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12~20가지 반찬이 나오는 데다 영암에서 낙지, 완도에서 건어물, 마량항에서 회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봤다”며 “군청에서 제공하는 체험 활동도 다양하고 숙박하는 농가 주인도 친절해 오랜만에 걱정 없는 삶을 보냈다”고 했다.
 
 강원도 평창군은 ‘한 달 살기’ 관광상품을 내놓았는데 5명 정원에 6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지난 8월부터 한 달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약초마을에서 살았던 조칠훈(66·경기도 고양시)씨는 “파프리카 하우스와 감자밭에서 농사일하고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으면서 시골살이를 즐겼다”며 “떠날 때도 어르신 20여명의 장수 사진을 찍어 선물했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군에서 일주일 살기 관광상품 참가자들이 군청에서 제공하는 나만의 음반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강진군

전남 강진군에서 일주일 살기 관광상품 참가자들이 군청에서 제공하는 나만의 음반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강진군

 전북 진안군 마이산 자락에 있는 ‘에코마을’은 올 초부터 10월까지 5781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처음 문을 연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2979명이 다녀간 것에 비해 약 두배로 늘어난 수치다. 진안군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가족 단위로 휴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관광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진안군 주민들의 열의도 뜨겁다. 주민들은 에코타운 인근 마이산 진입로를 자발적으로 청소하고 대규모 단체 방문이 있을 때면 주민 전체가 손님맞이에 나선다. 
 
 경북도는 농촌 체험 관광에 쏠린 인기에 발맞춰 지역 및 특산물별로 128곳의 ‘농촌체험 휴양마을’을 운영 중이다. 농촌체험 활성화를 위해 체험 동영상이나 사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모전도 열 예정이다.
 

“코로나 시대 청정지역서 심신 치유”…인기 배경

 
전북 진안군 에코마을에서 농촌체험 관광에 나선 참가자들이 쑥개떡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진안군

전북 진안군 에코마을에서 농촌체험 관광에 나선 참가자들이 쑥개떡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진안군

 뜻밖의 시골살이 흥행 열풍에 대해 지자체들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난 청정지역에서 심신을 치유한다는 점이 도시인들의 마음을 끈 것으로 분석한다. 강진군 관계자는 “강진은 아직까지 한 명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서울과 경기, 부산 등 대도시 관광객 비중이 높은 이유도 청정지역의 편안한 삶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창군은 한 달 살기 체험 인원을 최대 6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평창군 관계자는 “주민들과 도시민들 모두 프로그램에 굉장히 만족하는 상황이라 내년엔 대폭 확대할 방침”이라며 “이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평창·강진=김윤호·박진호·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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